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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요금, 우윳값 인상:
정부가 “착한 적자”로 생필품 가격 보조해야

10월 1일부터 전기 요금과 우윳값이 인상된 데 이어, 연말에는 가스 요금도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코로나19와 경기 침체, 집값 상승으로 노동자·서민의 삶은 어려워졌는데, 생필품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삶이 더욱 팍팍해지게 됐다.

전기 요금은 10월 1일부터 킬로와트시당 3원 인상됐는데, 4인 가구 사용량 기준으로 월 1050원 오를 예정이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서울우유 1리터 가격이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오르는 등 우윳값도 4~6퍼센트 정도 올랐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 전기 요금 미납으로 인한 전기 공급 정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미진

전기 요금과 우윳값이 오른 것은 국제 석유 가격 급등 때문이다. 올 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봉쇄가 해제되고 석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반면 오펙(OPEC, 석유수출국기구) 등 석유 생산 국가들은 그동안 석유 가격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메우기 위해 석유 생산량을 조금만 늘리고 있어서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이에 따라 휘발유, 경유 등이 올해에 20퍼센트 넘게 올랐을 뿐 아니라 다른 제품들의 가격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석유 가격 인상과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들도 가격이 대폭 상승했고, 곡물·사료 가격도 올라 우유 생산비도 늘어났다.

도시가스, 지하철·시내버스·철도·택시 등 대중교통, 상하수도, 종량제 봉투 요금 등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예컨대, 코레일은 코로나19로 여객 수요가 줄면서 지난해 1조 3427억 원의 적자를 냈고, 올해도 1조 원대 적자가 날 상황이어서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공공요금과 생필품 가격이 오를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연말까지 공공요금을 최대한 동결할 것”이라며 공공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내년 대선에 악영향을 줄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의 요구로 전기 요금이 오른 데 이어, 11월 도시가스 요금 인상도 검토될 예정이다. 연말에는 기후환경요금을 올려 또다시 전기 요금을 인상하려고 한다.

연료비 연동제

정부와 한전은 그동안 적자를 감수하며 전기 요금 인상을 막아 왔지만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한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이미 올해 2~3분기부터 전기 요금을 올려야 했지만 서민 부담 상승을 고려해 전기요금을 동결해 왔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시가스도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기·가스·수도 같은 공공 서비스 요금을 연료비에 연동해 변경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런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들은 정부가 지원해 적자를 메꾸고 노동자·서민에게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마땅하다.

우파들은 전기 요금 인상이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며 정부를 비난하고 있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문재인 정부 들어 2018년부터 핵발전 용량과 핵발전량 모두 꾸준히 증가해 왔다. 고리1호기, 월성1호기는 폐쇄됐지만, 그보다 용량이 큰 신고리 3, 4호기가 가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배신 중 하나가 바로 탈원전 포기이다.

게다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비용을 기후환경요금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자들에게 청구하려는 정부의 정책도 문제다.

평범한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전기를 생산해야 할지 결정할 권한이 전혀 없다. 기업 경쟁력을 위해 화석연료를 태워 값싸게 전기를 생산해 온 정부와, 그 전기를 막대하게 소비해 이득을 챙겨 온 거대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대는 게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정의당이 빈곤층에 대한 전기 요금 지원을 요구하기는 했지만, 연료비 연동제나 기후환경요금 인상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을 비판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기후 위기의 책임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정부 정책을 비판하지 않는다면 기후 위기에 맞서는 운동을 건설하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정부는 우유와 같은 생필품 가격 인상도 방치하고 있다. 낙농가들이 사료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우유 가격 인상을 요구하자, 정부는 낙농가들더러 손해를 감수하라고 협박만 할 뿐이었다.

결국 낙농가들이 공급하는 우유 가격을 리터당 21원 올리자(926원에서 947원으로), 유업체들은 우유 소매 가격을 200원 가까이 올리고 있다.

우유 같은 생필품은 가격을 낮추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지원을 할 의지가 없다. 이미 해외의 저렴한 우유가 대거 수입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 유럽연합(EU)과의 FTA에 따라 2026년부터 우유·치즈 관세가 사라져 더 저렴하게 유제품이 수입되길 기다릴 뿐이다.

그러는 사이 노동자·서민은 치솟는 우유 가격으로 부담이 늘어날 뿐 아니라, 값싼 해외 우유와 경쟁해야 하는 낙농가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필수 공공 서비스와 생필품 가격을 시장의 변동에 내맡기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든다.

정부가 ‘착한 적자’를 감수하며 더 많은 투자와 보조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