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
스포츠 행사는 어떻게 제국주의의 무기가 됐는가

※ 관련 〈노동자연대TV〉 동영상 보기: [시사/이슈 톡톡] 베이징 동계올림픽 보이콧, 어떻게 봐야 할까?

미국·영국·호주를 비롯해 점점 많은 나라들이 제국주의적 동기에서 시작된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들이 선언한 ‘외교적 보이콧’이란 2월에 열릴 올림픽에 선수단을 참가시키되 정부 대표단은 보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 최초로 지난달 보이콧을 선언했다. 중국 당국이 위구르인(대부분은 무슬림이다) 100만 명 이상을 신장 자치구 서부에 있는 억압적인 ‘정치 교육’ 수용소에 가둬 놓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강제 노동, 숨막히는 감시, 고문 방식 등은 이미 널리 보도된 바 있다.

중국은 처음에 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했다가 나중에는 이를 인정했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 유린을 비난하고 미국의 동맹국들도 하나 둘씩 여기에 가세하고 있지만, 이것은 위선이다.

이 국가들은 저마다 고문을 벌이는 수용소나 학살, 군사 점령에 연루된 역사가 있다.

제국주의

제국주의적 힘 싸움에 지나지 않는 이 보이콧을 지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위구르인이 받는 억압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위구르인 단체들이 스스로 보이콧을 촉구한다면 사회주의자는 이를 간단히 일축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미국과 중국 제국주의 둘 다에 반대하고 맞서 싸우는 것이 가능하고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해야 한다.

위구르인 억압을 명분으로 내세운 올림픽 보이콧은 제국주의적 힘겨루기에 불과하다 ⓒ출처 베이징올림픽조직위

스포츠가 정치나 국제적 갈등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현대의 올림픽은 언제나 정치적이었다. 올림픽은 제국주의적 경쟁에 대한 대중적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소프트 파워”를 과시하는 무대로 활용됐다.

급진적 작가인 조지 오웰은 애국주의·민족주의가 언제나 주요 스포츠 행사의 중심에 있다고 지적했다.

올림픽 조직자들은 필시 “세계인들의 단합”을 운운할 테지만, 각국 지배계급들은 국제 스포츠 행사가 인류의 우애가 아닌 애국주의와 경쟁심을 고취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과거에도 올림픽은 여러 차례 보이콧에 직면했다.

아래로부터의 저항 때문에 1976년에는 29개국이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을 보이콧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뉴질랜드의 올림픽 참가를 제재하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였다. 한 해 전 뉴질랜드는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체제 때문에 국제 스포츠 교류에서 배제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친선 럭비 경기를 벌여 반발을 샀다.

미국과 영국은 이 보이콧에 전혀 동참하지 않았다. 두 나라는 1968년 멕시코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사살했을 때에도 멕시코시티 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았다.

지배계급은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신에게 득이 될 때에는 얼마든지 스포츠를 이용했다.

가장 참여가 활발했던 올림픽 보이콧은 1980년 소련이 개최한 모스크바 올림픽에 대한 보이콧이었다. 이 올림픽에는 미국의 주도로 65개국이 불참했다. 그 이유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이었다.

미국 지배계급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걱정해서 그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20년 후에 벌어진 일을 봐야 한다.

2001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아프가니스탄을 파괴하고 극도의 빈곤에 빠뜨려 놓은 채 미국이 떠난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대기근의 위험에 처해 있다.

동기

미국이 주도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보이콧의 진정한 동기는 경제적이고 지정학적인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자국의 세계적 패권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로 본다.

이 보이콧은 위구르인들이 해방을 쟁취하는 데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서방이 중국과의 갈등을 더 첨예하게 끌고 갈 태세가 돼 있음을 과시하는 제국주의적 목적을 위한 것이다.

올림픽 보이콧이 진정한 변화에 이용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대중적 압력이 행사될 때 뿐이다.

1968년에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하의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배제하지 않으면 올림픽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올림픽에서 배제됐다.

억압받는 위구르인들의 해방은 그들 스스로의 저항과 반란으로만 성취될 수 있다.

해방은 미국 정부가 위구르인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