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감소는커녕 역대 최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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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 규모가 역대 최대인 것으로 드러났다(806만 6000명). 통계청 조사 결과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전체 노동자 중 비정규직 비중도 대폭 늘었다. 2016년 임금근로자의 32.8퍼센트였는데, 2021년에는 38.4퍼센트가 됐다.
정부는 2019년부터 통계에 반영되지 않았던 기간제 규모가 반영돼 그 이전과 증감을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고 말하지만, 2019년 이후로도 비정규직은 계속 늘었다.
실제 비정규직 규모는 이보다 더 크다. 민주노총은 “장기 임시와 사내하청 등이 정규직으로 오분류되고 특수고용 노동자가 개인사업자로 오분류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비정규직은 1000만 명을 넘어선다”고 지적했다.(2021년 10월 27일 민주노총 논평)
임금, 퇴직급여·유급휴가·시간외수당·상여금 수혜율 같은 노동조건도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체 비정규직의 최근 3개월(6~8월) 월평균 임금은 176만 9000원으로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시간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수준이 열악하다. 비정규직의 퇴직급여 수혜율은 42.7퍼센트고 유급휴가·시간외수당·상여금 수혜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정부는 그나마 사회보험 가입률이 늘었다고 부각하지만, 2016년과 비교해 고용보험·건강보험 가입률은 각각 10퍼센트, 5퍼센트 늘어 두 명 중 한 명꼴로 가입된 정도다. 국민연금 가입률은 38.4퍼센트에 불과하다. 여전히 상당수가 사회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비정규직 이제그만’과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10명 중 6명이 ‘이번 정부가 비정규직을 배신’했다고 응답한 것을 봐도 노동자들 사이에 불만이 상당하다.
그런데 우파와 사용자 언론들은 비정규직이 늘어난 원인이 정규직 해고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규직 고용을 유연하게 만들어야 사용자들이 정규직 채용에 부담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와 정규직화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해 온 자들이다. 비정규직의 조건 개선도 반대하면서 그저 정규직 노동자 공격의 알리바이로 비정규직 확대를 들먹이는 것이다.
배신
비정규직 증대와 열악한 처우는 정부가 거듭 약속을 배신한 결과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정부의 후퇴와 외면 속에 완전히 파탄 났다. 시작부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이 아예 대상에서 제외됐다. 일부 전환된 노동자들 역시 여전히 처우가 달라지지 않아 ‘허울뿐인 정규직’이라는 불만이 팽배하다.
그뿐만 아니라 정부가 앞장서 비정규직을 계속 늘려 왔다. 요양·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분야 일자리를 비롯해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단기 공공 일자리를 대폭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방역과 의료를 비롯해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력 충원이 절실했지만, 정부는 재정 압박을 이유로 정규직 충원에는 매우 미흡했다.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축소를 마중물 삼아 민간 부문까지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약속 역시 공수표였다. 심지어 정부는 법원 판결보다 못한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내렸고, 그조차 솜방망이여서 사용자들을 강제하는 데 실효성이 별로 없었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추진한 자회사 전환은 민간 사용자들이 불법파견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기도 했다.
최저임금 1만 원 약속 파기와 인상 억제,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직무급제를 확대 등도 비정규직의 조건 개선을 억누르는 조처였다.
플랫폼과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외면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는 ‘노동 존중’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노동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노동자들은 외면해 버렸다. 일부 플랫폼·특고 노동자들이 지난한 투쟁 끝에 노조를 인정받긴 했지만, 노동기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고,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도 받지 못한다.
최근 정부는 플랫폼종사자법을 제정해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노동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자들도 이 법안이 노동자성 부정을 정당화하는 법안이라며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기만과 배신은 지난 5년 내내 계속됐고 더 노골적이 됐다.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도 계속됐다.
지금도 여러 공공기관의 콜센터, 가스·발전사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열악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공무직(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의 항의도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