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실검’ 폐지한다고 달라질까?:
기성 체제 수호하는 네이버 등 포털
〈노동자 연대〉 구독
네이버가 2월 25일부터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한다.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는 그동안 여론 조작과 기업광고에 악용된다고 비판받아 왔다.
해당 서비스 폐지는 대중의 비판 여론을 반영한 것일까? 물론 비판을 의식한 것일 테지만, 이 서비스를 폐지해도 영향력과 수익에 큰 타격이 없을 거라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구글, 네이버, 다음은 인터넷 포털 분야를 과점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이 기업들은 이런 지위를 이용해 뉴스 유통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난해 한국인 68.8퍼센트가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봤다.
여러 언론 매체를 한 사이트에 모아 놓은 것은 사용자들에게 편리한 점이 있다. 이런 편의를 제공하면서 포털 뉴스 서비스(운영 기업)가 목표로 하는 것은 사용자를 끌어모아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이다. 체류 시간은 각종 수익 모델의 바탕이 된다. 이런 경쟁 과정에서 ‘포털’은 (단어 뜻 그대로) 이데올로기 전파의 ‘관문’ 구실을 하는데, 점유율이 커질수록 이 점이 중요해진다.
네이버는 재계 서열 34위의 거대 기업이 됐고, 주류 질서의 확고한 일부이다. 네이버 경영진은 뉴스와 검색 서비스에서 주류 질서에 맞는 사상을 담은 뉴스와 의제(“상식”)를 우대하는 것이 자기 계급에 유리하다는 것을 안다. 이런 문제에서 구글이나 다음도 다르지 않다.
기업·정치권과 유착
네이버는 그때그때의 비판 여론을 피하려고 뉴스 배치 기준을 바꿔 왔다. 하지만 주류 매체의 기사와 주류가 보여 주고 싶어 하는 의제가 압도적으로 강조돼 배치되고, 좌파 매체나 노동계급의 의제들은 배제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홈”에서 기사를 읽는데, 여기 배치된 기사는 대부분 주류 언론의 것이다. 기사를 쓰는 지금 네이버 “뉴스홈”에 배치된 “헤드라인 뉴스” 기사 6개의 출처를 보면, 〈조선일보〉 2개, 〈동아일보〉 2개, 〈국민일보〉 1개, 〈YTN〉 1개다. “뉴스홈”에 노출되려면 제휴 최고 등급인 콘텐츠 제휴를 맺어야 한다. 단순히 뉴스 검색에 노출시켜 주는 검색 제휴와 달리 콘텐츠 제휴를 맺을 언론은 소수로 관리된다.
네이버와 다음은 입점 언론 선정을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 맡겨 책임을 피하려 한다. 그러나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자체가 주류 언론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 위원 추천권을 가진 단체 15곳 중 한국신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주류적 언론 단체가 7곳이고, 2020년 심사를 맡은 위원 30명 중 현직 언론인이 9명, 전직 언론사 임원·간부가 3명이다.
이번 심사에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좌파적 인터넷 언론 〈참세상〉을 네이버 콘텐츠 제휴에서 검색 제휴로 강등시켰다. 자매지 〈워커스〉 기사를 전송했다는 게 그 이유다. 그런데 2018년에 같은 일을 한 〈조선일보〉는 48시간 노출 중단 제재만 받았다. 주류 언론에는 솜방망이 제재만 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노동자 연대〉 같은 급진 좌파 언론은 네이버에 검색 제휴를 신청할 때마다 탈락하고 있다.
네이버는 힘 있는 기업과 단체의 압력을 받아 뉴스 배치를 변경하기도 했다. 2016년 10월 축구연맹의 청탁으로 축구연맹에 비판적인 〈오마이뉴스〉 기사를 눈에 안 띄는 곳으로 치운 것이 다음 해에 폭로됐다. 폭로된 문자 메시지를 보면 이런 조작이 수시로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삼성 같은 대기업과 네이버·다음 두 포털이 서로 협조해 왔다는 것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삼성 사장 장충기가 이재용 승계 당시 관련 기사들을 내려 달라고 포털들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실제로 기사가 내려갔다는 문자 메시지가 공개된 것이다.
2007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명박 캠프에서 “네이버는 평정됐지만 다음은 여전히 폭탄이다”는 보고가 있었다는 폭로도 나왔다. 결국 다음은 2008년 촛불 운동 때 인기를 끌었던 온라인 토론 서비스인 “아고라”를 2009년 메인 화면에서 치웠다. 이명박 정부의 눈치를 본 것이다. 네이버는 2016년에 박근혜·정유라 관련 검색어를 삭제했다.
포털과 정권의 관계를 보여 주는 사례는 최근에도 있었다. 민주당 윤영찬 의원은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의 연설이 다음 포털의 메인에 뜨자 보좌관에게 “이거 카카오에 강력히 항의해 주세요.”, “카카오 너무하군요. 들어오라고 하세요” 하는 문자를 보냈다. 네이버 부사장 출신으로 2017년 대선 문재인 캠프 SNS 본부장을 맡았던 윤영찬은 지난해 국회로 무대를 옮기기 전까지 문재인의 실세 측근(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 중 하나였다.
네이버와 다음 모두 행정·사법기관이 요청하면 실시간 검색어를 삭제할 수 있다는 내부 지침을 갖고 있던 것이 2016년 말에 확인되기도 했다. 국가권력은 손쉽게 포털을 조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알고리듬은 중립적인가
2017년 네이버는 자신들이 뉴스를 편집하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인공지능 뉴스 추천 알고리듬을 도입했다.
그러나 인터넷 대기업들이 채택하는 알고리듬은 중립이 아니다. 추천 대상 자체가 주류 언론으로 제한돼 있으니 사실 인공지능이 추천하든 사람이 추천하든 주류 질서에 유리하다는 건 변하지 않는다. 네이버 뉴스 홈에는 “섹션별 뉴스는 AiRS[인공지능 추천 알고리듬] 추천으로 구성된 뉴스를 제공합니다” 하고 적혀 있는데, 대부분 주류 언론 기사다.
또한 네이버의 뉴스 추천 알고리듬은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자극적인 기사를 좋은 기사로 판단한다. 최신성도 중요 기준인데, 이는 심층 기사에 불리하다.
구글은 오래전부터 알고리듬으로 뉴스를 추천해 왔는데, 구글의 뉴스 페이지는 주류 언론 일색이다. 구글의 뉴스 추천 알고리듬도 대형 언론에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고리듬 조작 역시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다. 최근 네이버는 검색 알고리듬을 조작해 자사 쇼핑과 동영상 서비스의 검색 순위를 높인 것 때문에 과징금 269억 원이 부과됐다. 구글도 쇼핑 서비스에서 똑같은 행위로 2017년 유럽연합에서 과징금 24억 유로(3조 2000억 원)을 받은 바 있다.
인터넷이 대중화된 지 20년이 넘었다. 일각에서는 인터넷이란 수단 자체가 다양한 정보에 대한 접근을 보장해 민주주의를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인터넷은 거대 자본과 권력이 지배하는 공간이 됐다.
네이버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고, 구글·다음 등과 경쟁하며 과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네이버의 행보를 보면 그 자신이 대기업으로서 체제 수호에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가지며, 그래서 정치권력과도 유착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네이버 뉴스·검색을 둘러싼 여러 논란들은 지배계급의 사상이 어떻게 새로운 매체에 관철되는지 보여 주는 최신 사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