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산재 사망:
471번째 노동자 죽음, 교통사고로 모는 파렴치한 사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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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가 숨지는 중대재해가 또다시 벌어졌다. 올해 들어 4번째이자, 창사 이래 471번째 산재 사망사고다. 고인은 14톤 굴착기 오른쪽 바퀴에 깔려 사망했다.
고인은 현대중공업에서 정년퇴직을 한 후에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참변을 당했다. 형편 없는 노인 복지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이런 식으로 일하고 있다. 이렇게 일해도 임금은 적다. 국민연금을 수령하려면 연봉 상한이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이를 이용해 고령의 숙련 노동자를 싼 임금으로 고용한다.
고인은 쉬는 시간 즈음에 간이 화장실을 이용하고 작업통로 건너편에 있는 흡연 장소로 가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온갖 차량이 수시로 오가는 작업통로에는 마땅히 안전 조처가 돼 있어야 했다. 그러나 작업자용 통로나 충돌 방지 조처는 없었다.
또, 사측은 굴착기 이동시 유도자를 배치할 생각조차 없었다. 유도자는 주변에 사람이나 장애물이 있는지 신호를 주는 역할을 하는데, 운전자의 시야가 좁은 작업 장비를 이동할 때는 꼭 필요하다.
굴착기도 그런 장비다. 굴착기 운전실은 붐대(굴착기 팔)의 한쪽에 있어서, 다른 한쪽 시야가 좁을 수밖에 없다.
재해자는 굴착기가 다가오는 소리를 못 들었을 수 있다. 현대중공업의 작업 현장은 매우 시끄러워서 노동자 대부분은 업무 시간에 귀마개를 착용한다. 그래서 많은 노동자들이 작업통로에서 오토바이나 작업차량이 가까이 접근해 온 것을 뒤늦게 알아채고 깜짝 놀라곤 한다.
상황이 이러니 각자가 주의하라고 하는 것에는 한계가 많다.
전에 자주 일어나던 지게차 관련 사고도 노동자들의 요구로 유도자가 배치되면서 최근에는 거의 사라졌다.
결국 이번 사고는 인건비를 아끼려는 사측의 탐욕이 부른 비극이다.
교통사고?
그런데 사측은 파렴치하게도 이번 사고를 교통사고로 몰고 있다. 경찰도 교통사고 관련법 위반으로 굴착기 운전기사를 입건했다. 개인 과실로 몰아 사측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친기업 행보와 맞물려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중대재해법을 누더기로 통과시킨데 이어, 그것조차 약화시키는 시행령을 추진하고 있다.
9월 27일 현대중공업 산재 관련 재판에서는 검찰이 현대중공업 사장 한영석을 상대로 겨우 벌금 2000만 원을 구형하기도 했다. 4명이 사망한 중대재해 사건들에 대해서는 사장을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솜방망이 처벌로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다.
정부와 사측 모두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에 맞서 노동자가 단결·투쟁해야 진정으로 안전한 노동 조건을 쟁취할 수 있다. 나아가 비극적인 산재 사망 행렬을 끝장 내려면 이윤에 눈 먼 사회 시스템에도 도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