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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주들이 기후 위기 대응에 진지하게 나설까?

기후 운동 내에는 기업주들도 기후 위기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소비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들의 이윤에도 타격을 줄 게 뻔한 기후 위기를 이대로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주들은 ‘친환경’ 경영을 약속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RE100이나 ESG경영 같은 단어들이 경제지 1면을 장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약속에 어떤 기대도 걸어서는 안 된다.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 동력, 즉 이윤 축적 경쟁 때문에 기업주들은 언제나 이런 약속을 어겨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예컨대 현대차는 ‘친환경’ 전기차 판매량을 2030년에는 187만 대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물론 내연기관차를 줄이고 전기차로 전환하는 것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2018년 기준으로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무려 11.9퍼센트나 된다.

그러나 현대차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윤을 얻으려고 전기차를 생산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자사의 차를 움직이게 할 전기가 어떻게 생산돼야 할지에 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다. 현재 전기는 대부분 화석연료를 태워 생산한다.

현대차그룹은 5월 24일 전기차 등 친환경 기술에 16조 20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내연기관차에는 38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환’이 아니라 기존 내연기관차도 계속 생산하고 요즘 잘 나가는 전기차도 팔겠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 늘어날 뿐이다.

현대차는 RE100에도 가입해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웠는데, 최근 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세우겠다고 해 논란이 됐다. LNG발전소는 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석탄발전소에 비해서는 적어도 말이다. 현대차는 유럽 자동차 시장 등을 고려해 자기 공장에 공급되는 전기를 LNG발전으로 충당하려 하는 듯하다. 유럽연합은 자신들의 환경 기준을 어긴 수입품에는 탄소국경세를 적용할 방침인데 정작 LNG발전을 친환경 기술 목록(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켰다.

5월 27일 현대·기아자동차 본사 앞에서 LNG발전소 건설을 비판하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들 ⓒ출처 청소년기후행동

이미지 세탁

환경단체들이 반발하고 RE100 캠페인을 주관하는 국제 비영리단체 클라이밋그룹까지 나서자, 현대차는 LNG 발전소 설립 계획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논란은 기업주들이 온실가스 감축에는 별 관심이 없고 이윤에 도움이 될 기업 이미지 세탁에만 관심이 있음을 잘 보여 줬다.

2020년에 RE100에 가입한 SK하이닉스도 경기도 이천과 충북 청주에 LNG발전소를 짓고 있다. 이름은 화석연료와 관계없는 것처럼 ‘스마트에너지센터’라고 지었다. 2021년 RE100에 가입한 고려아연도 울산에서 LNG발전소를 가동 중이다.

그런데 클라이밋그룹 측은 이들의 LNG발전소 증설 계획을 RE100 가입 당시에도 알고 있었지만 아무 조처를 하지 않고 있다. 이 점은 사실상 이 캠페인이 구멍투성이이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무엇보다 RE100은 기업주들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도록 촉구하는 캠페인일 뿐 기존의 화석연료 기반 시설들을 줄이도록 강제하지 않는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후자의 조처가 핵심인데 말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실은 최근 ‘2021 한국 석탄금융 백서’를 발표했다. 이 백서를 보면 2020년 18곳에 지나지 않던 ‘탈석탄’ 선언 금융기관이 지난해에는 100곳으로 늘었다. 그러나 석탄 투자 규모는 1년 사이 약 15조 4000억 원이나 늘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민간 금융사들뿐 아니라 국민연금과 수출입은행 등 정부 기관들도 석탄 산업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ESG경영이라는 구호가 유행하든 말든 세계적 수준에서 화석연료 투자는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유가가 크게 상승하자 시중 자금이 석유‍·‍에너지 기업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6월 11일 시가총액 기준 상장사 순위에서 애플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다른 글로벌 석유기업들도 지난해와 올해 1분기에 기록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엑손모빌은 올 1분기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3퍼센트 늘어났다.

자연재해로 인간이 입을 피해를 우려해서든 이윤 축적 차질을 우려해서든 온실가스 감축에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부 기업주들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도 한두 해 안에 선택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 앞선 대기업들처럼 이윤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환경을 위해 장렬히 전사할 것인가. 자본주의는 한쪽으로만 길을 열어놓고 있다.

자본주의를 끝장내지 않으면 이 체제가 지구 전체와 우리를 굴복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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