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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집회:
이주노동자 조건 개선 않는 정부에 항의하다

“우리도 사람이다, 노동자다” 올해로 21년째를 맞은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기념하며 12월 19일 서울 보신각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인종차별 철폐, 모든 이주민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12월 19일 보신각에서 ‘2021년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기념 집회’가 민주노총, 이주노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주최로 열렸다.

이주노조와 대구의 성서공단노조 등에 속한 이주노동자들과 연대 단체 활동가들 등 100여 명이 참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이주노동자 집회였다.

12월 1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이다. 한국의 이주노동자들은 해마다 이 날에 즈음해 행사를 열어 자신들의 요구를 알려 왔다.

또, 12월 20일은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 씨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한파 속에 사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이에 이날 집회의 1부는 속헹 씨 추모제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속헹 씨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전히 바뀌지 않은 현실 지난해 12월 한파 속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사망한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속헹 씨를 추모하고 있다 ⓒ이미진
올해로 21년째를 맞은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기념하며 12월 19일 서울 보신각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인종차별 철폐, 모든 이주민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속헹 씨 사망 후에도 문재인 정부는 땜질 처방만 내놨다. 그 결과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현실이 별로 바뀌지 않았다. 생전의 속헹 씨처럼 농장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노동자들의 발언은 이를 잘 보여 줬다.

“사장이 저에게 제공한 숙소는 외양간 옆 컨테이너입니다. 난방이 없고 씻을 때 온수가 안 나옵니다. 비가 내리면 천장에서 물이 새서 바닥에서 잠을 못 자고 해먹을 묶어서 자야 해요.”(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사렛 씨)

“한 방에 2~3명 살았어요. 계약서에는 숙소비가 [한 사람 당] 14만 원인데, 사장이 28만 원을 내야 한다고 우기면서 다른 계약서에 서명하라고 강요했어요.”(캄보디아 출신 노동자 사왓 씨)

정부는 사용자가 이주노동자의 통상임금에서 숙식비 명목으로 8~20퍼센트를 공제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래서 사용자들은 이토록 형편없는 숙소를 제공하고도 터무니없는 액수의 숙식비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이 지침이 하루 빨리 폐기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고용허가제 폐지도 집회의 주요 요구였다.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변경을 극도로 제약해, 이주노동자를 사용자에게 종속시키고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어렵게 만든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건강과 안전도 위협한다고 비판했다.

“내국인에 비해 이주노동자의 산재사망율이 세 배 가까이 높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장에서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또 이런 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주노동자가 개별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올해로 21년째를 맞은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기념하며 12월 19일 서울 보신각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인종차별 철폐, 모든 이주민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성서공단노조 차민다 부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차민다 성서공단노조 부위원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고통을 전했다. 올해 10월 말 기준 미등록 이주민은 39만여 명으로 전체 이주민의 20퍼센트에 이른다.

“오늘 이 자리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 많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 미등록이 되면 출입국의 단속 때문에 늘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일이 없으면 이주노동자, 특히 미등록 이주노동자부터 해고합니다.

“지금 한국에 이주노동자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없이 공장이나 농촌이 굴러갈 수 있습니까? 힘들게 일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모두 비자를 주면 됩니다.”

“최저임금쟁이”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5년째 통번역사로 일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소속 결혼이주여성도 발언했다. 이 센터는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으로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데, 다문화가족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통번역사와 같이 센터에서 이주여성들이 주로 일하는 부문은 ‘특성화 사업’으로 분류돼, 내국인과 달리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만 받고 호봉제를 적용받지 못한다고 한다. 또 어떤 곳에서는 각종 수당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떤 [통번역사] 선배가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통번역 선생님들은 최저임금쟁이들이다!’ … 우리는 여가부의 [사업] 대상자를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여가부의 인정을 못 받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집회 후 종로와 세종대로를 거쳐 청와대까지 힘차게 행진하며 정부의 정책들에 항의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와 숙식비 강제 징수 지침을 폐기해야 한다.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 합법 지위를 부여하고, 임금 차별을 해소해 이주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올해로 21년째를 맞은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기념하며 12월 19일 서울 보신각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인종차별 철폐, 모든 이주민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소속 이주여성노동자와 필리핀공동체 카마사코 소속 노동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진
인증샷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집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가 손팻말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진
올해로 21년째를 맞은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을 기념하며 12월 19일 서울 보신각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집회를 열고 인종차별 철폐, 모든 이주민의 권리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를 마친 이주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를 마친 이주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Down Down EPS”(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이주노동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를 마친 이주노동자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이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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