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백신 민족주의는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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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의 내용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동자 연대〉 편집부가 넣은 것이다.
우스운 측면을 걷어 내고 보면 유럽연합의 백신 확보를 둘러싼 갈등은 현 체제가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에 무능함을 보여 준다.
그러나 이 갈등은 그야말로 한 편의 소극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백신을 주문하는 데에서 굼뜨고 비효율적으로 움직여 놓고서는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을 재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유럽연합 바깥으로 백신을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북아일랜드로도 수출을 금지하려 했는데, 이는 2019년 10월에 영국과 합의한 유명한 협약
소극
우스운 것은 이뿐이 아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아스트라제네카에게, 먼저 계약을 맺은 영국보다 유럽연합과의 백신 공급 계약을 더 우선하라고 요구한다. 그 와중에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가장 취약한 연령대인 65세 이상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유럽연합이 브렉시트를 대하는 태도에 깔린 추악한 속내가 드러나고 있다. 브렉시트에 극렬히 반대했던
영국이 백신을 확보하고 보급하는 데에서 유럽연합보다 더 효율적이었던 탓에, 유럽연합에 견주면 존슨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다. 존슨이 팬데믹에 대처하는 데 실패해, 이번 주까지 공식적으로 10만 명이 영국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말이다.
백신 보급을 둘러싼 갈등은 정치경제학자 윌 데이비스가 말한 “백신 중상주의”의 표현이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백신 중상주의는 국가와 거대 제약회사의 동맹을 뜻한다. “영업 비밀” 논평을 또 인용하자면, “부유한 나라 정부들은 민관협력 모델에 따라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했다. 즉, 공공구매 약속으로 수요를 확보하고 ⋯ 지적재산권을 대가로 제약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하게 했다. 옥스퍼드 대학은 처음에 자신이 개발한 백신의 저작권을 기증하려 했으나 여러 설득으로, 특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이츠재단*의 설득으로 제약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모든 것의 진정한 희생자는 서로 싸우는 유럽 국가들의 국민들이 아닐 것이다. 유럽연합조차도 올해 백신을 확보하긴 할 것이다. 진정한 희생자는 개발도상국에 사는 세계 인구의 대다수일 것이다. 개발도상국 정부들은 가난한 탓에 거대 제약 기업과 계약을 맺을 수 없어서 코백스
부유한 나라의 정부들은 부와 권력을 이용해 백신을 필요보다 훨씬 많이 비축하고 있다.
이토록 끔찍한 부정의는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다. 전 세계에서 팬데믹이 오래 지속될수록 새로운 바이러스 변이가 선택되고 확산될 위험이 커질 것이다. 백신 중상주의는 우리에게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