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 기고:
당진 현대제철소 노동자 485도 도금 포트에 빠져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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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노동자가 최근 일어난 끔찍한 산재 사망 사고에 대한 의견을 보내 왔다. 사용자들의 무책임은 물론이고 이해할 수 없는 강제 부검을 시도하는 검찰과 경찰을 규탄하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의 분노한 목소리가 가감 없이 전해지길 바란다.
또, 이 독자는 현대제철 사용자 측이 벌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에 대한 의견도 함께 보내 왔다. 지난해 현대제철은 불법파견 논란을 회피하려고 자회사를 만들어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강제 전환배치하고 자회사를 투입하려고 한다(공정 조정). 이에 맞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도 함께 싣는다.
충남 당진 현대제철 냉연공장에서 3월 2일(화) 새벽 5시 50분께 도금용 용액(아연)을 녹이는 가로·세로 3미터, 깊이 5미터의 포트(용기)에 노동자(최ㅇㅇ/58세/별정직)가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포트는 고체 상태의 금속을 액체 상태로 녹이는 용기인데, 강판 도금을 위해 고체인 도금 물질을 고온으로 녹여 485도의 액체 상태로 담고 있는 용기이다.
재해자는 포트 근처에 쪼그려 앉아 액체 상태의 찌꺼기를 금속 도구로 걷어내는 작업을 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재해자가 작업하던 위치와 도금 포트 사이의 턱이 한 뼘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좁아,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쉬운 것으로 보인다.
사망 사고와 관련해 작업장 안전 조치가 미흡했다는 주장과 2인 1조 근무 요구가 수차례 있었지만 묵살됐다고 한다. 내가 하는 현장 점검 업무도 2인 1조로 해야 하지만, 사용자들은 이 작업을 혼자 하도록 만들고 있다.
위험의 외주화 법 위반 피해
이번 중대재해는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별정직을 위험한 공정에 투입해 벌어진 것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반드시 적용돼야 할 중대한 사건이다.
도금 작업은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될 당시 ‘도급’을 금지할 정도로 유해한 작업이다. 하청업체에 공정을 맡겨 ‘위험의 외주화’를 하지 말고, 설비를 운영하는 사업주가 공정을 직접 관리하며 안전을 확보하라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다.
2020년 1월에는 산안법이 위험 공정(도금 공정 포함) 외주화(하도급, 파견노동자 포함)를 할 수 없도록 개정됐다.
그러나 현대제철 사용자 측은 법망을 피하려고 사고가 난 공정에 사내하청 도급을 줬다가 ‘무기계약직’ 형태로 별도 채용해 운영해 왔다. 정규직도 비정규직도 아닌 별정직이라는 직군을 만들어 위험 공정에 투입을 한 것으로, 집중 조사가 필요하다.
유족 동의 없이 강제 부검 시도하는 검·경
사망하신 노동자가 모셔진 빈소에 유족의 동의 없는 강제 부검을 강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금속노조 충남지부 그리고 현대제철하이스코지회 노동자들이 유족의 동의 없는 부검은 있을 수 없다며 새벽 6시 30분쯤 달려와 저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명백한 산재 사망 사고인데, 유가족의 동의없는 고인의 강제 부검은 용납할 수 없다.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은 3월 2일 노동자 시신에 대한 강제부검 영장을 발부하여, 3월 3일 시신이 모셔져 있는 당진장례식장에 운구차를 보내 고인의 시신을 빼돌리려 시도했다.
유가족은 “사고로 죽은 게 명백한데 부검을 왜 하냐”, “부검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항의했지만, 경찰은 항의하는 유가족에게 공무집행방해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하며 강제로 시신을 탈취하려 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명백한 산재 사망 사고이고 유가족이 반대함에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강제 부검을 강행하려는 검찰과 경찰은 너무나 비상식적이고 패륜적인 만행을 자행하는 것이다.
그들의 만행은 비난 받고 비판 받고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또한 현대제철 사측과 검찰과 경찰이 함께 이번 산재 사망 사고 책임을 덮고 축소·은폐하려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유가족의 반대에도 부검을 강요하며 명백한 산재 사망 사고를 낸 현대제철 사용자 측을 싸고도는 검찰과 경찰을 규탄한다. 사고 책임 덮는 부검은 중대재해 책임 은폐를 위한 것이다. 사용자들을 단호하게 처벌하라.
현대제철의 일방적인 공정 조정 거부한다
조합원들의 공정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2월 말 6개 협력업체의 폐업을 시작으로 악랄한 현대제철의 비정규직 탄압이 또다시 시작됐다.
지난해 8월 현대제철이 자회사(ITC) 설립과 13개 협력업체 폐업 강행으로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십수년간 일해 온 일터에서 쫓겨나 아직도 전적자(업체 이동자) 처우마저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제철이 6개 협력업체를 폐업시키며 또다시 일방적인 공정 조정을 시작했다.
비정규직지회의 입장은 확고하다.
우리 조합원들이 일하는 공정을 일방적으로 건드린다면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즉각적인 행동으로 맞설 것이다. 그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현대제철 사용자들에게 있음을 분명히 경고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비정규직지회의 계속된 거부 의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월 1일부로 일방적인 공정 조정을 자행했다. 2냉연 물류 공정에는 6개의 진행실이 있으며 총 인원 46명 중 31명의 조합원들이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제철은 납득할 수 없는 기준을 내세우며 일방적이고 무리한 공정 조정을 강행하고 있다.
또, 4차 전적 조합원들의 처우와 관련해 “자회사 지원자 및 자연 감소로 인한 공석 발생시 우선 재전적한다”라는 노사 간의 약속까지 저버리며 파국을 자초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더 이상 우리 조합원들의 일터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3월 1일부로 비정규직지회 지침에 따라 공정 사수 투쟁에 돌입했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이 시작되었다.
그 책임은 현대제철 사용자 측에 있으며 현대제철은 일방적인 공정 조정을 중단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와 비정규직지회와 협의해야 한다.
현대제철은 일방적인 공정 조정 중단하라.
현대제철은 공정 조정을 비정규직지회와 협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