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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난민의 날, 루렌도 가족 한국서 첫 놀이공원 나들이:
“한국에서 우리 아이들이 계속 잘 커 주기만을 바랍니다”

6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올해는 난민의 날이 지정된 지 20년, 유엔 난민협약이 채택된 지 70년이 된다. 한국은 1992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반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난민 인권을 개선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난민을 옥죄고, 없는 존재 취급해 왔다.

반면, 난민과 어울려 살아가며 든든한 이웃이 되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난민 루렌도 가족과 그들에게 연대해 온 한국인들이 마침 주말이던 이번 난민의 날에 함께 놀이공원 나들이에 나섰다. 따뜻한 우애를 나누는 시간을 동행 취재했다.

한국에 온 지 2년여가 되어가는 루렌도 가족이 놀이공원에 나들이 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승진

6월 20일,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이 한국에서 첫 놀이공원 나들이에 나섰다. 루렌도 가족과 연대하며 오래 우정을 쌓아 온 한국인들과 그 자녀가 동행했다. 이들은 루렌도 자녀에게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한 터였다.

2018년 12월 말 루렌도·보베테 씨 부부와 당시 10살도 되지 않았던 네 자녀는 피난처를 찾아 한국에 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 가족에게 난민 심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면서 입국을 불허했다. 결국 루렌도 가족은 287일 동안 인천공항에 억류돼 노숙 생활을 해야 했다.

2019년 10월 루렌도 가족은 난민·이주·노동·사회·아동·종교 단체와 많은 사람들의 연대로 공항 억류 생활에서 벗어나 한국 땅에 정착했다. 루렌도 가족은 난민·이주민을 지원하는 안산시 글로벌청소년센터와 여러 활동가의 도움으로 월세집을 구해 한국살이를 이어 가고 있다.

루렌도 가족은 지역의 난민 이주민들과도 이웃이 됐다. 자녀는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이들은 집 인근 한 초등학교에 4학년(레마 11세), 3학년(쌍둥이 로데와 실로, 10세), 2학년(그라시아, 7세)으로 재학 중이다.

루렌도 씨는 집 근처 가구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한 달에 300만 원이 안 되는 돈으로 여섯 식구가 생활하기란 빠듯하기만 하다. 둘째 로데가 핸드폰 얘기를 꺼내자 ‘너희들 통신비까지 감당 안 된다’며 손사래를 친다. 루렌도 가족은 빠듯한 생활이지만 어떻게 해서든 한국에 뿌리내리기를 소망한다.

그런데 올해 4월 문재인 정부는 루렌도 가족에게 난민 불인정 결정을 내렸다. 루렌도 가족은 난민 심사 결과에 이의신청을 했고, 6월 23일 이의신청에 대한 면접 심사를 앞두고 있다. 루렌도·보베테 씨는 면접 심사 얘기가 나오자 다소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루렌도 부부의 네 자녀는 난민 심사 인터뷰를 위해 서울에 갔던 것을 제외하면 이번이 첫 서울 나들이다. 이제 한국어가 수준급이다. 한국어 소통에 전혀 불편함이 없다. 처음에는 놀리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괜찮아요. 친한 친구들도 생겼어요”라고 말한다. “학교 생활 어때?”라는 질문에 모두 떼창을 한다. “재밌어요!”

한국인 친구와 놀이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루렌도 부부의 아이들 ⓒ조승진

놀이공원에서 보낸 하루는 흥분과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막내 그라시아는 낙하 장면을 온몸으로 무한 반복 재생한다. ‘이거 타요’, ‘저거 타요’ 하며 어른들 손을 잡고 끄느라 정신없다.

루렌도 씨는 흐뭇한 ‘아빠 미소’로 아이들 모습을 핸드폰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보베테 씨도 “굿 데이”를 연발한다.

동행한 한국 어린이(초6)는 이제 루렌도 자녀들과 스스럼없이 논다. 2년 전 인천공항에서 만난 이래 여러 번 루렌도 가족을 방문한 이 어린이는 루렌도 부부의 자녀가 예의도 바르고 쾌활해서 좋단다. 로데도 “언니, 언니” 하면서 이 아이를 잘 따른다. 수학을 제법 잘한다는 로데는 의사가 꿈이다. “의사가 돼서 많은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요”라고 자기 꿈을 야무지게 말한다.

부부는 네 자녀가 잘 자라 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한국에서 자녀와 함께 잘 정착하기를 바란다.

루렌도 가족이 놀이 기구를 타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조승진
루렌도 가족의 아이들과 한국인 친구가 놀이 기구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다 ⓒ조승진
루렌도 가족과 한국인 친구들이 놀이 기구를 타고 있다. 놀이기구를 타고 난 후 루렌도 가족과 한국인 친구들은 짜릿함과 흥분을 서로 얘기하며 즐거워 했다 ⓒ조승진
놀이기구를 타고 즐거워하는 큰 아들 레마 ⓒ조승진
루렌도와 보베테 씨, 아들 실로가 놀이 기구를 타고 즐거워하고 있다 ⓒ조승진
첫째 아들 레마와 둘째 아들 실로가 놀이 기구를 타고 신이 나 있다 ⓒ조승진
둘째 딸 로데와 한국인 친구가 가위, 바위, 보를 하며 다정하게 지내고 있다 ⓒ조승진
아내 보베테 씨가 남편 루렌도 씨와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베테 씨는 이날 “즐거운 하루” 라고 말했다. ⓒ조승진
루렌도 가족과 한국인 친구가 정답게 얘기를 나누고 있다. 한국인 친구들은 루렌도 가족이 인천공항에 억류돼 있을 때부터 연대해 왔다 ⓒ조승진
둘째 딸 로데가 예쁜 핸드폰 악세사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10살 로데는 다른 애들처럼 핸드폰을 갖고 싶어한다 ⓒ조승진
루렌도 씨가 놀이 기구를 타는 7살 막내 아들 그라시아의 사진을 찍고 있다 ⓒ조승진
막내 아들 그라시아가 장난감 가게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조승진
더운 날씨에 정신 없이 놀던 루렌도 가족들을 비롯한 한국인 친구들은 늦은 오후가 되자 조금씩 지쳐했다. 잠시 쉬고 있는 루렌도 가족들 ⓒ조승진
루렌도 가족과 한국인 친구들이 집으로 돌아가기전 놀이공원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조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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