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폭격은 자위권 행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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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계속되는 가운데 5월 19일 현재 팔레스타인인 215명이 사망했다. 그중 61명은 어린이고 36명은 여성이다. 14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다쳤다.
5만 2000명이 집을 떠나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로 피난을 갔다. 갈 곳이 마땅치 않은 팔레스타인인 가족들은 폭탄이 떨어져도 누군가는 살아야 한다며 각자 다른 방에 흩어져서 지내고 있다. 가자지구는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적들이 우리를 공격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했다. 폭격은 이스라엘에 대든 것에 대한 집단적 처벌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이스라엘이 행사하고 있다는 “자위권”의 본질이다.
네타냐후는 “평온함을 되찾을 때까지 폭격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양측의 진정’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두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할 권리를 부정하고 이스라엘을 편드는 것이다.
많은 언론과 정부들이 바로 그러고 있다. 5월 12일 미국 바이든 정부는 이스라엘의 보복이 “그다지 심각한 과민반응은 아니다”라고 하는 등 이스라엘을 거듭 비호했다. 네타냐후는 “국제적 압력에 관한 이야기가 있지만 ⋯ 무엇보다도 우리는 미국에게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하며 감사를 표했다.
문재인 정부도 사실상 이스라엘을 두둔한다. 문재인 정부는 5월 13일 외교부 논평을 내 “특히 가자지구로부터의 무차별적 로켓 공격과 이에 대한 대응과정”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해, 사실상 하마스의 로켓 공격을 더 부각하고, “당사자들이 긴장고조 행위를 자제”하라고 촉구하며 이스라엘의 만행에 눈감았다.
이는 폭력의 근원이 어디 있는지를 흐리는 것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살던 땅에서 유대인이 인종적 다수를 유지하게 하려고 제국주의 국가들의 후원을 등에 업고 무력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을 짓밟았다.
이스라엘 국경 내 팔레스타인인들은 체계적인 차별과 불평등에 시달렸고,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예루살렘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군사 점령하에 살면서 삶의 모든 측면을 제약받았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를 그저 유대인들과 벌이는 종교 갈등으로 묘사하는 것은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두 국가 해법”
서방 정부들은 양측의 진정을 요구하는 동시에 “두 국가 해법”을 강조한다. 문재인 정부도 외교부 논평에서 “예루살렘에 대한 현상 유지가 존중되어야” 한다면서, “관련 당사자들이 두 국가 해법에 기초”해 국제사회의 노력에 협조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의 점령과 정착촌 건설을 묵인하는 것에 불과했다. 예루살렘에 대한 ‘현상 유지’는 곧 그곳에서 자행돼 온 팔레스타인인 배제와 탄압을 인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게다가 이미 70만 명이나 되는 유대인들이 정착촌에 들어오면서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발상은 더한층 비현실적이게 됐다. 한편, 정착촌이 확대되면서 이스라엘의 지배를 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더 늘어나게 됐다.
그럴수록 표면적으로라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가의 병존을 주장하는 세력(대표적으로는 이스라엘 노동당; 시온주의 정당)은 이스라엘 내에서 그 입지가 좁아지게 됐고, 팔레스타인들을 더 철저히 배제하고 짓밟기를 바라는 더 극단적인 시온주의자들이 이스라엘 정치를 지배하게 됐다.
따라서 사태가 이토록 첨예해진 데에는 일부 언론들이 묘사하는 ‘정치의 실패’보다 더 근본적인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이스라엘이 근본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종 청소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서방 국가들이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하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걱정해서가 아니다. 이스라엘의 노골적인 정착촌 확대가 중동에 가져다 줄 불안정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연대가 관건이다
현재 팔레스타인인들의 시위는 팔레스타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더 나아가 팔레스타인인 단체들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총파업을 촉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인 교사 노조, 대학 교원 노조, 변호사 협회 등과 팔레스타인인들이 주도하는 BDS 운동(이스라엘에 대한 보이콧·투자 철회·제재를 촉구하는 운동)도 여기에 지지를 표했다.
이전에도 팔레스타인자치정부와 정부를 이끄는 파타가 상징적으로 파업을 촉구한 적이 있다. 그러나 중동 전문 매체 〈미들 이스트 아이〉에 따르면 이번 파업은 “평범한 팔레스타인인들이 주도하고 조직하고 있다.”
이것이 실제 반향을 낳는다면 반란이 훨씬 심화될 것이다. 반란이 더 성장하고 조직적이 되고 있다는 징후이기도 할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 파업에 대한 국제적 연대도 호소하고 있다.
국제적 연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승리에 필수적인 요소다. 최근 미국, 영국 등 세계 곳곳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연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한국에서도 5월 18일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에 연대하는 기자회견이 성공적으로 열린 바 있다. 이런 연대 노력이 지속되고 발전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