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5주기 기자회견:
고문, 집단감염… 지속되는 인권 유린에 항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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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5주기 추모 기자회견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15년이 지나도록 바뀌지 않는 외국인보호소의 인권 유린과 열악한 조건을 규탄했다.
여수 참사는 2007년 2월 11일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화재로, 구금돼 있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건이다.
참사는 정부가 이주민의 생명보다 통제를 우선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신축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건물인데도 스프링클러조차 없었고, 보호소 직원들은 화재가 발생하자 쇠창살을 열어 달라는 수용자들의 절규를 외면해 인명 피해를 키웠다. 심지어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병원에서 치료 중인 이주노동자에게 수갑을 채웠다.
당시 전국 80여 개 단체들이 공대위를 구성해 1000명 규모의 항의 집회 등 투쟁을 벌였다. 그 결과 희생자들에 대한 국가 배상과 출입국관리국장 사임 등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외국인보호소의 끔찍한 현실은 여전하다. 지난해 9월에는 화성보호소에서 모로코 출신 난민 신청자 M 씨가 ‘새우꺾기’ 고문을 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지난 8일 고문 사실이 폭로된 지 5개월 만에 보호일시해제(일시 석방)됐다. 항의와 연대의 결과였다.
M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해 보호소의 열악한 조건을 폭로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와 관타나모 수용소의 유일한 차이점은 유니폼 색깔뿐입니다. 구금된 기간 내내 손톱깎이 한 개를 같은 층, 같은 방의 모든 수용자가 돌려써야 했습니다. [비위생적이라] 손톱을 물어뜯곤 했습니다.”
M 씨는 정부에 피해 배상, 책임자 처벌, 공식 사과, 다른 수용자들 무조건 즉각 석방을 요구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 시민모임 ‘마중’의 정지윤 활동가는 구금된 이주민들이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며 항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많은 이들이 보호소 안에서 가해진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고, 집단행동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보호소 안에는 단식하며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는 사람, 국제기구와 변호사, 국가인권위 등 제도 안팎의 연락 가능한 모든 곳에 전화를 걸어 내쫓기지 않을 권리와 정의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전신 결박
그런데 정부는 이를 더욱 억누르기 위해 교도소에서 사용하는 각종 결박 장비를 외국인보호소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려 한다. 2월 10일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를 보면, 법무부는 전신 결박용 의자와 침대 등 무려 13종의 장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한 경우’에도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하려 한다. 구금된 이주민이 보호소 직원의 제재에 불응하면 언제든 장비를 사용해 폭력적으로 제압하려는 것이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 40여 명은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M 씨가 직접 확성기를 잡고 “Freedom and justice!”(자유와 정의를 달라), “프리덤 만세, 만세, 만만세”를 선창하며 활력을 불어넣었다.
행진에 참가한 한 난민은 자신도 2019년 3월부터 약 2년간 화성보호소에 있었다며 필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 줬다.
“한 방에 12명이 생활했고, [당시에는] 마스크도 일주일에 한 번 줬어요. 보호소 직원들은 출퇴근합니다. 당연히 코로나가 전파될 가능성이 많았죠. 이 상황을 외부로 알리기 위해 몇 사람이 함께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저는 보호소를 나왔지만 남아 있는 사람들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아요.
“현재 무직입니다. 그때그때 알바가 생기면 하고 있어요. 보호소 측은 우리가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상관도 안 해요.”
정부는 보호일시해제로 보호소에서 풀려난 이주민에게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풀려난 이주민들이 ‘작은 감옥에서 큰 감옥으로 나왔을 뿐’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2월 4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마중’ 활동가들은 자신이 파악한 확진자만 22명에 이른다며 걱정했다. 구금된 이주민들과 전화 통화를 할 때마다 수화기 너머로 철창을 두드리고 고함을 지르며 내보내 달라는 소리가 들린다고 한다. 여수 참사 당시 쇠창살을 열어 달라는 절규와 다를 바 없다.
고문과 같은 끔찍한 일이 반복되고, 집단감염 위험도 큰 곳에 죄 없는 이주민을 구금하는 일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그리고 모든 미등록 이주민을 합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