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장덕준 산재사고 1년:
“아들의 친구들이 아직 쿠팡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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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오늘,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야간 업무를 하던 장덕준 씨는 새벽 퇴근 후 샤워도 마치지 못한 채 심장이 멈췄다. 그는 냉난방 설비가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주 62시간, 근육이 녹아내릴 정도로 심각한 고강도 노동에 시달렸다. 1년 4개월간 쿠팡에서 일하던 27세 청년 노동자가 그렇게 목숨을 잃었다.
아들의 출근을 말리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유가족들은 국회를 찾고 기자회견을 열고 아들의 죽음의 원인을 직접 찾아 나섰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2월 장덕준 씨의 죽음을 과로 등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산재로 인정했다. 근무일지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쿠팡을 상대로 유가족들이 싸운 결과였다.
그런데 산재 인정 후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는 쿠팡의 약속은 말뿐이었다.
지난 5월 유가족들은 “살인기업 쿠팡을 처벌하라”는 글귀가 새겨진 직접 제작한 차량을 타고 전국을 다니며 아들의 죽음을 알렸다. 떠나간 아들을 대신해 다시는 덕준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달려왔다. 그렇게 1년이 흘러, 고 장덕준 씨의 유가족들은 다시 국회 앞에 섰다.
“저희 유가족은 생업을 포기한 채 지난 일년의 시간을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재발방지 대책을 회사에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는 회사 대표가 한 그 약속을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도 덕준이의 친구들은 생명을 담보로 한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1년이 지났지만 쿠팡은 재발 방지 대책은커녕, 유족들에게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되레 ‘혁신’이란 이름으로 계속해서 노동자들을 야간 노동과 속도 경쟁 속에 갈아 넣었다.
냉난방 설비가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자들은 “우리는 로켓이 아니라 사람”이라며 절규했다. 그렇게 무려 9명의 노동자가 쿠팡에서 목숨을 잃었다. 노동자를 쥐어짜 온 쿠팡은 매년 사상최대 매출을 갱신하며 2018년 10조 원이던 기업 가치가 올해 79조 원이 됐다.
유가족들은 쿠팡의 행태를 방치하는 정부를 향해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회사를 정부는 언제까지 지켜 보기만 할 겁니까? 오늘 하루를 먹고 살아야 하는 노동자들은 누굴 믿고 버텨야 합니까?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노동 환경을 탓하는 게 아니라 노동자의 과실로 몰아 버리는 이 이상한 곳에서, 노동자들의 권리조차 말할 수 없는 이 이상한 곳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우리의 가족들은 누굴 믿고 살아야 합니까? 20대 건강한 청년이었던 덕준이가 자기 몸을 희생하며 보여 준 열악한 노동환경을 언제까지 눈 감고 귀 막고 모른 척 하실 겁니까?”
아들의 친구들이 여전히 그곳에서 일하고 있다며, 유가족들은 쿠팡과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