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비조합원 택배 노동자들도 투쟁에 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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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중인 울산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가 자신의 현장에서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이 공동 투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보내 왔다.
2021년 12월28일 사회적 합의 일방적 파기! 또다시 현장의 과로사가 유발될 수 있는 별도 부속합의서를 전면 거부하는 CJ대한통운 택배 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이 전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변 택배 동료 노동자들(비노조) 또한 불안감 가득한 날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장 자신의 생계를 끊는 파업 대오에 참가하기 쉽지 않은 현실적 어려움 속에 그들의 고민도 있었을 것입니다. 노조와 비노조의 입장을 확인하는 안타까운 나날의 연속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별도 부속합의서의 파급력은 현장에서 예상 외의 반응이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비조합원 현장 동료들이 농성 천막에 전례 없는 물품 지원을 했고, 어떻게든 함께하려 하는 것이 자그마한 참여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조합원들은 비조합원 동료들에게 현재 개인적으로 처해 있는 한계를 뛰어넘어 함께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그 결과 1월 6일 조합원·비조합원 할 것 없이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를 내지르는 첫 노동자 공동행동 집회가 파업 대오 두 배 만큼의 크기로 진행되었습니다. 투쟁의 대오에 앞장선 조합원들과 지지·응원하는 동료 택배 노동자들의 공동전선이 구축되었습니다.
서로 한계를 인정하고 각자의 주장을 이해하려는 모범적 투쟁의 초석이 마련되었습니다. 격일 또는 3일 간격으로 이뤄진 집회와 공동 간담회는 성공적이었고, 집회 도중 발언을 부탁하면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주었습니다.
어떤 동료 택배 노동자는 “노조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파업이 끝날 그날까지 응원합니다”라고 힘 있게 발언해주셨습니다. 또 다른 동료 노동자는 “제발 목소리를 내어 주세요. 현장이 많이 좋아진 건 사실 아닙니까? 제발 한 번이라도 좋으니 우리 다 함께 목소리를 냅시다”라고 현장의 다른 동료에게 호소하였습니다.
가슴 벅차고 동지라 부르지 못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또한 간담회에서는 각자의 많은 생각을 모아 갔고, 그 속에서 “모금을 전달하겠다”, “노조를 지지하는 차량 현수막을 달겠다”, “배송 중 조합원 소식지를 나눠주겠다”, “현장에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개선 상품(규격에 맞지 않는 상품)의 배송을 거부하겠다” 등의 여러 의견들이 모아졌습니다. 더욱이 동료 택배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한 의견이었다는 것이 더 의미 있다 할 것입니다.
의견은 행동으로 마음을 모아 주었고, 배송하기 전에 드렸던 소식지를 나눠 주는 인증샷 또한 주저하지 않고 찍어 보내 줬고, “나눠 드릴 소식지가 너무 적다. 더 없냐” 하는 동료들도 있었습니다. 현장 밖 배송 현장에서의 공동행동과 현장 안에서 고강도 노동 강도를 요구하는 개선 상품을 거부하는 실천 투쟁 또한 진행하고 있습니다.[개선 상품은 택배로 배달하기에 부피와 무게가 과중하거나, 규격에 맞지 않(아 수수료를 덜 받게 되)는 상품의 개선(반송, 합당한 수수료 지급)을 요청하는 것을 뜻한다.]
주저하던 동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참여를 하게 되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사측이 매일 확인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언론 매체를 통해 전해지는 일부 노조 흠집내기 기사는 식상한 사측의 방해 공작이라는 것을 보여 주는 일이며, 현장은 항상 어떤 방식으로든 어떤 크기로든 저항하고 있다는 것이 기정 사실인 것입니다.
비조합원 동료들은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설 명절 지나도, 자신의 수입이 줄어들어도, 지지와 응원을 보태겠다는 결심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 투쟁의 승리를 확신하고 또 함께하는 내일의 동지를 만났다는 것에 기쁩니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를 막기 위한 범국민적 참여가 필요합니다. 사회적 합의를 어긴 CJ대한통운은 국민들을 기만하고 사기 친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고, 택배 노동 환경에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국토부의 보여 주기 식 현장 실사 또한 택배 현장과 국민들에게 물음표만 안겨줄 뿐입니다.
설 명절 이후에도 강고한 총파업 대오에 국민들의 지지와 응원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