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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보호소 구금 난민들의 메시지:
“한국 정부는 우리가 인간이 아닌 듯이 대합니다”

6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난민의 날이다. 올해는 난민의 날이 지정된 지 20년, 유엔 난민협약이 채택된 지 70년이 되는 해다. 한국은 1992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난민의 날을 맞아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갇혀 있는 난민들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 메시지는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 활동을 하는 단체 ‘마중’이 면회·전화·편지 등을 통해 받아 언론들에 제공한 것이다. ‘마중’은 2016년부터 정기적으로 화성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해 모니터링하고, 구금돼 있는 이주민들의 처지를 알려 왔다. 이 기사는 마중 측이 영어와 한글 번역본으로 제공한 것을 대조해 다듬은 것이다.

외국인보호소는 말이 ‘보호소’이지, 미등록 이주민 등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곳이다. 잠시 머물다 출국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구금 기간에 제한이 없다. 수개월에서 5년 가까이 구금된 사례도 있다. 특히 난민들이 장기 구금되곤 한다. 난민들은 출국당하면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보호소에서 버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난민 심사 절차도 보호소에 구금된 상황에서 진행된다.

보호소에 구금된 이주민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2019년에는 1년간 구금돼 있던 이주민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올해 1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벌어지자 비슷한 조건의 외국인보호소도 집단감염에 취약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법무부는 생명보다 통제를 중시하며, 구금된 이주민 석방 요구를 외면했다.

난민 신청자 B 씨 - “외국인보호소엔 인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난민들에게.

난민의 날을 축하하기 전에, 먼저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온 B입니다. 고국의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난민 신청을 하려고 한국에 왔습니다. 비자를 갱신하는 날짜를 지키지 못해 화성외국인보호소로 오게 됐습니다.

10개월 넘게 흐른 지금, 저는 외국인보호소에 인권이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밖에서 운동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의 기회만 있을 뿐입니다. 외국인보호소에 온 이후 저는 친구나 지인들의 방문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프리카에 있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기도 힘들었는데 전화카드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외국인보호소는 휴대폰 소지를 금지하고 있어, 전화카드를 구입해 내부에 설치된 공중전화를 이용해야 한다.]

현재 아내는 이혼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제가 10개월 이상 돌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일주일에 겨우 10분 정도 아내와 가족들에게 전화를 할 수 있는데 그조차 ‘마중’과 같은 인권단체들이 전화카드를 보내 줘 가능했습니다. 이런 상황 때문에 저는 보호소에서 목격한 어려움들을 충분히 알리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인권단체들과, 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변호사를 구하고 보호소 안에서 난민 [심사] 절차를 진행하는 데 도움을 준 ‘마중’과 같은 인권단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 모든 난민들이 난민의 날에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신의 가호가 있기를 바랍니다. 아멘.

난민 신청자 K 씨 - “난민은 범죄자가 아닙니다.”

제 이름은 K입니다.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서 왔습니다. 난민 신청자로써 1년 7개월 동안 외국인보호소에 구금돼 있습니다.

저는 도움을 요청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며 편지를 씁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고 우리를 위해 목소리를 내 줄 사람도 없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여기 보호소에 갇혀 있습니다. 그들(한국 정부)은 우리가 인간이 아니라는 듯이 대합니다. 우리가 외국인이고 난민 신청자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같은 나라에서 난민들은 자칫하면 범죄자처럼 취급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인간이 아닌 동물 같은 취급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어떠한 식단 변화도 없이 몇 달동안 빵과 계란, 샐러드만 받았습니다.

보호소 당국은 우리 건강에 신경쓰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극심한 통증을 느끼지만 진통제만 겨우 제공받을 뿐입니다. 보호소 당국은 우리를 [외부] 병원에 데려갔을 때 우리가 의사에게 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보호소 당국이 우리 문제를 의사에게 말합니다. 보호소 당국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의사가 말하게끔 하지도 않습니다. 의사가 우리의 건강이 안 좋다고 하면 보호소 당국은 의사에게 우리가 구금돼 있고 난민 신청자여서 돈을 낼 수 없다고 합니다. 의사는 우리가 얼마나 아픈지 고려하지 않고 약을 줍니다.

제 건강도 나날이 나빠지고 있습니다. 보호소 당국이 저를 외부 병원에 데려갔는데, 의사는 제 건강이 좋지 않아서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보호소 당국은 저를 밖으로 데려갔고 의사에게 아무 약이나 주라고 했습니다. 보호소 당국은 제가 매일 밤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릅니다. 그 약은 효과가 없었습니다. 제가 불평하자 보호소 당국은 진통제를 줬습니다.

보호소 안에서 소란이라도 피우면 보호소 당국은 우리를 독방에 가둘 것입니다. 그곳은 TV도 없고 전화기도 없고 샤워실도 없습니다. 어떤 때는 3일, 5일, 혹은 7일 동안 수갑을 채울 것입니다. 그리고 나쁜 사람이라고 꼬리표를 붙일 것입니다.

때때로 보호소 당국은 보호외국인의 영상을 찍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보호외국인이라는 낙인을 찍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어느 누구도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묻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 합니다. 아무도 우리를 신경쓰지 않습니다. 우리가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위해 목소리 내 줄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아프고 고통을 당하고 있음에도 우리는 외국인이고 난민 신청자이기 때문에 우리를 돕거나 지지해 줄 사람이 없습니다.

우리가 외국인이거나 난민 신청자일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사람입니다.

우리는 도움을 바랍니다. 사람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알려 주십시오. 우리는 절실히 도움이 필요합니다.

감사합니다.

난민 신청자 F 씨 - “지금 저는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습니다.”

제 이름은 F입니다. 저는 거의 7개월 동안 화성 외국인 보호소에 있습니다. 여기서는 다음과 같은 어려운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건강, 보호소의 시설, 보호소의 음식.

저는 개인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참아 왔으나 의학적 치료가 필요해졌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치료 받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누군가가 아프다고 하면 [보호소 내] 병원에서 진통제만 줍니다. 하지만 진통제는 인내에 대한 해답이 아닙니다.

보호소의 음식 상태도 좋지 않아서 식사할 때마다 변비약을 먹어야 했습니다. 변비약을 복용하지 않을 경우 며칠 또는 몇 주, 몇 달 동안 화장실을 못 갔습니다. 그래서 보호소 내 모든 구금자는 변비약을 사용했고, 변비약은 부작용도 낳았습니다.

보호소의 시설에 관해서도 여러 사람들이 [불만을] 얘기합니다.

제 경우에는 알러지가 있어서 비누와 바디로션 등 다양한 제품을 사용하지 못합니다. 여기서 오랫동안 있으면서 스트레스가 많아 정신적 피해 또한 상당했습니다.

저는 이 편지를 한국 사회에 보내고 싶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관계로, 제 영어가 서투르다는 것에 먼저 양해를 구하고 싶습니다.

이 편지를 읽는 당신께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은, 제 삶에 대해 오해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구금됐다는 것입니다. 저는 가정적인 사람이며 인생에서 성공을 이루고 싶다는 꿈을 품어 왔습니다. 저는 공부를 좋아하고, 모든 한국 사람들이 나쁘지는 않다는 것을 압니다. 저는 좋은 사람들을 만나 봤고 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제 상황에 대해 많은 오해가 있었으며 저는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아직 이곳(외국인 보호소)에 있습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처럼 꿈이 있습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저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저는 ...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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