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공정수당’은 비정규직 차별 해소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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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쟁점에 대해 별 말이 없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최근 ‘공정수당’을 꺼내 들었다. 이는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보상 지급을 골자로 한다.
불안정한 일을 하는 비정규직이 돈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는 말은 언뜻 급진적으로 들린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공정수당’은 비정규직 차별을 개선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는 회피하는 것이다.
공정수당의 모태는 이재명이 경기도지사 시절에 도입한 ‘고용 불안정 보상수당’이라 할 수 있는데, 본지는 이 정책의 한계를 비판한 바 있다.(관련 기사: 331호, ‘이재명 지사의 “단기 비정규직에게 더 많은 임금” 제안: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 하지만 규모와 수준이 기대에 미치진 못한다’)
우선, 고용 불안정을 보상한다는 거창한 말과 달리 그 보상 수준이 너무 미미하다. 현재 경기도에서 시행되는 고용 불안정 보상수당은 6개월 기간제가 퇴직할 때 98만 원, 1년 기간제가 퇴직할 때 129만 원을 지급한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0~16만 원을 수당으로 받는 셈이다. 이 정도로는 계약 만료 후 한 달 생활비도 안 된다.
고용 유연성
이재명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다 만드는 것이 정의가 아니”라고 본다. 공정성 논란을 의식하는 것이다. ‘공정수당’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한편, 여기에는 기업 입장을 고려해 고용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도 전제돼 있다. 실제로 이재명은 공정수당이 고용 유연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고용 유연성은 비정규직의 열악한 조건과 떼려야 뗄 수가 없다. 불안정에 대한 ‘보상’이라는 접근이 근본적 한계를 갖는 이유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잦은 재계약과 업체 변경 등을 겪으면서 악조건을 강요받는다. 사용자들이 법적 책임과 의무도 회피하기 쉽다. 고용이 불안정하면 노동자들이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도 쉽지 않다.
공정수당이 전제하듯이 비정규직 일자리가 모두 임시적인 것도 아니다. 적잖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상시적으로 필요한 업무에 투입되지만 불안정한 고용 형태로 인해 차별과 저임금에 시달린다. 따라서 그들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것이 공정에 부합한다.
사실상 이재명의 공정수당은 비정규직에게 돈을 아주 약간 더 주면서, 조건 개선에 훨씬 더 도움이 되는 정규직화를 사용자들이 회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파산하면서, 일부 노동자들은 이재명에게 기대를 걸었을 수 있다. 이재명이 경기도지사 시절, 문재인 정부가 포기한 민간위탁 부문에서 일부 직접고용을 추진한 적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지금까지 노동계가 요구해 온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해 입장을 내놓은 바가 없다. 이번에 공정수당을 제시한 맥락과 근거는 되레 이런 노동계 요구들과 사실상 대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