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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사회주의자들은 말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 사회주의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다음은 3월 1일(한국 시각)에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이 개최한 같은 제목의 온라인 토론회를 녹취·번역한 것이다.

토론회에 참가한 로잘리는 러시아의 혁명적 사회주의 단체 ‘사회주의 경향’ 활동가다. 클레어 렘리치는 미국의 마르크스주의 단체 ‘마르크스21’ 회원이고, 지난해 11월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지내는 등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을 여러 차례 방문한 바 있다.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중앙위원장이자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의 저자이다. 의장을 맡은 토마시 텡글리-에번스는 동유럽 출신 사회주의자로,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의 온라인 편집자다.

〈소셜리스트 워커〉 온라인 편집자 토마시 텡글리-에번스 ⓒ출처 SWP TV

토마시 텡글리-에번스(이하 토마시): 안녕하십니까? 생방송 “우크라이나 전쟁 — 좌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보러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저는 〈소셜리스트 워커〉 온라인 편집자인 토마시 텡글리-에번스이고 오늘 온라인 토론회의 진행자입니다.

오늘[현지 시각으로 2월 28일] 아침, 러시아군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키예프로 진입했습니다. 지난주 러시아군의 침공이 시작된 이래 며칠 동안 폭격이 벌어지고 미사일이 떨어지고 외곽 지역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오늘 아침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대표의 협상이 시작됐지만, 협상은 공전할 공산이 큽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과 러시아의 제국주의 간 경쟁으로 갈가리 찢겨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무자비한 침공에 맞서 좌파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이 문제를 토론하려고 러시아의 사회주의자 로잘리를 초청했습니다. [로잘리가 속한] 러시아 ‘사회주의 경향’은 러시아의 반전 시위에 관한 소식을 보낸 바 있고, 그 소식은 〈소셜리스트 워커〉 웹사이트에서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 경제》의 저자이자, 최근 언론인 폴 메이슨과 날카로운 논쟁을 벌인 알렉스 캘리니코스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미국 ‘마르크스21’의 클레어 렘리치도 이 자리에 함께합니다. 클레어는 얼마 전 우크라이나에서 귀국했고 동유럽에 관해 꾸준히 글을 써 왔습니다.

우선 로잘리의 말을 들어 보는 것으로 토론을 시작해 보려 합니다.

러시아 사회주의자가 말한다: “제국주의 전쟁을 계급 전쟁으로”

러시아 ‘사회주의 경향’ 로잘리 ⓒ출처 SWP TV

로잘리: 네, 감사합니다. 반갑습니다, 동지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5일이 지났습니다. 지난 4일 동안 전쟁에 반대하는 활동가들이 거리에 나섰습니다.

경찰은 첫날에만 50개 도시에서 시위대 1800명을 구금했습니다. 그중에는 좌파와 사회 운동 활동가가 상당수 있었고, 정치학·사회학·문화 연구자도 있었습니다.

여러 직능 단체가 전쟁에 반대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습니다. 러시아의 철군을 요구하는 청원서가 돌았습니다. 오늘 들려온 소식에 따르면, 문화부 장관은 공개 서한에 연명한 사람들을 해고하라는 방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여기에 맞선 1인 시위들이 내일 준비돼 있습니다.

시위 자체는 자발적이고 사실상 조직돼 있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도시의 도심이나 광장에 스스로 모여들었습니다. 활동가들, 독립 언론인, 인권 단체들이 시위 시간을 알렸죠.

3월 6일에 큰 집회가 잡혀 있습니다. 시위가 더 조직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졌습니다.

활동가들은 시위 일정을 알리고 전쟁의 본질을 폭로하는 선전물을 배포했습니다. 이런 전술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그들과 상호작용해야 합니다.

지금은 2014년과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2014년은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도네츠크·루한스크 지방에 자기가 거느린 무장 집단이 통제하는 이른바 “인민공화국”을 세웠던 때입니다. 당시 러시아 사회는 러시아 정부의 행보를 대체로 지지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전해져 내려온 ‘크림반도 컨센서스’가 우세했죠. 당시 정부 지지율은 급격하게 올랐습니다.

반면 현재 러시아 사회는 두 진영으로 쪼개졌습니다. 군사 작전을 지지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으로요. 두 진영의 수는 대등하지 않고, 안타깝게도 군사 작전을 지지하는 수가 더 많습니다. 그러나 보수적인 러시아 사회에서 이는 커다란 전진입니다.

현재, 러시아의 공식 선전을 불신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작전에 반대합니다.

현재 시위에서는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러시아에 자유를” 같은 자유주의적 어젠다와 추상적인 구호가 지배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주의자들은 저항하는 대중 사이에서 조직적인 캠페인과 선전을 벌여야 합니다. 위기에 연루된 제국주의 국가의 노동계급은 추상적인 평화 구호를 외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자국 정부의 패배를 주장하고 “제국주의 전쟁을 계급 전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합니다.

이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활동하는 것으로 사회주의자들의 과제를 한정해서도 안 됩니다. 어느 편에 설지 아직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을 겨냥한 활동도 해야 합니다. 아직 망설이는 노동자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이런 활동을 해야 합니다.

국제적인 연대 운동도 건설해야 합니다. 두 제국주의 진영 모두에 타격을 가해야 합니다.

단결되고 조직된 노동계급만이 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전쟁이 아니라 계급 전쟁을! 인민들 사이의 전쟁에 반대한다! 계급 사이에 평화란 없다!

감사합니다.

토마시: 감사합니다. 러시아 사회주의자들과 러시아의 반전 시위에 연대를 표합니다.

“우크라이나 상황은 백척간두이지만 고무적인 자기 조직도 있습니다”

토마시:다음으로 클레어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얼마 전까지 우크라이나에 계셨다고 하셨죠. 거기 있는 분들과 연락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상황은 어떤가요?

미국 ‘마르크스21’ 클레어 렘리치 ⓒ출처 SWP TV

클레어 렘리치(이하 클레어): 네, 저는 지난해 11월까지 우크라이나에 있었습니다. 동유럽 문화사 강의를 하고 있거든요. 오는 7월에도 학생들을 데리고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예정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다민족적·다언어적 역사를 연구하기 위해서였죠. 심지어 2주 전에도 저는 학생들에게 ‘걱정 마, 7월에는 예정대로 우크라이나에 갈 거야’ 하고 말했습니다.

그만큼 지금의 위기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랬을 겁니다. 저는 그저 지난 몇 년간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하고 있던 도네츠크·루한스크를 러시아가 점령해 사태를 질질 끌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서 그곳 상황을 면밀하게 추적해 온 사람들조차 푸틴이 이번 침공에서 보인 대담함에 놀랐을 것입니다.

어쨌든, 저는 이바노프랑키브스크라는 작은 도시에 있는 공항을 통해 우크라이나로 입국했습니다. 불과 몇 달 전에 제가 있었던 그 도시가 지난주 목요일[2월 24일] 포격을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에 있는 제 친구들·동료들은 대부분 우크라이나 서부에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키예프나 하르키우처럼 포탄이 떨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중부·동부에 비하면 안전합니다.

그러나 키예프에도 제 친구가 있습니다. 지난 목요일에 통화한 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휴대폰 배터리가 10퍼센트밖에 남지 않았는데 전력도 없고 도시를 탈출할 수단도 없다고 했습니다. 저는 우크라이나 서부 도시 리비우에 그가 머물 곳을 마련해 뒀지만, 러시아군이 도로와 다리를 폭격하는 바람에 사람들은 도시를 빠져나가는 데 실질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민간인 사망자가 수백을 헤아립니다. 더 많지 않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에서 서방이 지원하는 이스라엘의 점령에서도 살아남고 서방과 러시아가 개입한 시리아 내전에서도 살아남은 이 친구가 과연 이번 전쟁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됩니다.

벼랑 끝에 두고 온 친구들을 걱정하는 것은 정말 괴로운 일입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인 친구들이 날마다 보내는 소식에 감동하고 감탄하기도 합니다. 저의 우크라이나인 친구들은 저마다 사람들을 더 안전한 도시로 데려다 주고 재워 주고 필요한 것을 제공해 주느라 밤낮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폭력의 현장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사람들을 도우려는 진정한 공동체 의식이 느껴집니다.

리비우에 사는 한 친구는 기차역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동부에서 벌어진 폭격 때문에 통금령이 내렸기 때문이죠. 그래서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얼음장 같은 역사 안에서 밤을 새야 했습니다. 그러다 결국 폴란드로 가는 데 성공했죠. 그러나 짐을 내려놓자마자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안전을 챙기러 우크라이나로 돌아갔습니다.

폴란드에 사는 제 친구들은 그룹 채팅방을 만들어 교통편을 마련하고, 집을 내어 주고, 생필품을 제공했습니다.

이처럼 상황은 백척간두이지만 민간인들을 보호하려는 고무적인 자기 조직도 있습니다.

“서로가 응전을 거듭하며 갈등을 고조시키는 논리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토마시: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알렉스 캘리니코스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지금 상황의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의 충돌을 추동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각 진영을 움직이는 동기는 무엇인가요?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의 저자 알렉스 캘리니코스 ⓒ출처 SWP TV

알렉스 캘리니코스(이하 알렉스): 질문에 답하기 전에 우선, 러시아 ‘사회주의 경향’ 동지의 말에 정말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들과, 더 넓게는 러시아의 반전 운동에 경의와 연대를 표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위대한 러시아 혁명가 레닌이 말한 “제국주의 간 충돌”입니다. 최전선(말 그대로의)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야만적인 공격이 벌어지고 있지만, 미국도 이 갈등의 중요한 당사자입니다.

며칠 전, 윌리엄 풀브라이트의 책 제목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 반대한 미국 정치인인 윌리엄 풀브라이트는 《강대국의 오만》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두 강대국, 러시아와 미국 모두의 오만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우선, 러시아 제국주의의 오만이 있습니다. 특히 푸틴의 연설이 이를 잘 드러냅니다. 푸틴은 탱크로 밀어붙이고 특수부대와 공수부대를 투입해서 순식간에 우크라이나를 정복하려 했죠. 그러나 사태는 그의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동시에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오만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이 직접 우크라이나 전쟁에 휘말리는 일을 피하려고 가장 강력한 금융 제재를 러시아에 가했습니다. 러시아의 중앙은행과 다른 큰 은행들을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사실상 배제시켰죠.

여기서 지적할 만한 점은, 미국이 국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과 달러가 세계 경제에서 하는 구실을 이용해 이런 방식을 점점 더 많이 취해 왔다는 것입니다. 어떤 점에서 보면, 미국이 제재라는 무기를 집어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죠.

어떤 면에서 제재는 폭력의 한 형태이기도 합니다. 물론 주거용 아파트를 폭격하는 것 같은,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폭력만큼이나 끔찍한 폭력은 아니지만 말이죠.

아마 서방은 제재를 러시아의 공격을 되받아치는 손쉬운 방책으로 여겼을 것입니다. 유럽연합은 2015년 그리스 정부를 상대로도 제재를 휘두른 바 있죠. 당시 그리스 정부가 긴축을 거부하자, 유럽연합은 그리스 은행 체계를 폐쇄시켜 항복을 강요했죠.

그러나 그리스와 달리 러시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력한 핵무기 강국입니다. 푸틴이 핵무기 체계의 경계 수준을 높이고 스위치를 켜 두라고 명령한 것은 아마 이런 금융 제재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서로가 응전을 거듭하며 갈등을 고조시키는 논리가 전개되고 있습니다.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죠. 이제 서방은 다음 스텝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직면했습니다.

이번 위기의 또 다른 측면은 이것이 세계적 수준의 쟁탈전이라는 것입니다. “유럽 전쟁”이라는 말이 많습니다. 사실이죠. 유럽에서 벌어지는 전쟁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이 갈등에는 전 세계가 엮여 있습니다.

금융 제재의 결과로 러시아는 그 제재의 압력을 버티려고 중국에 더 기대게 될 것입니다.

미국도 여기에 응수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전(前) 미군 함동참모본부장이 이끄는 대표단을 대만에 보냈습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합병하려 할 시, 미국이 대만을 지원해 주겠다고 대만 정부를 안심시키려 합니다.

이처럼 세계적인 수준에서 제국주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고 그 충돌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실로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제재에 반대해야 할 의무

토마시: 감사합니다. 다시 클레어에게 제재 문제에 관해 들어 보겠습니다. 얼마 전 미국이 제재로 러시아에 응수했을 뿐 아니라, 제재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좌파 진영 내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거든요.

클레어: 그렇습니다. 제재는 반전운동 내에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요구입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상식처럼 생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러시아 지배층이 금융적 불이익을 당하게 해서 그들이 벌이던 일을 멈추게 압력을 넣자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인 듯 보입니다. 이를 ‘비군사적 개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러나 제재가 정말로 그런 효과를 내는지는 엄밀히 따져 봐야 합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를 병합한 이래, 특정 올리가르히들에 대한 표적 제재를 여러 해 동안 받았습니다. 그래서 제재를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고, 그런 이유로 상당한 외환을 쌓아 왔습니다.

그리고 러시아에 대한 지난 8년간의 제재는 이번 전쟁을 막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지금 전쟁에 이르는 데 일조했죠.

그러나 제재 요구는 국내와 재외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만만찮게 다뤄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며칠 동안 인터넷을 샅샅이 뒤져 봤습니다. 제재가 긴장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이 된 사례가 하나라도 있는지 말이죠.

미국 코넬대학교에 바로 이런 것을 연구한 니콜러스 멀더라는 교수가 있었습니다. 멀더는 서방이 세계 곳곳에 가한 제재들을 매우 오랜 시간 연구한 끝에, 제재가 실제로 정치적 억지 효과를 낸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미국의 제재가 전쟁을 막는 데에 효과를 낸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전략

물론, 제재는 국제 분쟁에 대처하는 지배계급의 주된 전략입니다. 바이든과 그 밖의 미국 지배층이 제재를 선호하는 이유는 절대적인 필요가 제기되지 않는 한 군사적 개입을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여러 전쟁에서 패배했습니다.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패했죠. 그래서 그들이 제재 운운하는 것은, 실제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마치 우크라이나인들을 돕는 것처럼 보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봅니다.

서방에 있는 우리들은 제재가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지적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제재가 아무런 타격을 가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제재는 지배층만을 타격하지 않습니다. 그 타격은 평범한 사람들에게 쉽게 떠넘겨질 수 있습니다. 이란·이라크·베네수엘라·쿠바에서 바로 그런 일이 벌어졌죠.

러시아 경제는 명백히 그런 나라들보다 큽니다. 그럼에도 이번 주에 러시아에서도 제재의 영향이 나타났습니다. 환율이 추락했고 사람들은 현금 인출기 앞에 길게 줄을 섰죠. 러시아의 — 아마 대개 전쟁에 반대할 —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더 고달프게 만드는 것이 전쟁을 멈추는 데에 과연 무슨 도움이 될까요?

마지막으로 제재가 매우 선택적으로 적용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이는 서방 제국주의의 위선과 자기 이익 추구에 관해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러시아 경제는 거의 전적으로 에너지 부문인 에너지와 천연 자원 수출에 의존합니다. 그 수출의 대부분은 유럽으로 가죠. 유럽에서 소비되는 천연가스의 3분의 1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를 거쳐 옵니다. 독일이 소비하는 가스의 40퍼센트가 러시아에서 옵니다. 이 가스 공급(판매)을 차단하면 러시아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줍니다.

그러나 유럽연합의 핵심을 이루는 부국들은 러시아의 가스 수출에 대한 제재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랬다가는 국내에서도 커다란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제재를 통해 러시아에 맞서고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 한다는 말들이 많지만, 유럽연합의 강대국들은 사실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러시아와 상호 의존 관계에 있고, 그 관계가 위험에 처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 전체를 공격하는 걸까요?”

토마시: 시청자 질문이 들어왔는데요. “저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돈바스 지역을 병합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푸틴은 왜 우크라이나 전체를 공격하는 걸까요?”

알렉스: 많은 사람들이 놀랐을 것입니다. 저도 놀랐죠. 푸틴이 그렇게까지 나아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제가 앞서 말한 오만과 편집증을 반영하는 것 같습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라는 생각에 실제로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상황이 가하는 압력의 결과이기도 할 것입니다. 러시아가 자신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두 분리주의 지역만 장악한다 해도, 결국 우크라이나군과 응전에 응전을 거듭하다 전면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광적인 논리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키예프에서 저들을 끝장내 버리자. 키예프로 가자. 미국이 2003년 이라크의 바그다드에서 그랬던 것처럼 재빨리 키예프로 쳐들어가서 파시스트 괴물(그들은 우크라이나 정부를 제멋대로 이렇게 일컫습니다. 물론 그 정부는 우파 정부이지만 파시스트가 지배적이지는 않습니다)의 목을 따는 거다. 그들을 제거하면 꼭두각시 정권을 세울 수 있겠지. 그럼 만사형통이다.’

그러나 이런 속셈은 먹히지 않을 것입니다. 클레어가 잘 지적했듯이, 서부의 우크라이나인들은 동부보다 훨씬 더 민족주의적이고 점령 러시아군은 상당한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따라서 푸틴은 2003년에 미국이 이라크에서 겪었던 것과 같은 불리한 상황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과 러시아인들, 그리고 세계의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여러 면에서 나쁜 소식입니다.

클레어: 푸틴 같은 자의 머릿속을 상상해 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 같아요.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점령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알렉스가 지적했듯, 이는 대중에게 상당한 미움을 살 것이고 아래로부터 커다란 저항에 부딪힐 것입니다. 단지 서부 지역에서만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러시아와 문화적·경제적으로 더 밀접한 동부 지역 사람들도 최근의 공격으로 러시아에 더 등을 돌리게 됐을 것입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친(親)러시아 꼭두각시 정권을 세우려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현 젤렌스키 정부는 나토에 가입하려 하고 유럽연합에 가입하겠다고 추파를 던지는 등 친서방적이기 때문이죠. 그런 일을 방지할 누군가를 정부 수반에 앉히겠다는 거죠.

그러나 그런 목표를 얼마나 쉽게 달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미 도네츠크·루한스크 두 지역을 통제하고 있는데, 정확히 어떤 이유로 침공까지 감행했는지는 잘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어떤 위기감과 편집증이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나토는 세력을 계속 확장해 왔고, 러시아는 옛 위성국들 및 자신이 통제하던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크게 잃었습니다. 그리고 지지난해에는 러시아와 가장 가깝고 의존적 접경국인 벨라루스의 운명이 [대규모 반독재 항쟁 때문에] 불투명해지기도 했죠.

그래서 우크라이나가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이곳은 러시아가 서방에 내주지 않은 최후의 지역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러시아 지배자들은 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위기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푸틴이 이토록 빠르게 판돈을 올린 것은 놀랍습니다.

미국의 패배와 푸틴의 편집증

토마시: 최근 몇 년간 미국의 여러 경쟁국들은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힘이 상대적으로 쇠락하는 상황을 이용해 득을 보려 했습니다. 여전히 미국은 제일 가는 군사적 초강대국이지만 2000년대에 심각한 패배를 겪었죠. 미국이 겪은 패배, 특히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은 패배는 푸틴을 얼마나 대담하게 만들었을까요?

알렉스: 러시아와 중국 측 선전가들은 이제 미국은 끝났고 그들이야말로 새로 떠오르는 태양이며, 극우의 부상과 트럼프의 당선 등을 가리키며 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위기로 끝났다고 주장합니다. 이제 미국을 제쳐 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정서는 러시아보다 중국에서 더 강합니다. 푸틴이 침공 전에 한 연설은 매우 시사적입니다. 이 연설은 푸틴이 자신감 넘치는 것이 아니라 포위돼 있다고 느끼고 있음을 보여 줍니다. 비록, 미국의 취약성을 영악하게 이용해 러시아 제국주의의 이득을 취하고, 사하라 이남 지역에 용병을 보내 영향력을 키워 왔지만 말이죠. 본국과 가까운 “접경국”에서 푸틴은 오히려 압박감을 느낍니다.

이 점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이는 미국 행정부들이 잇달아 저지른 제국주의적 실책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푸틴의 전임자인 보리스 옐친은 1990년대에 나토에 가입시켜 달라고 했다가 정중한 거절을 들었죠. 푸틴도 막 부상하여 대통령이 됐을 때 — 그때 미국은 아마 조지 W 부시 행정부였을 텐데 — 나토에 가입을 요청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습니다.

푸틴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는 나토에 끼지도 못하고 크림반도 문제로 G7에서 쫓겨났습니다. 그리고 서방은 점점 가까이 엄습해 오고 있었죠. 그런 와중에 서방은 나토에 가입하고 싶어하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 중 어느 것도 푸틴의 침공을 정당화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이는 서로가 서로를 두려워하면서도 경멸하는 상황을 자아냈고, 이런 상황은 지배자들을 극도로 위험한 행동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흔히들 푸틴만을 유일한 괴물로 취급합니다. 그러나 리처드 닉슨을 보십시오. 1970년대 초 닉슨이 미국 대통령이 된 이후 미국은 베트남을 무자비하게 폭격하고, 하이퐁항을 기뢰로 봉쇄하고, 나머지 인도차이나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캄보디아를 파괴했습니다.

물론 우리는 제국주의 체제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지만, 이 체제는 지금 보시는 것처럼 권력을 갈망하고 편집증적 특성을 보이는 자들을 선택합니다.

클레어: 저도 동의합니다만, 하나만 더 덧붙이고자 합니다.

대부분의 미국 지배계급과 정치 엘리트들은 전쟁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너무 많은 전쟁에서 졌고 전쟁 때문에 인기를 잃고 막대한 자원을 써버렸기 때문이죠. 그들은 이제 그런 곳에서 미국에 친화적이고 미국에 득이 되는 정권을 세우려 합니다. 지상전은 원하지 않아요. 이라크나 시리아에서 벌였던 것과 같은 강도 높은 개입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원조를 세 번째로 많이 받는 나라가 되고, 나토가 우크라이나군에 무기와 자금을 대주는 전례 없는 행보를 취하는 것입니다. 즉, 자신이 직접 휘말리기는 싫은 것이죠.

그러나 현재 미국 지배계급 내에, 공화당 내에는 국제적 충돌에 대한 개입을 이보다도 더 줄이고자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트럼프와 같은 정치를 추구하는 자들이죠. 그들은 공화당 내의 트럼프 파벌입니다. 그들은 더 보호주의적이고 비개입주의적이며, 신자유주의를 민주당과는 다르게 평가하고, 더 고립적인 미국을 선호합니다. 지배계급 내에서는 이런 논쟁이 계속 벌어질 테지만 어느 쪽도 분명 전쟁을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반전운동은 러시아와 미국 제국주의 모두에 반대해야

토마시: 그렇다면 미국과 영국의 반전운동에 대한 지배계급의 대응에 대해서도 듣고 싶은데요, 실제로 여기 영국의 분위기는 매우 험악합니다. 특히 서방과 나토, 그들이 저지른 일, 나토의 확장에 관해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말을 하면 언론들은 푸틴의 앞잡이라는 비난을 퍼붓습니다. 예컨대 영국의 교원노조는 서방을 매우 온건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가 곧바로 언론의 지탄을 받았습니다.

반면, 좌파 진영 내의 상당수는 이에 대한 이의 제기를 회피하고 있습니다. [교원노조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조합들은 서방과 미국의 문제를 회피하고 있고, 전쟁저지연합이 낸 [러시아와 나토 모두를 비판하는] 성명서에 연명했던 노동당 의원들 11명은 [연명을 철회하라는 당 대표의 협박에] 그야말로 무기력하게 연명을 철회했습니다. 심지어 노동당 좌파 상원의원들도 물러섰습니다. 상원의원은 공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데도 말이죠.

미국의 반전운동에 대한 미국 지배계급의 반응은 어떤가요? 클레어의 말을 들은 다음 영국 상황에 관해 알렉스의 말을 들어 보겠습니다.

클레어: 나토와 미국의 구실에 관해 언급하거나, 키예프가 폭격받는 동안 예멘과 소말리아 등 미군이 관여하고 있는 곳에서도 폭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기라도 하면 엄청난 비난이 쏟아집니다. 굉장히 방어적이고 신경질적인 반응이 나오죠.

이런 상황은 소박한 반제국주의의 한계를 시험대에 올립니다. 지금 상황은 ‘러시아 대 나머지’가 아니고, 러시아와 서방을 모두 반대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광범한 좌파가 러시아 제국주의에만 초점을 맞추는 협소한 시야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몇 년간 민주당은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해 트럼프를 당선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대(對)러시아 공포(또는 혐오)를 부추겼는데(실제로는 그에 대한 조사로 아무 것도 밝히지 못했습니다), 이 또한 이런 협소한 시야를 강화했습니다.

요즘 서방에서 벌어지는 시위에는 푸틴을 히틀러에 빗댄 포스터가 등장하는데요, 이것은 그다지 유익하지 않은 비유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히틀러에게 살해된 사람들을 어느 정도 모욕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히틀러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고삐 풀린 전쟁광이 될 수 있습니다. 세계의 대부분이 그런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죠.

지금까지는 광범한 좌파들의 상황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들은 러시아 제국주의만을 비판하는 실로 협소한 시야에 빠져 있죠.

진영 논리

반면, 훨씬 작지만 결코 무의미하지 않은 일부 좌파는 러시아 제국주의만을 보지 못하는 시야에 빠져 있습니다. 영국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미국에서는 진영 논리가 소규모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즉 미국의 개입과 전쟁은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러시아 제국주의나 서방이 아닌 제국주의에 관해서는 침묵하거나 심지어는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미국 제국주의의 ‘적의 적은 친구’라는 함정에 빠진 것이죠.

이런 진영 논리는 미국 내 최대 사회주의 조직인 민주사회당(DSA)에도 얼마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DSA 지도부의 일부와, 라틴아메리카 등의 반미(反美) 좌파 정당들과 교류하고 있는 몇몇 DSA 내 정파들이 [그런 영향을 받고 있는데], 그 결과 DSA 국제위원회는 러시아를 언급조차 않고 나토의 확장만 비판하는 성명서를 (침공 전에) 내기도 했습니다.(물론, 침공 이후에는 러시아와 나토를 모두 비판하는 조금 더 균형 잡힌 입장을 내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우리가 제국의 심장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는 됩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지배자들과 그들의 전쟁 몰이에 맞설 의무가 있죠. 이것은 반전운동의 기본입니다. 즉, “주적은 국내에” 있습니다.

그러나 진영 논리는 러시아도 나름의 제국주의 강대국이라는 사실을 간과합니다. 물론, 미국보다는 작은 제국주의죠. 그러나 러시아도 엄연히 제국이고 나름의 야심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러시아는 나토가 나머지 유럽을 엄습하는 것에 분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 제국의 복원을 꾀하고,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체젠 독립 운동을 분쇄하고, 2008년에 조지아와 전쟁을 벌이고, 2014년에 크림반도를 병합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살해한 시리아 독재 정권을 지원하고, 카자흐스탄 시위를 진압했죠. 그리고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벌이는 전쟁도 옛 식민지와 옛 동맹국들을 되찾으려는 시도의 일환입니다.

이것이 단지 서방 제국주의의 문제인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제국주의 간 경쟁 체제에 살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는 러시아든 미국이든 오로지 자신의 지정학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들은 그들의 조준선에 누가 걸리든 개의치 않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이 걸린 것이죠.

전략적 토론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많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서방에 기대를 걸고, 이러저러한 유형의 개입을 요구한다는 겁니다.

저는 전략적인 이유로 그런 요구에 동의하지 않지만, 우크라이나인들이 왜 그러는지는 이해가 갑니다. 러시아가 주적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러시아의 그늘 아래 살았고, 그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는 소련의 점령과 학살, [소련이 일으킨] 기근을 기억할 것입니다. 반면 서방을 보면 삶의 질이 더 높아 보입니다. 서방에서는 인권이 보호된다고 우크라이나인들은 말하죠.

우리는 이에 관해 전략적인 토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서방 제국주의 진영에 편입되는 데 따르는 위험과 문제점과 강제가 있다는 점, 그리고 그런 것으로 제국주의는 사람들을 속박할 것이며, 그런 속박은 사람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점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우리는 제국주의 자체를 날려 버려서 서방이냐 러시아냐 하는 딜레마를 벗어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려면 우리는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알렉스가 한 말을 되풀이하고자 합니다. 저도 러시아 동지들이 전쟁에 반대해 사람들을 거리로 불러내기 위해 벌이는 활동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런 일이 키예프와 모스크바와 런던과 워싱턴 DC에서 벌어져야 합니다. 우리는 모든 진영에서 모든 제국주의 전쟁에 반대하는 국제 운동의 일부가 돼야 합니다.

이것만이 우리가 취해야 할 입장이고, 좌파들 사이에서 토론돼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마시: 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 좌파와 반전운동 내에서 지배적인 입장은 진영 논리였던 것 같습니다. 러시아를 제국주의의 일부로 보지 않는 견해였죠.

그러나 지금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짓밟는 것으로만 보는 견해가 훨씬 우세한 것 같습니다. 영국은 확실히 그렇습니다.

자기 진영 제국주의 반대를 망각하는 좌파들

토마시: 우리가 보기에 쟁점은 무엇이 제국주의에 맞서는 최선의 방법이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가 속한 진영의 제국주의에 반대해야 합니다. 알렉스, 이것이 바로 폴 메이슨과 벌인 논쟁의 핵심이었죠. 이런 주장은 어디서 기원한 것인가요? 그리고 심지어 “워싱턴도 모스크바도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워싱턴도” 부분을 망각하는 좌파들에게 할 수 있는 최선의 응답은 무엇일까요?

알렉스: “워싱턴도 모스크바도 아닌 국제사회주의”라는 구호는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과 국제사회주의경향(IST)의 창시자인 토니 클리프가 제시한 것입니다. 이 구호는 일반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으로서 여전히 훌륭합니다.

그러나 유럽 좌파들 내에는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 편을 들지만 나토에 관한 얘기는 도려내 버리는 조류가 우세합니다.

이는 특히 영국에서 해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토마시가 말한 것처럼 영국에서는 전쟁저지연합이 낸 성명서에 연명했던 노동당 의원들이 마녀사냥을 당했죠. 그 성명서의 내용은 꽤 괜찮습니다. 러시아의 침공을 비판하고, 즉각 철군과 정전을 요구했죠. 그러나 나토를 비판하는 내용이 있었기에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던 겁니다. 매우 전형적인 경우죠.

영국 노동당의 현 대표 키어 스타머는 전임자[이자 좌파인] 제러미 코빈과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당 내에서 제거해 버리려 합니다.

제 생각에 코빈은 노동당 역사상 유일하게 제국주의에 반대한 노동당 대표였습니다. 노동당은 대체로 제국주의를 확고하게 지지했습니다. 아니, 대체로 지지하는 것을 넘어서 영국 제국주의와 미국 제국주의를 능동적으로 뒷받침했죠.

코빈은 개혁주의 정치의 한계를 넘지 않았지만, 관록 있는 반전 운동가이고, 라틴아메리카와 중동, 특히 팔레스타인인들의 해방 운동을 지지한, 반제국주의 입장이 분명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영국의 핵심 지배자들이 코빈을 끌어내리려 했던 것입니다.

스타머는 코빈의 남은 흔적을 노동당에서 모두 없애 버리려 합니다. 그럼으로써 신노동당의 전통을 복원하고 — 이 전통은 끔찍한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이라크 전쟁으로 이 나라를 이끌었습니다 —,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초래한 현 총리 보리스 존슨의 무능함을 이용해 총리가 되더라도 영국 지배계급에 충성할 것임을 보이려 합니다.

한편,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는 독일입니다. 독일에서는 사민당이 복잡한 연정을 주도하고 있죠. 사민당 총리 숄츠는 군비 지출을 급격히 늘리고 나토를 확고하게 지지하는 쪽으로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보수 정당인 기민당 소속이자 숄츠의 전임자였던 앙겔라 메르켈은 (집권 기간에) 미국이 주도하는 이런저런 구상과 거리를 뒀고,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균형을 취했습니다. 안보는 미국에 기대고 에너지는 러시아에 기댔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제 독일은 미국 쪽으로 더 기울었습니다. 이는 독일 좌파와 다른 유럽 좌파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러시아 제국주의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내야 합니다. 우리는 침략자들에 맞설 우크라이나인들의 권리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영국 정부를 보십시오. 영국 정부는 유럽 주요 국가 정부들 중에서 가장 전쟁에 환장한 정부입니다.

영국 정부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에게 ‘런던으로 와라, 런던에 정착하고 런던에서 돈을 투자하고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호화 저택을 구입하라’ 하고 여러 해 동안 손짓해 놓고서, 이제 와서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영향을 모조리 근절하려는 것처럼 굴고 있죠.

저는 그저 도덕적 훈계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서방이 하는 짓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제재는 두 제국주의 간 긴장을 강화시킬 것”

알렉스:시청자 중 한 분이 제재에 관해 질문을 하셨는데요. 물론입니다. 제재에 관해 분명히 지적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런 제재들은 엄청나게 위험합니다. 서방은 러시아를 상대로 금융 세계의 핵폭탄이라고 할 만한 무기를 휘두르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많은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말이죠. 매우 위험한 짓입니다. 우리는 이런 것과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합니다.

토마시: 제재에 관해서 질문이 올라왔네요. “제재는 실로 우려를 자아냅니다. 서방이 위선적이라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모든 제재를 반대해야 할까요?” 제재가 평범한 사람들에게 가하는 타격에 관해 묻는 질문도 올라왔네요. 로잘리에게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낳을 결과에 관해 들어 보겠습니다.

로잘리: 저의 커다란 걱정 하나는 제재 때문에 정치적 망명을 하려는 사람들이 나라를 떠나기 어렵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항공편이 취소됐죠. 그래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면 나라를 떠나기 매우 어려워질 것입니다.

그 최악의 상황이 무엇인지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어제 정부는 외세를 도와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면 형법상 반역죄를 적용해 12~20년 징역에 처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법은 느슨하게 규정돼 있어서 사실상 누구나 처벌할 수 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금전적인 도움을 주거나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행위도 기소 대상이 됩니다. 예컨대 우크라이나인들을 인도적으로 지원하는 모금에 동참했다가 처벌받을 수도 있는 것이죠. 이런 엄혹한 상황에도 나라를 떠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알렉스: 앞서 말했듯이 저는 제재가 평화를 성취하는 수단이 되기는커녕 두 제국주의 간 긴장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봅니다.

토마시: 그럼 이제, 영국 내 반전운동에 대한 반응들로 얘기로 돌리려고 합니다. 노동당 좌파 의원들이 전쟁저지연합의 성명에 대한 연명을 철회한 것은 좌파에게 얼마나 심각한 영향을 줄까요? 스타머는 자신이 “책임 있는” 영국 국익의 대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영국 국가기구에 보이려고 온갖 짓을 하고 있지만, 노동당 내 좌파는 여전히 ‘남아서 싸우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사실 사태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지 않죠.

알렉스: 솔직히 말해 노동당 좌파 의원들의 행보는 정말 한심합니다. 노동당의 역사를 보면 수많은 당 대표가 너무 좌파적이라는 이유로 퇴출됐습니다. 어나이린 베번이 그랬죠. 스태퍼드 크립스도 나치에 맞서는 방법을 둘러싼 문제로 비슷하게 당에서 쫓겨났었죠. 크립스는 1930년대 말에 파시즘에 맞선 민중전선을 지지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노동당의 원로 지도자가 됐습니다. 당에서 쫓겨난다고 해서 꼭 정치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노동당 좌파 의원들의 연명 철회 사건이 보여 주듯, 코빈이 노동당 의원단에서 배제된 이래 노동당 좌파 내에서 지배적인 경향은 ‘충돌을 피하고 웅크리고 있다가 더 나은 때를 기다리자’는 겁니다. 그러나 이 어려운 시기에 사람들을 지도하고 방향을 제시하려 하지 않으면, 그저 광야에서 시들어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2015년 왜 사람들이 코빈에 기대를 걸었습니까? 신노동당 전통이 노동당을 실패로 이끌던 때에, 전쟁에 맞서고 난민과 연대하고 파업 노동자들의 피켓 라인과 학생 시위에 함께한 멋들어진 이력을 갖춘 인물이 등장해서 그랬던 것만은 아닙니다. 코빈이 과거 [노동당 좌파의 지도자] 토니 벤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을 지도할 태세가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전쟁과 평화’ 같은 근본적인 문제에서 항복해서는 결코 훗날을 도모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정치적 자살 행위입니다.

물론, 저는 사회주의노동자당의 당원이고 노동당에 대한 혁명적 대안을 건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 상황을 결코 고소해 하지 않습니다. 노동당 내 좌파가 그렇게 항복한 것에 참담함을 느낍니다. 이는 반전운동을 약화시킬 것입니다.

[코빈을 지지한 국회의원] 다이언 애벗 같은 이들이 전쟁에 반대하는 운동을 벌이며, 전쟁저지연합이 제시했던 것과 같은 입장으로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지금처럼 항복하는 것은 전체 좌파를 약화시킬 일입니다.

아직 노동당 안에 남아 있는 사회주의자들은 자신들에게 남은 선택에 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합니다. 연명을 철회한 노동당 좌파 의원들의 행보는 노동당 안에서는 좌파의 미래가 없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토마시: 시청자 질문을 하나 더 소개하기 전에, 클레어에게서 미국 좌파들의 대응은 어떤지 듣고 싶습니다. DSA와 샌더스를 중심으로 모인 많은 사람들은 성과를 내려면 바이든 정부와 밀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그들은 반전 입장을 채택하려 하는 반면, 바이든은 명백히 갈등을 키우고 있지 않나요?

클레어: 네. 그들은 곤경에 처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미국에서는 의원들이 반전 성명에 이름을 올렸다가 압력을 받아 철회하는 상황까지도 가지 못했습니다.

DSA 소속의, 미국 민주당 내 극좌파들은 이런 종류의 반전 성명을 최대한 활용하려 하지도 않습니다. 오카시오-코르테스 같은 민주당 내 좌파나 저말 보먼 같은 민주당 내 진보 의원들조차 그저 러시아 반대를 외치거나 제재를 촉구하는 입장을 들고 나왔죠. 그들은 평화를 촉구한다면서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할 수단들을 촉구합니다.

미국의 반전운동을 재건하기 위해 정말로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이 정치인들이 그나마 더 나은 입장을 채택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 있겠죠.

서방의 위선을 보여 주는 난민 문제

토마시: 난민 현황도 궁금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왔는데요, 여기서 지배자들의 많은 위선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도 그러한데 우선 미국에 관해서 묻고 싶습니다. 난민 문제에 관해 바이든 정부에 압력을 넣을 가능성이 생겼다고 보시나요?

클레어: 네, 그렇다고 봅니다. 이민자 권리 운동은 현 상황을 이용해 지배자들의 위선을 꼬집어야 합니다. 그 위선은 정말 기가 찹니다.

제가 알기로 현재 50만 명이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왔습니다. 루마니아에서는 사람들이 국경으로 차를 몰고 가 일렬로 세우고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반갑게 맞이해 줬습니다. 무기력감을 느낀다면 그 모습을 찍은 영상을 보시길 바랍니다. 인접국들이 우크라이나인들이 임시로 피난처를 찾기에 용이하도록 비자 요건을 완화하다니 정말 신나는 일이죠.

그러나 그런 광경을 보면 지난해 유럽으로 들어오려던 시리아인·이라크인·쿠르드인 난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당시 수많은 난민이 벨라루스-폴란드 국경 지대의 숲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그 지역에 불안정을 조성하려고 난민들을 그곳으로 보냈습니다. 그 난민들은 차가운 날씨에 숲속에 내팽개쳐졌습니다. 그들은 유럽연합으로 건너가 피난처를 얻으려 했건만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계속해서 그들을 돌려보냈습니다.

차이는 명백합니다. 국경을 건너는 흑인과 유색인종은 국경을 건너는 백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분노하고 냉소하는 것은 어떤 점에서 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다른 측면에서 보면, 이것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인들에게 거의 본능적으로 동정심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 모든 난민이 같은 대우를 받고 국경에서 환영받을 자격이 있다고 설득하는 대화를 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전장에 있지 않은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입니다. 즉, 국경을 즉각 열어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환영하고, 탄압을 피해 도망쳐 온 모든 난민을 똑같이 환영하라고 촉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에 있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인들을 환영한다고 말하지만, 아이티인들도 환영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유익한 토론이 될 수 있습니다.

토마시: 중요한 지적이네요. 영국에서는 이민을 담당하는 질 나쁜 보수당 장관이,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영국으로 들어오려면 과수원에 일하러 오는 사람들이 쓰는 비자를 쓰라,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망언을 했죠. 이런 위선은 꽤나 저열해서 서방의 위선을 드러내는 논점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러시아의 반전 시위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토마시:또 다른 시청자 질문도 있는데요, “러시아의 반전 시위대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해외의 반전운동에 연대를 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이를 위해 좌파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요?”

클레어: 자신이 있는 곳에서 강력한 반전운동을 건설하는 것이 러시아의 반전운동을 돕는 첫 번째 길입니다. 러시아인들이 자신의 지도자들에게 항의하고 우리가 우리의 지도자들에게 항의할수록 세계의 반전운동은 더 강력해질 것입니다.

당장 어떤 실용적인 지원을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미국에서는 이제 보드카를 마시지 않겠다거나 모스코뮬 칵테일을 키예프뮬로 부르겠다고 하는 식의 별 생각 없는 반응들이 나오는데요. 물론 그런 반응들이 어디서 나오는지는 이해가 됩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러시아 대중은 적이 아니라는 것을 매우 분명히 해야 합니다. 러시아 대중은 같은 편입니다. 우크라이나 대중과 러시아 대중과 우리는 같은 편인 것이죠. 제국주의 지배자들에 맞서는 같은 편인 것입니다.

알렉스: 간단히만 말씀드리면, 2000년대 초의 반전운동에서 배운 것을 떠올려야 합니다. 이제 2월이 지났는데요, 지난 2월 15일은 2003년 미국과 영국이 준비하고 있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거대한 시위가 벌어진 지 19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내다보기는 힘듭니다. 온갖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 있고, 많은 것들이 정치적 의지, 특히 러시아 국가를 장악한 푸틴 등의 정치적 의지와 그들이 지금의 어려움에 비춰 실제로 성취하고자 하는 바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전쟁이 얼머나 지속될 것인지 내다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국제적 반전운동을 건설하는 우리의 소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 운동은 우크라이나 침공과 점령에 반대하지만, 동시에 이런 상황을 낳은 경쟁하는 동맹들의 체제 자체를 일소하려 해야 합니다.

토마시: 알렉스의 마지막 지적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에 맞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알려면 무엇이 전쟁을 추동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비극은 우크라이나가 이 경쟁하는 제국주의 강대국들에 의해 역사적으로 갈가리 찢겨져 왔다는 것이죠. 지금의 위기는 이를 매우 뚜렷하게 보여 줍니다.

서방의 나토를 반대하는 것은 러시아의 문제를 축소하거나 무시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런 전쟁을 낳는 경쟁 체제에 반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는 푸틴에 맞서 싸우는 우리 동지들을 지지합니다.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담론에 현혹돼선 안 됩니다”

토마시: 또 다른 시청자 질문인데요, 꽤 자주 부딪히게 되는 물음인 것 같습니다. “일부 좌파는 나토와 같은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서방은 그래도 의회민주주의 국가들로 이뤄져 있는데 러시아는 그렇지 않고, 그래서 우크라이나인들의 상황은 더 나빠질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여기에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요?”

클레어: 까다로운 문제죠. 물론, 서방에는 러시아에 존재하지 않는 일종의 민주주의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과 같은 긴장이 체제와 관련 있는 것임을 지적해야 합니다.

제국주의 세력권들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한 쪽을 선택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해결책일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서방과 일시적으로 동맹을 맺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방과 이런 민주주의 국가에 사는 사람들로서 우리는 그에 따르는 위험과 문제점들을 지적할 의무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나토가 유럽에서 확장되는 것을 마치 우크라이나인들이 러시아와 나토 중 어느 한 쪽을 고르면 되는 중립적 사건인 것처럼 묘사합니다. 그러나 옛 소련에 속했던 나라들이 나토에 합류하면 많은 강제와 경제적 압력이 따라옵니다. 나토가 벌이는 전쟁에 사람들을 보내야 하고, 온갖 경제 구조조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 구조조정은 특히 유럽연합의 동쪽 끝에 있는 사람들을 가난하게 만들었습니다.

부유한 유럽연합 국가들은 언제나 난민을 유럽연합의 동쪽과 남쪽 끝에 있는 나라들에 떠넘겨 왔고, 언제나 긴축을 요구하며, 그 나라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항상 뭔가를 내놓으라고 요구합니다.

이처럼 그들이 보기에 우리는 국경 너머의 저 민주주의 하에 살지만, 이는 지금 벌어진 일의 궁극적 해결책이 되지 못합니다. 이런 점을 지적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렉스: 오늘날 세계가, 미국이 이끄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동맹과 중국·러시아가 이끄는 전제적인 지배 체제들로 나뉘어 있다는 식의 견해가 팽배하고, 특히 미국이 이런 견해를 퍼뜨리고 있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 이것이 서방 언론과 이데올로기 기구에서 우세한 서사이며, 여기에 결코 현혹돼서는 안 됩니다.

서방 자본주의뿐 아니라 중국에게도 에너지 생산 때문에 필수적인 지역, 즉 중동을 보십시오. 여기에 있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은 가장 잔혹한 군주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살인자 무함마드 빈살만이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배 체제를 떠올려 보십시오. 여러 해 동안 예멘에서 끔찍한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집트 엘시시의 지배 체제는 어떻습니까? 엘시시는 이집트 혁명을 분쇄하면서 극도로 무자비한 독재를 했습니다. 이들은 결코 주변적인 국가가 아니라 미국의 핵심 동맹국들입니다. 그리고 수십 년 동안 그런 형태로 유지됐죠.

따라서 서방이 민주주의의 고향이라는 주장은 틀렸습니다. 민주주의란 아래로부터 건설되는 것입니다.

저는 미국이 좌우 양극화 때문에 머지않아 내전에 휩싸일 것이라고 예측하는 책을 읽고 있는데요, 그런 예측이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고등법원을 보수파가 지배하고 있고 공화당이 주의회에서 유색 인종의 투표권을 공격하는 등 미국에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제약되고 있는지를 이 책은 잘 보여 줍니다.

민주주의는 최종적인 (완결된) 형태로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대중이 자신의 투쟁으로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그런 투쟁으로 유지되고 확장돼 온 것입니다. 민주주의는 당신이 어느 진영에 속해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닙니다.

토마시: 이런 민주주의 투쟁에 대한 억압으로 러시아 정부가 새로운 탄압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로잘리가 전하고자 합니다.

로잘리: 네, 새로운 탄압에 대한 소식이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이 벌이는 일에 관해 소위 “가짜 뉴스”를 퍼트리는 사람을 최대 징역 15년 형에 처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러시아 의회(두마)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요?”

토마시: 그럼, 이제 토론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정말 위태롭습니다. 그리고 제국주의 경쟁 체제가 2014년과 오늘날의 위기를 추동했죠. 우크라이나에 사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요?

클레어: 그들 스스로에게, 그리고 그들과 연대하는 러시아의 노동 대중에게, 폴란드 등 국경 너머에 있는 노동 대중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은 현재 저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전폭적인 연대에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정말 슬프고 끔찍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난민 운동과 반전운동에 희망이 있습니다. 여기에 우리의 자원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전쟁이 끝나고, 러시아의 개입이 중단되면 서로 경쟁하는 제국주의 세력권을 뛰어넘는 미래의 가능성에 관해 비로소 대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알렉스: 앞서 말했듯이 앞으로 벌어질 일을 내다보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봤을 때, 러시아군이 비록 시작은 좋지 못했지만 워낙 규모가 크고 가용 자원이 많기 때문에, 갈수록 야만적인 수단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저항을 분쇄하고, 군사적 승리를 선언하기에 충분한 영역을 장악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그러나 저는 저항의 수준에서 희망을 봅니다. 이는 푸틴이 말한 바, 즉 러시아인들과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는 매우 밀접한 유대가 존재한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마치 잉글랜드가 스코틀랜드를 침공하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그리고 러시아군 사령부는 병사들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하는 데서 이와 관련된 어려움을 분명 겪고 있습니다. 병사들은 그토록 밀접한 유대가 있는 사람들과 싸우게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흥미롭고 중요한 점이며, 러시아 사회 자체에도 장기적으로 온갖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위에서 시키는 명령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날 그 영향은 단지 평화 운동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근본적인 과제를 로잘리가 잘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제국주의 전쟁을 계급 전쟁으로 전환시키려고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전쟁이 계속되고 서방과 동방의 대치가 지속된다면 갈수록 많은 노동자들과 청년 등이 전쟁에 반대하기 시작하는 조건이 형성될 것입니다. 그러면 단지 전쟁을 멈추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이 추악한 제국주의 체제 자체를 날려 버리기 위한 기반을 닦는 운동을 건설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토마시: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리고 이번 주 일요일 3월 6일에 영국의 전쟁저지연합 등이 개최하는 “국제 공동 행동의 날”이 있습니다. 경쟁하는 지배계급의 전쟁 몰이에 맞서 거리로 나와 할 수 있는 일을 해 달라고 호소드립니다.

상황이 험악하지만 작은 희망의 불씨도 있습니다. 러시아에서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맞서려 하고 서방에도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도 전쟁에 반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국제주의를 구현해야 합니다.

좌파가 전쟁 몰이에 굴복했던 1914년, 상황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맞서 “주적은 국내에 있다”고 외친 혁명가들이 있었습니다.

“주적이 국내에 있다”는 것은 상대편 제국주의 열강이 선하다고 보는 것이 아닙니다. 자국 지배계급에 맞서는 것이 애초에 이런 전쟁을 만들어 내는 체제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역설했습니다.

모든 패널에게 감사드립니다. 특히 러시아에서 온 로잘리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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