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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중 갈등이 더 악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긴장이 고조되며 국가 간 갈등이 더 커지고 있다.

푸틴은 극초음속 미사일을 세계 최초로 실전 사용하는 등 막대한 화력을 퍼부으며 우크라이나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 개전 후 20여 일 동안 수많은 민간인이 죽거나 다쳤고, 수십만 명이 집을 잃었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이런 사람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서방도 충돌을 격화시키는 일들을 하고 있다.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에 무기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확전을 향하여?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3월 16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10억 달러어치 무기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바이든이 취임 후 1년 동안 지원한 12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더하면, 미국의 무기 지원액은 우크라이나 연평균 국방비와 맞먹는 규모다.

바이든의 무기 추가 지원 발표는 같은 날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미국 의회 연설에 응답한 것이다. 젤렌스키의 연설은 매우 호전적이었다. 우크라이나 영공에 비행금지구역 설정을 거듭 촉구했을 뿐 아니라 미사일방어체계(MD) 지원 요구도 내비쳤다.(관련 기사 본지 407호 ‘우크라이나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충돌을 재앙적으로 키울 것이다’)

다른 자리에서 젤렌스키는 “러시아가 굴복하지 않으면 제3차세계대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말도 했다.

젤렌스키는 확전을 유일한 해법으로 여긴다. 서방의 군사적 지원이 없으면 젤렌스키 정부는 러시아에 의해 몰락할 것이 뻔하니, 핵무기 보유국 간 직접 충돌의 가능성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와 직접 충돌하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자국의 패권을 지키려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승리하는 것을 좌시할 수도 없다. 그래서 젤렌스키의 호전적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미국 지배계급 내에서 만만찮게 나오고 있다. 이는 사태를 더 위험한 방향으로 몰고갈 것이다.

이런 상황은 중부·동부 유럽 전반의 군비 증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독일 사민당 정부는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F-35 전투기를 미국에서 수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슬로바키아도 미국이 “적절한 대체재”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자국의 S-300 지대공 미사일 체계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군사적 긴장 고조는 평범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서방이 러시아와 패권을 다투는 데서 비롯한 것이다. 그러나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인들과 관련국 모두의 평범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아시아도 흔들리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중 갈등과도 얽혀 있다.

바이든은 3월 18일 시진핑과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면 그 즉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 하고 을러댔다. 대중(對中) 경제 제재 안이 미국 정계에서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물론 그런 제재가 실제로 부과되는 데에는 여러 변수가 있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러시아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미국이 핵무기 강국 러시아를 상대하는 동시에 아시아의 핵무기 강국 중국을 상대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현재 동유럽에서 전개되고 있는 러시아와 서방 간 확전의 논리가 우크라이나에만 국한되리라고 안심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서방의 고강도 제재가 러시아를 더 몰아붙이면, 푸틴은 중국과 거리를 더 좁히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중국에도 대응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긴장 고조 가능성을 예상한 각국의 대응 자체가 긴장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윤석열은 친미 안보 강화 노선을 분명히 하면서 당선 직후 미국·영국·일본·호주·인도 정상과 잇달아 통화했다. 모두 중국을 겨냥한 쿼드와 오커스의 가맹국들이다. 인도-태평양에서 미국 중심의 동맹이 강화되는 것은 중국을 자극할 것이다.

바이든과 시진핑의 설전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다른 강대국간 갈등과 얽히고 그것을 심화시키고 있음을 보여 주는 위험한 징후다. 전쟁에 반대한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에 그쳐서는 안 되고, 미국과 서방의 경제 제재와 확전 가능성을 높이는 무기 지원에 모두 반대해야 한다.

나토,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나

3월 24~25일 바이든이 벨기에와 폴란드를 방문해 유럽 정상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나토 회원국의 우크라이나 파병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3월 21일 유엔 주재 미국 대사 린다 토머스-그린필드는 이렇게 밝혔다. “현재로서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을 것[이지만] … 다른 나토 회원국은 자의에 따라 파병할 수 있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 딕 더빈도 이렇게 주장했다. “폴란드 공군 3분의 1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해 … 러시아의 공중 공격을 저지해야 한다.”

이는 미-러 직접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나토 설립의 근거인 북대서양조약 5항에 따라 나토 회원국들은 상호방위 의무가 있다. 그래서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와 교전하면 미군의 파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위에서 언급한 린다 토머스-그린필드도 “확전을 원치는 않지만 미국은 나토 동맹을 도울 것”이라며 파병 가능성을 열어 뒀다.

현재로서는 어느 누구도 러시아와 직접 맞붙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확전의 논리는 작용하고 있다. 논리가 현실화하는 데엔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에 이 전쟁이 끝날 수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미 지난주에 동유럽의 나토 회원국 폴란드·체코·슬로베니아의 총리들이 키예프(키이우)를 방문해, 나토군의 우크라이나 진군을 촉구했다. “평화를 유지”하려면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더 많은 파괴와 폭력을 부추길 것이다.

평화를 위한 진정한 대안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제국주의 강대국들로부터 독립적으로 러시아의 점령에 저항하는 동안에 러시아와 서방의 반전 운동과 계급투쟁이 발전해 자국 지배자들의 확전과 참전 행보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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