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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사찰’ 공수처 — ‘검찰2’에 불과함이 드러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정부·여당에 비판적 보도를 한 기자 120여 명과 윤석열을 포함한 국민의힘 정치인 80여 명 등 현재까지 수백 명의 통신 자료를 무더기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다.

통신 이용자의 인적사항이나 통신 내역을 들여다본 것인데, 특히 기자들의 통신 내역을 조회한 것은 정부 비판 보도의 출처(취재원)를 찾아내려 한 것이다.

한 예로, 공수처는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공수처에서 ‘황제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한 기자의 통신 내역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조회했다. 국가기관 내 인물(심지어 공수처 내부)일 가능성이 큰 제보자를 추적하려 한 것이다.

이렇게 취재원을 압박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 침해다. 기자는 공수처 수사 대상도 아니다!

이번 사건은 공수처가 검찰개혁이나 정치적 중립은커녕 집권세력의 정적 견제 수단이자 국가기구 통제·단속 수단으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 준다.

2020년에 본지는 공수처 설치를 앞두고 이렇게 지적한 바 있다. “본질적으로 공수처는 진보 개혁과는 상관없고 민주당이 만드는 검찰2에 불과하다. 노동계급에게는 지지할 이유가 없는 또 하나의 억압기관일 뿐[이다.]”(관련 기사: ‘공수처 설치는 진보적 개혁과 아무 상관 없다’, 330호)

위선

문재인 정부는 검찰의 권력 오남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공수처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보여 주듯이, 공수처는 기존 검찰과 하등 다를 바 없이 권력을 오남용하는 억압 기구로서의 구실을 수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권력을 공수처와 경찰로 분산함으로써 권력 기관의 본질적인 억압성을 개혁할 수 있을 것처럼 굴었다. 그러나 그것은 허상이었고, 진정한 목적이 다른 데(문재인 정부 요인들의 부패 의혹 수사 방해하기)에 있는 위선이었다.

가령 통신 조회를 수행한 공수처 수사과의 상당수는 경찰에서 파견된 수사관들로 이들은 경찰에서 정보 수집(사찰) 임무를 맡고 있던 자들이다.

한 해에 500만 건 넘는 통신 조회가 이뤄질 만큼, 통신 사찰은 검찰·경찰·국정원이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방대한 사찰 정보 수집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따라서 26년간 검찰에 몸담았으며 총장까지 올랐던 윤석열이 “공수처가 게슈타포나 할 일을 하”는 “미친 사람들”이라며 핏대를 세우는 것은 뻔뻔한 위선이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재직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현 수사정보담당관실)에 의지했고 그 부서와 관련된 고발 사주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 부서는 (경찰이나 국가정보원에 버금가게) 악명 높은 검찰의 사찰 부서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범죄정보과의 후신이다.(관련 기사: ‘검찰의 판사 정보 문건을 어떻게 봐야 할까’, 346호)

검찰, 경찰, 정보기관 등 자본주의 국가의 억압 기구는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지만 결코 민주화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는 자본가 계급의 지배를 실행하는 그들의 가장 효과적인 정치 조직이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민주주의와 사회주의’, 399호)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위선과 공수처에 대한 환상은 이제 그 볼품없는 실체를 다 드러냈다. 진실은 민주주의 확대를 자본주의 국가에 의탁해서는 얻을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모든 민주적 권리는 피억압 대중이 더 나은 삶과 해방된 사회를 위해 스스로 투쟁할 때 비로소 실질화되고 확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