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외국인보호소, 코로나 대책보다 이주민 통제 우선
〈노동자 연대〉 구독
화성외국인보호소 측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때문에 한 달 기한으로 보호일시해제(일시 석방) 했던 이주민들을 재구금하겠다는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해당 이주민들은 고통스러운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외국인보호소는 미등록 이주민 등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곳이다. 그 안에 수용된 이주민들에게는 사실상 감옥이나 다름 없는 곳이다.
화성보호소에서는 지난 2월 4일 이주민 1명과 직원 2명이 확진된 이후 확진자가 급증했다. 구금된 이주민 3~4명 당 1명 꼴로 확진될 정도였다.
그러자 그동안 구금자 석방에 매우 까다롭게 굴던 화성보호소 측은 마지못해 적잖은 수의 구금자를 한 달 기한으로 석방했다. 밀집도를 낮추려는 조처였다.
문제는 지난 한 달 동안 전 사회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심각해졌다는 점이다. 외국인보호소도 여전히 전혀 안전하지 않다. 화성보호소 방문 시민모임 ‘마중’에 따르면, 청주외국인보호소에서도 집단감염이 발생해 3월 20일 기준 확진자가 36명이라고 한다.
보호소의 열악한 환경, 밀폐된 곳에서 이뤄지는 집단 생활을 고려하면 석방자들이 다시 구금됐을 때 집단감염이 반복될 것은 뻔하다.
일시 석방자들은 당연히 보호소로 돌아가는 게 꺼림칙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출입국·외국인청에 출석해 기한 연장을 신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한다.
화성보호소에서 새우꺾기 고문을 당한 난민 신청자 M 씨는 많은 일시 석방자들이 다시 구금됐다고 전했다.
또, ‘마중’에 따르면 200여 명이던 화성보호소의 수용 인원은 한때 30여 명으로 줄었다가 최근 다시 100여 명까지 늘었다 한다. 다른 보호 시설 등으로 분산 수용됐다가 돌려보내진 인원도 있겠지만 석방됐다가 다시 구금된 경우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석방자들은 끔찍한 보호소로 돌아가느니 차라리 미등록 체류를 선택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난민 신청자는 난민 인정 심사나 소송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그렇게 하기도 어렵다.
출국
‘마중’의 한 활동가는 자신이 연락하던 모로코 출신 난민 신청자가 두 번이나 석방 기한 연장이 거부되자 결국 제3국으로 출국했다고 전했다. 제3국에서의 삶도 불안정하겠지만 보호소에 구금되는 것보다 낫다고 여긴 것이다.
일시 석방 기간 중 코로나19에 걸린 난민 신청자도 있다고 한다. 그는 석방 기한 만료 하루 전에야 격리 기간이 끝났고 석방 기한 만료일에도 계속 아팠지만, 출입국 당국은 출입국에 출석해서 기한 연장을 신청하라고 고집했다. 아마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의심해서 그랬을 것이다. 결국 ‘마중’ 활동가가 대신 출석해서 겨우 한 달을 연장받았다.
확진자 격리 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전파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14일이던 격리 기간을 정부가 사실상 임의로 7일로 단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석방자 재구금이 보호소 내 감염 확산의 경로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최근 정부는 방역을 크게 완화하고 사실상 감염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완전히 돌아섰다. 사람들의 생명보다 경기 둔화, 즉 기업들의 이윤 획득을 걱정한 조처다.
보호소 측이 집단감염 재발 가능성이 큰데도 재구금을 고집하는 것은 이주민들의 건강과 권리 보장보다는 강압적 통제에 더 골몰하기 때문이다.
석방된 이주민들을 다시 구금해서는 안 된다. 현재 구금된 사람들도 모두 무조건 석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