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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때문에 희생을 강요당해선 안 된다

오랫동안 자폐는 정신병의 한 종류로 여겨졌다. 1940년대 미국의 어린이정신과 의사 레오 카너는 자폐를 냉담하고 냉정한 부모(“냉장고형 엄마”)에 의해 야기된 희귀한 어린 시절 질병으로 봤다. 얼마 전까지도 의학계는 자폐를 노골적으로 혹은 은근히 부모 탓으로 돌리곤 했다.

현재 자폐는 초기 아동기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평생에 걸쳐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보이는 장애이자, 장애의 심각성과 양상의 폭이 넓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로 정의된다.

발달장애인은 자폐성 장애인과 지적장애인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2021년 한국의 등록 장애인은 264만 4700명이고 발달장애인은 25만 5207명이다. 발달장애인의 비중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9세 이하 등록 장애인의 66.4퍼센트가 발달장애인이다.

국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의 오랜 투쟁 끝에 2014년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지원하는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됐다. 그러나 의사소통 지원, 복지서비스 지원, 평생교육, 소득보장, 돌봄 지원, 어떤 것도 법대로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이 없다.

발달장애인의 다수는 의사소통과 자립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중증장애인이다. 2020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폐성 장애인의 78.4퍼센트, 지적장애인의 62.1퍼센트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가는 여전히 부모와 개별 가정에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기 개입(각종 치료, 재활, 교육 등)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미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조금이라도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길 바라며 매달 수백만 원 이상을 각종 치료와 사교육비에 쓰고 있다.

불우한 환경이 안정된 생활로 바뀌기만 해도 학습장애나 지적장애가 개선되거나 진단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좋은 지원을 충분히 받는다면 중증의 성인 발달장애인조차 훨씬 안정되고 심신의 건강과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경우가 확인된다.

이런 사례들이 흔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럴 만한 좋은 조건 자체가 발달장애인들에게 너무 귀하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 다수가 가난한 노동계급의 일원이다.

발달장애인은 일하지 못하거나 일을 구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발달장애인의 돌봄 때문에 가족이 일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전체 인구의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비율이 3.6퍼센트인데 비해 발달장애인 가구의 경우 36.7퍼센트에 달한다.

장애인차별철폐의날을 맞아 4월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열린 ‘장애인 권리 보장 촉구 결의대회’ ⓒ이미진

배제

발달장애인의 다수는 일하길 원한다. 고용노동부의 2021년 실태조사에서 발달장애인 취업자의 76.6퍼센트가 ‘나는 일 다니는 것이 좋다’고 했다. 발달장애인 미취업자의 63.1퍼센트도 취업을 희망한다고 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의 취업률은 29.3퍼센트밖에 안 된다. 일할 의사가 있고 어떤 업무는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있지만, 일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자본주의가 부를 늘리는 방법은 사람들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착취하는 것이다. 자본가 입장에서는 효율적으로 착취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만성 환자 등은 매력적인 노동력이 아니다. 지금 같은 경제 위기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자본가들은 그들이 일할 수 있게 지원하거나 그들을 부양하는 데 드는 지출은 되도록 줄이고 싶어 한다.

발달장애인이 이렇게 일자리에서 배제될수록 더 넓은 삶 속에서도 소외되고 배제된다. 이것이 자본주의에서 장애가 사회적 차별이 되는 이유이다.

권리와 해방

발달장애는 계속 생길 것이고 우리 중 누구와 그 가족들이 발달장애 때문에 비난받거나 희생을 강요당해선 안 된다.

극소수에게 어마어마한 부가 집중돼 있다. 누구는 장시간 노동과 산업재해에 시달리고 누구는 일하지 못해 절망하는 것은 부자들의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부조리일 뿐이다.

그러니 비난은 이 사회 꼭대기에 앉은 자들에게 돌려야 한다. 수치심과 죄책감과 두려움도 그들 몫이 되게 해야 한다.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마땅한 권리를 위해, 더 나아가 해방을 위해 싸울 수 있게 함께 지지하고 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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