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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자 기고:
자본의 탐욕 속에 2.6톤 철판이 노동자를 덮쳤다

2월 5일 현대중공업에서 정규직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철판을 지지하는 받침대에서 미끄러져 떨어진 2.6톤 철판에 깔려 변을 당한 것이다.

중대재해 소식을 듣고 나를 비롯한 동료 노동자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산재 사망 사고가 나면 보통 노동자들은 나이와 가족 관계를 확인한다. 노동자의 죽음은 남겨진 가족에게 앞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크나큰 고통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7살과 4살짜리 자식을 둔 43살의 노동자였다. 나는 돌아가신 노동자에 대한 슬픔과 남겨진 가족을 걱정하며 하루를 보냈다.

단순히 생각하면, 철판이 떨어질 때 운 없게 그 자리에 있던 노동자가 사망한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떨어진 철판은 원래 그 자리에서 작업할 계획이 아니었다. 사측의 작업계획서에 그 자리는 빈 공간으로 돼 있었다. 사측은 공장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계획을 갑자기 바꿔 남은 공간을 채웠다.

철판이 노동자를 덮친 사고 현장. 육중한 철판을 작은 기둥들로 이뤄진 받침대 위에 올려 놓고 작업하는데 떨어짐 방지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반대편 각도에서 본 사고 현장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원래 노동자들의 통행로로 사용되던 공간에도 철판이 들어왔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철판과 철판 사이의 비좁은 공간을 위험하게 통행해야 했다. 바로 이곳에서 노동자가 사망했다.

게다가 철판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지 장치를 부족하게 설치했다. 이를 통해 작업의 효율을 높이려 했을 수 있다. 사측의 ‘빨리 빨리’가 결국 안전시설물을 불충분하게 설치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사실 사측의 표준작업지도서를 살펴보면 안전시설물 설치 기준이 매우 부족하다.

이렇게 위험한 상황이었기에 사측은 안전 인력을 배치하고 사람이 다니지 못하게 통제해야 했다. 그리고 안전 펜스를 쳐서 위험하다는 것을 경고해야 했다. 하지만 사측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 그랬나? 아마 사측은 안전 인력을 ‘노는 사람’처럼 봤을 것이다. 안전 펜스는 작업에 방해되고 능률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평소에 노동자들은 철판이 떨어질 위험이 있는 곳을 알아서 피하곤 한다.

이번 중대재해는 노동자의 안전보다 이윤을 중시하는 사측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다. 사측은 이윤을 위해 계획에 없던 철판을 배치하고 제대로 된 안전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측은 안전시설물 설치를 담당하는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사측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비겁한 행동일 뿐이다.

거짓말

사측은 산재 사망이 벌어지면 언제나 안전 투자를 강화하고 안전에 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후에도 현대중공업 사장 이상균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말뿐이다. 최근에도 사측은 거듭 안전을 무시했다. 얼마 전 사측은 노동조합이 위험 작업을 중단시킨 것을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했다. 또, 가스가 가득 찬 LPG선에서 노동자들이 3일 동안이나 용접을 하게 만들었다. 노동자들이 엄청난 위험에 내몰려 노조와 대의원들이 사측에게 항의했다.

안전을 무시하고 노동자를 위험에 빠트리는 사측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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