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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난민 5명, 인천공항에 두 달 넘게 억류

에티오피아 난민 5명이 한국 정부의 입국 거부로 현재 두 달 넘게 인천공항에 억류돼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중순 인천공항에 도착해 난민 지위 신청을 했다. 그런데 4월 8일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는 이들을 난민 인정 심사에 불회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제대로 된 난민 인정 심사를 받을 기회조차 주지 않으며 입국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이때부터 이들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신세가 됐다.

이들을 돕고 있는 사단법인두루의 이상현 변호사는 이들의 공항 생활을 이렇게 전했다.

“이분들은 터미널 의자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공항에서는 식사를 제공해 주지 않으며 직접 사 먹어야 하는데, 가져온 돈은 이미 다 떨어졌습니다. 공항 밖 시민들의 모금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이분들 중 한 분은 지병이 있어서 그에 맞는 식단이 필요하지만, 적절한 식사를 하지 못해서 건강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2020년 11월 시작된 내전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이 내전으로 지난 한 해 동안만 8800명이 넘는 사망자와 6만 8500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에티오피아 내에서 떠도는 난민(국내실향민)은 2020년 12월 210만 명에서 2021년 9월 420만 명으로 두 배나 늘었다.

게다가 “분쟁, 가뭄, 홍수, 사막 메뚜기 떼의 공습, 시장 불안정, 환율 절하, 고가의 음식 가격 및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1360만 명이 식량 부족 상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올해 3월 유엔난민기구는 “모든 국가에게 에티오피아에서 피신하는 민간인들의 자국 영역 접근을 허용하고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준수할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유엔난민기구의 이런 요청 직후 에티오피아 난민의 입국을 거부한 것이다.

난민 신청을 한 5명은 주요 분쟁 지역인 암하라족 출신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아 왔고, 에티오피아로 돌아갈 경우 같은 박해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난민 지원 단체와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5월 26일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인천공항에 억류돼 있는 에티오피아 난민들의 입국 허가와 난민 인정 심사 기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루렌도 가족의 일원인 보베테 씨(왼쪽에서 네 번째)도 참가해 힘을 보탰다 ⓒ임준형

5월 26일 소송의 첫 변론을 앞두고 난민인권네트워크, 난민인권센터, 사단법인두루는 변론이 열리는 인천지방법원 앞에서 이들의 신속한 입국과 정식 난민 심사 기회 보장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의 일원인 보베테 씨도 참가해 힘을 보탰다. 루렌도 가족 역시 2018년 12월 법무부의 입국 불허로 당시 10살도 되지 않았던 네 자녀와 함께 9개월여 동안 인천공항에서 노숙 생활을 해야 했다. 광범한 연대 운동이 벌어져 입국한 후 마침내 지난해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보베테 씨는 자신이 공항 생활에서 겪었던 고통을 전하며 “에티오피아 난민들도 인간이고, 우리 가족도 인간이고, 우리 모두가 인간입니다. 그들이 공항에서의 삶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하고 호소했다.

법무부가 입국 불허했던 루렌도 가족이 결국 난민 인정을 받은 것을 보면, 정부가 공항에서 내리는 입국 불허 조처가 얼마나 자의적인지 알 수 있다. 정부는 에티오피아 난민들의 입국을 허가하고 정식 난민 심사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끊이지 않는 공항 난민의 고통

한국 정부는 난민이 공항이나 항만에서 난민 신청을 하면 일단 입국을 막고서 정식 난민심사 기회를 줄지 말지 사전 심사(이른바 ‘회부심사’)를 한다. 이 제도는 사실상 난민의 입국을 차단하는 국경 통제 정책의 일환이다.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부터 올해 4월까지 공항이나 항만에서 난민 신청을 한 1758명 중 44퍼센트(779명)만이 이 심사를 통과했다. 1994년부터 한국의 누적 난민 인정률은 2.8퍼센트에 불과한데, 입국이 거부돼 심사조차 받지 못하고 쫓겨난 난민들을 포함하면 실제로는 더 낮은 셈이다.

2018년 12월에는 앙골라 난민 루렌도 가족이 입국이 거부돼 288일을 인천공항에 갇혀 지냈다. 당시 불회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에서 인천공항출입국 측은 출입국항에서 난민 신청 권리를 제한하지 않으면 “국경 수비에 큰 타격을 준다”면서 난민을 침략자 취급하는 인종차별적 태도를 드러냈다.

2020년에도 한 난민이 인천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무려 423일 동안 억류돼 있었다. 그는 열악한 공항 생활로 인해 탈장 증상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당시 법무부는 그에게 난민 신청 서류조차 주지 않고 강제 출국시키려 했다. 그는 항소심까지 가는 소송 끝에 정부의 조처가 인신의 자유 제약이라는 판결을 받고 입국할 수 있었다.

5월 26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집트 난민 아부지드 씨도 2018년 처음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불회부 결정을 받아 보름 넘게 공항에서 지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난민임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증거를 출입국 당국이 진위를 확인하겠다며 이집트 대사관에 보내는 바람에 이집트에 거주하는 가족들이 쫓기게 됐다고 폭로했다. 동생은 4년 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있다고 한다.

이처럼 정부가 ‘가짜 난민’을 가려내겠다며 취하는 조처들은 모든 난민들을 고통에 빠트리고 난민 유입을 차단하는 데 이용될 뿐이다.

정부는 공항과 항만에서 실시하는 사전 심사를 폐지하고 난민이 한국에서 안전하게 머물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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