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문재인 정부, 루렌도 가족 난민 불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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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자녀와 9개월 공항 억류 견뎌도 모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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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난민 루렌도 가족이 정부의 난민심사에서 불인정 결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2월 말 앙골라 난민 루렌도·바체테 씨 부부와 당시 10살도 되지 않았던 네 자녀는 피난처를 찾아 한국에 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가족에게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입국을 불허했다. 결국 루렌도 가족은 9개월여 동안 인천공항에 억류돼 노숙 생활을 해야 했다.
탐사 전문 언론 〈셜록〉의 보도로 이 사실이 알려지자, 난민·이주·노동·사회·아동·종교 단체와 수많은 개인들이 루렌도 가족 입국을 요구했다. 일본과 호주 등 해외에서도 연대가 모였다.
루렌도 가족은 인권 변호사들의 도움으로 난민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 끝에 승소했다. 법무부는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당했다.
2019년 10월에 공항 억류 생활에서 벗어난 루렌도 가족은 한국 땅에 정착해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지난해 난민심사를 끝내고 최근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루렌도 가족의 난민 불인정 사유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루렌도 가족이 난민으로 인정받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루렌도 씨는 앙골라 국적자이지만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콩고 출신이다. 택시 운전을 하던 루렌도 씨는 경찰차와 충돌했다는 이유로 경찰서로 끌려가 구금과 고문을 당했다. 그사이 아내 바체테 씨는 경찰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이들은 한국행을 선택했다.
앙골라에서는 국가 간 분쟁을 배경으로 콩고 출신자들에 대한 심각한 차별과 추방, 박해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는 앙골라 보안 부대가 수년 동안 반복적으로 콩고 출신자들을 추방하고 이민자들을 학대했다고 보고했다. 루렌도 가족이 도피하기 직전인 2018년 10월 한 달 동안에만 40만 명이 넘는 콩고 이주민이 추방됐다. 앙골라에서는 최근에도 경찰과 보안 부대가 거리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바체테 씨는 공항에 억류돼 있는 동안 건강이 악화돼 치아를 6개나 뽑았고, 안압이 높아져 실명 위기를 겪기도 했다. 아이들은 “결국 이렇게 공항에서 서서히 죽게 되는 것이냐”고 부모에게 묻기도 했다. 당시 루렌도 가족을 접견해 의료지원을 했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이승홍 정신의학전문의는 〈한겨레〉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에서 8개월째 겪고 있는 일만으로도 이들은 이미 난민이다.”
파급 효과
법무부 측은 루렌도 가족의 난민심사 불회부 취소 소송 과정에서 난민 신청 권리를 제한하지 않으면 누구든 난민 신청을 해 “국경 수비에 큰 타격을 준다”고 말했다. 난민을 침략자로 보는 인종차별적 인식이다.
또한 당시 법무부는 난민심사 회부에 대한 판단은 “개개 사건”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사건의 파급 효과”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행정의 고려사항이 절박한 난민들의 상황이 아니라 난민을 얼마나 적게 받을 수 있는지라는 뜻이다. 루렌도 가족의 상징성을 따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루렌도 가족에 대한 난민심사도 이런 태도로 진행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하에서 난민 신청자는 감소하는데 난민 불인정자는 크게 늘었다. 난민 인정률은 2019~2020년 연속 0.4퍼센트(2004년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얼마 되지도 않던 난민 신청자의 생계비 지원액은 2018년 이후 3년째 동결됐다. 지난해 말에 문재인 정부는 난민을 더욱 쉽게 내쫓을 수 있게 하는 난민법 개악안도 발의했는데, 입법예고 기간이 끝나 언제든 국회에 제출할 수 있는 상황이다.
루렌도 가족은 광범한 연대 운동 속에 공항을 겨우 벗어났는데, 법무부가 이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이런 성과를 되돌리는 것이다.
루렌도 가족은 난민 불인정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누구나 이유가 무엇이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안전하게 살 수 있어야 있다.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죄가 아니다. 정부는 루렌도 가족을 난민으로 인정하고 난민들의 안정적인 삶을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