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코로나19 위중증 피해환자 보호자 모임’ 기자회견:
치료비 수천만 원, 정부가 전액 지원하라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 모임이 3월 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에 치료비 폭탄을 떠넘기지 말고 전액 지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미진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20만 명이 넘는 가운데,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 3월 7일 위중증 환자는 955명, 하루 사망자는 139명(누적 사망자 9096명)에 이른다.

3월 7일 오전 10시 청와대 앞에서 ‘코로나19 위중증 피해환자 보호자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에게 치료비 폭탄이 떠넘겨진 현실을 고발하며 정부가 치료비를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는 발언으로 조수진 씨가 나섰다. 조수진 씨의 할머니는 지난해 11월 코로나19에 걸린 이후 40일간 중환자실 입원을 거쳐 지금도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녀는 할머니가 숨이 차고 호흡이 어려운 상황에서 입원 가능한 병원을 찾느라 갖은 애를 써야 했다. 병원에 있는 동안에는 격리 해제 기간이 지났으니 나가라는 압력을 받았다. 그런 속에서 치료를 계속 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 사이 날아든 치료비 청구서를 보면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의료비를 감당해야 하더군요. 찾아 보니 나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오픈 채팅방, 공론화 모임을 거쳐 오늘 기자회견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코로나19는 국가적 재난입니다. ‘위드 코로나’ 한다면서 방역을 완화할 때마다 환자가 급격히 늘었습니다. 개인들이 마스크 쓰고, 손 소독하고, 방역을 철저히 해도 뚫립니다.

“따라서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생사의 기로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 온 환자와 그 가족에게 치료비 폭탄을 떠넘겨선 안 됩니다. 격리 해제 기준으로 제한을 두지 말고 정부가 전액 지원해야 합니다. 의료 인력과 위중증 환자 병상을 대폭 확충해서 제대로 된 치료를 보장해야 합니다.”

“치료비 폭탄까지 떠안아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고통받은 환자와 보호자들을 정부가 나몰라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 조수진 씨 ⓒ이미진

코로나19로 두 달 넘게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어머니를 둔 민지 씨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렸다.

“저는 정부가 코로나19에 걸리면 병원비를 전액 지원해 준다는 말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자인 어머니가 입원하셨을 때 병원비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22년 3월 5일까지 제가 통보 받은 환자부담총액은 약 3600만 원입니다. 이번 주가 지나면 환자부담총액은 4000만 원을 훌쩍 넘을 것입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어떻게 수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습니까? 이마저도 수급자가 아니라면 5000만 원이 넘는 치료비를 감당해야 했을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의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들이 마주한 현실입니다.

“여전히 위중하신 어머니를 돌보며 생업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 저는 이제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에 대한 정부의 책임감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합니다.”

“기초생활수급자가 어떻게 수 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있습니까?”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 민지 씨 ⓒ이미진
기초생활수급 대상 코로나19 환자의 의료비 명세서 (2022년 3월 4일 기준, 현재도 치료중) ⓒ제공 코로나19위중증피해환자보호자모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최규진 인권위원장은 사태를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문제를 짚었다.

“정부는 위중증 환자가 적고 중환자 병상 가동에 여유가 있다면서 시민들을 안심시키고 있지만, 이는 기준 변화로 인한 착시 현상일 뿐입니다. 지난 12월 정부 행정명령에 따라, 여전히 중환자여도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나면 격리가 해제되고 2월부터는 격리 해제 기준이 검체 채취 7일 이후로 더 단축됐습니다. 이런 환자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 중환자 통계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격리 해제된 환자들에게 수백, 수천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가 떠넘겨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무리 심각한 합병증 증세가 남아 있어도, 감염력이 없어졌다고 정부가 판단하는 순간부터, 치료는 온전히 개인 책임으로 전가됩니다.

“이 조기 격리 해제 조치는 원래 중환자 병상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 도입된 것입니다. 그런데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낮아진 이후에도 여전히 정부는 이 조치를 유지해 환자들에게 고통과 비용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방역 완화 조치로 코로나19에 언제 걸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었으면 최소한 그에 대한 치료만이라도 충분히 해 주는 게 합당한 거 아닙니까?”

무상의료운동본부 소속 행동하는간호사회 운영위원이자 현직 간호사인 김민정 씨도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규탄했다.

“정부는 방역수칙은 완화하고 격리와 감염 관리는 개인에게 맡겨 놓고 있습니다. 의료진 감염이 늘어나니 이젠 의료진 부족으로 7일이 아니라 5일만 격리하라고 합니다.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손실보상금으로 병원에는 3조 원이 넘는 막대한 돈을 쓰면서도 환자를 위한 돈은 없습니까? 감염병 상황 시 대응할 수 있는 공공병원을 만들어 달라고 2년 동안 외쳤음에도 단 하나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을 취재하러 많은 방송국과 언론사가 왔다. 이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여론을 의식한 듯 정부는 이날 오후 신속하게 “코로나19와 무관한 기저질환 악화엔 국가 전액 보상 맞지 않다”는 입장을 냈다. 정부는 엉뚱하게 암 환자를 예로 들며 “코로나19에 확진된 암환자가 격리 해제 이후에 계속해서 암 치료를 받는 상황이라면, 암 치료 비용을 전액 무상으로 지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앞선 사례들에서 암 치료비를 요구한 보호자는 없다. 정부는 환자와 보호자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왜곡하려고 있지도 않은 사례를 든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와 ‘무관한’ 기저질환은 없다. 기저질환이 있으면 당연히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크고, 위중증과 사망 가능성도 커진다. 앞선 사례에서 보듯 호흡기나 혈관에 후유증이 남으면 기저질환도 더 악화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건강 악화와 기저질환으로 인한 건강 악화를 현학적으로 나누며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코로나19 피해 환자들의 고통에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목소리는 정부가 코로나19 대처를 개별 가정에 떠넘긴 상황에서 평범한 노동자·서민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 보여 준다. 이런 목소리야말로 ‘K-방역’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요구처럼 정부는 코로나19 치료비를 전액 지원해야 한다.

이들은 대선 후보들에게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 모임이 3월 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에 치료비 폭탄을 떠넘기지 말고 전액 지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미진
최근 정부는 전원과 치료비 지원의 기준이 되는 “격리해제” 기간을 20일에서 7일로 대폭 단축했다 ⓒ이미진
코로나19 위중증 피해 환자 보호자 모임이 3월 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에 치료비 폭탄을 떠넘기지 말고 전액 지원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