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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
일손 부족한데도 정규직 내쫓고 단기 계약직 늘리는 사용자

지난해 르노코리아(옛 르노삼성자동차) 사용자 측은 ‘희망퇴직’을 강요해 정규직 노동자 수백 명을 내쫓았다. 일손이 부족해지자 사용자 측은 그 자리를 단기 계약직 노동자들로 채워넣었다. 공장 조립라인에만 계약직 비중이 40퍼센트가 넘었다.

함께 일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어 보면, 그들의 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특히, 몇 개월짜리 쪼개기 계약을 맺어서 고용불안감이 크다고 한다.

일을 새로 배워야 하기에 높은 노동강도와 2교대제에 적응하기도 힘들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해 여러 작업을 돌아가며 일한다. 그러나 계약직 노동자들에게는 그런 조처가 없다. 이런 식으로 온갖 차별에 시달린다.

2교대제를 처음 경험해 보는 한 젊은 계약직 노동자는 삶에서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져 힘들다고 했다. 이렇게 고생해서 일하면서도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다.

계약직 노동자들이 실수라도 하면 현장 관리자들은 불호령을 한다. 노동자들은 눈치 보느라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한다.

최근 수출 차량이 잘 팔리며 일감은 늘었지만 정규직은 줄이고 비정규직 늘리는 사측 3월 16일 르노삼성자동차 뉴비전 선포식 ⓒ출처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

요즘 사용자 측은 유럽 수출 차량(‘아르카나’)이 잘 팔리자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간당 생산 대수(UPH)를 50대에서 60대로 올리겠다고 한다. 그러면 노동강도가 대폭 오를 것이다.

사용자 측의 무책임한 방역 포기로 감염자도 계속 나오고 있다. 현장의 인력 부족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 계약직 노동자들과 정규직 노동자들 모두 연차 휴가도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

그런데 사용자 측은 올해도 정규직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계약직을 또 모집해 부족 인력을 메우려 한다.

단결

이런 상황에서 최근 르노삼성자동차노조(독립노조)가 비정규직과의 단결을 위한 요구를 내놓은 것은 반가운 일이다. 노조는 비정규직까지 노조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계약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노조 집행부는 비정규직 차별 대응에 소극적이었다. 적잖은 정규직 노동자들도 단기 계약직 노동자들이 계약 종료 후 퇴사하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여겨 왔다.

일부는 이번에 노조 집행부가 비정규직에 관한 요구를 내놓자 ‘왜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까지 나서냐’는 물음도 제기한다. 그러나 계약직 노동자들이 받는 차별은 부당하다. 함께 항의해야 한다.

저임금과 차별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임금 등 노동조건 하락 압박으로 돌아올 수 있다. 사용자 측의 이간질이 먹혀들수록 저항도 자칫 약화될 수 있다.

한 노동자 부분의 차별에 함께 맞서지 않으면 모두의 조건이 하락한다는 노동운동의 역사적 경험이 많다. 미국에서는 흑인 인종차별이 심한 남부 백인 노동자가 차별이 덜한 북부 백인 노동자보다 임금이 낮다고 한다.

사용자 측의 노동조건 공격에 맞설 유일한 방법은 단결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규직 노동자들이 계약직 노동자들이 받는 차별에 반대하고 단결을 추구해야 한다.

한편, 독립노조 집행부는 계약직 비중을 25퍼센트로 제한하라는 요구도 내놓았다. 크게 늘고 있는 계약직 비중을 제한하겠다는 의도이겠지만, 자칫 정규직 노조가 계약직 채용을 인정하는 셈이 될 수 있다.

현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과 함께, ‘희망퇴직’을 반대하고 신규채용 시 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으로 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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