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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철도 민영화 계획을 꺼내다

윤석열 정부가 5월 초 발표한 국정과제 보고서는 철도 민영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철도 관제 업무와 시설유지업무를 공기업인 코레일(열차 운영 책임)에서 떼어내 국가철도공단(옛 철도시설공단, 철도 건설 시설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이관하려 한다. 또, 차량 정비 업무에 민간 제작사가 참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철도 관제권*과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서 분리해 국가철도공단으로 넘기면 민간 기업들이 철도 운송에 진출하기 쉬워진다. 이것은 안전을 위협하는 민영화의 수순이다.

철도는 열차의 운전과 정비, 선로를 비롯한 철도 시설의 건설과 유지·보수, 이들을 안전하게 연결해 줄 신호 등이 하나의 체계 속에 있어야 한다. 철도의 여러 기능은 쪼개면 쪼갤수록 사고 위험이 커지고 철도 노동자들과 승객의 안전이 위협받는다.

또, 차량 정비에 민간 기업들이 진출해 수익성 논리가 강화되면 철도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노동자들에게는 구조조정 압력이 강화될 것이다.

민영화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하나로, 정부의 소유 혹은 기능을 사적 자본에 넘기는 것을 뜻한다. 현재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우회적 민영화이다. 한꺼번에 민간 기업에 팔면 국민의 반발이 심하고 자본의 부담도 심할 수 있기 때문에, 분할 매각하거나 민간 기업의 참여를 일부 보장하려는 것이다.

민영화는 수익성 제일주의로 서비스 질 하락, 안전 위협, 노동조건 악화를 초래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철도 민영화를 위해 코레일과 SRT(SR이 운영하는 수서발 고속철도)를 분할시켰다. 물론 철도 노동자들의 투쟁 때문에 SRT의 민간 매각은 추진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분할 이후 정부는 수익성과 실적 위주의 경영 평가를 시행하며 코레일과 SR을 경쟁시키고 있다. SRT 운행이 시작되자 코레일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던 KTX의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코레일의 적자가 커졌다. 코레일은 비용 절감을 명분으로 벽지 노선 축소를 거듭 시도했다. 2017~2021년 무궁화호는 36퍼센트나 줄어들었다. 그만큼 교통 취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불편과 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윤석열의 철도 민영화 정책은 이런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다.

안전 위협, 요금 인상, 노동자 구조조정 낳을 철도 민영화 2018년 강릉 KTX 탈선 사고 ⓒ출처 강원소방본부

민영화를 추진하는 자들이 가장 큰 명분으로 삼는 것은 비용 절감과 효율 증대다. 그러나 민영화의 효과를 평가한 국내외 연구에서 민영화로 생산성과 효율이 높아졌다는 결과를 얻은 경우는 거의 없다.

그들이 민영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당장의 재정 절감 효과와 이데올로기적 필요 때문이다. 심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서 지배자들은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아니라 공공부문이 경제 위기의 원인처럼 보이도록 하려 한다. 공공 투자를 줄이고,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며, 시장과 경쟁이 최선이라는 믿음을 퍼뜨리기 위해서다.

정부가 말하는 재정 지출 효율화,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 논리는 정규직 감축과 외주화 확대, 노동강도 강화 등 노동조건 공격과 구조조정을 뒷받침하는 핵심 논리이다. 이것은 철도의 안전과 공공성 약화로 이어져 왔다.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2018년 강릉 KTX 탈선 사고는 역대 정부들이 인력 확충과 안전 투자를 외면한 결과였다.

재정 적자가 철도 노동자들의 책임도 아니다. 정부는 높은 선로 사용료를 받고 있고, PSO(공익서비스 부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는 공공서비스에 더 많은 돈을 지원할 책임이 있다. 코레일의 적자는 싼 값에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착한 적자”다.

철도 노동자들의 민영화 반대 요구는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