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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평
시의적절한 좋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자폐성 장애인이 주인공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먼저 나온 〈우리들의 블루스〉는 발달장애인이 직접 출연해 자신의 얘기를 전했다. 그가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니얼굴〉도 화제였다.

100도씨

좋은 TV 드라마들이 종종 사회적 격랑에 앞서 나온다.

광주항쟁을 다룬 TV 드라마 〈모래시계〉(1995)가 나온 그해 불붙은 대중투쟁이 전두환과 노태우를 철창에 집어넣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절대 처벌할 수 없을 것 같던 권력을 무너뜨리는 일도 가능할 수 있다.” 〈시그널〉(2016)의 대사처럼 그해 겨울 박근혜 퇴진 투쟁이 폭발했다.

명민한 작가들은 100도씨로 끓기 전에 시대의 온도를 더 일찍 아는 것 같다.

지난 4월 집회 제한이 풀리자, 발달장애인 국가책임제와 24시간 돌봄 체계를 요구하는 556명의 집단삭발·집회·단식농성이 이어졌고, 장애인 이동권 투쟁도 재개됐고, 집권당 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가 2차례 TV 토론에서 맞붙었다.

마치 이런 온도 변화를 미리 아는 듯한 〈우리들의 블루스〉 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는 반가운 일이다.

덩달아 〈연합뉴스〉, 〈조선일보〉 등 언론은 거의 매일 관련 기사를 내고 있다. 일종의 “레인맨 효과”다. 영화 〈레인맨〉(1988)이 대성공했을 때 미디어는 자폐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자폐성 장애인의 가족들은 관심을 반기는 한편, 걱정한다. 우영우(박은빈 분)가 너무 드물게 〈레인맨〉에서 〈셜록〉과 〈어카운턴트〉에 이르는 다른 자폐인 주인공들처럼 비상한 능력을 가졌고 대형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이 아쉽긴 해도, 많은 사람들이 우영우를 좋아하고 응원하게 됐다. 있는 그대로 들어 주고 솔직하게 말하는 모습에 반하곤 한다. 드라마는 자폐의 특징을 긍정적으로 보여 주면서 선입견이나 편견을 깨고 있다.

동시에 자폐인들이 겪는 어려움, 차별, 소외도 잘 다루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자폐인의 사망 평균 연령은 23.8세다. 연령이 이렇게나 낮은 이유는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기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의 한 연구를 보면 지적장애가 없는 성인 자폐인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살 가능성이 9배나 높았다. 여성의 경우 13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생학

자폐의 역사는 우생학이 관련된 잔혹사이기도 하다. 3화에서 흑백의 기록과 함께 우영우가 말한다.

“자폐를 최초로 연구한 사람 중 하나인 한스 아스퍼거는 나치 부역자였습니다. 그는 살 가치가 있는 아이와 없는 아이를 구분하는 일을 했어요. 나치의 관점에서 살 가치가 없는 사람은 장애인, 불치병 환자, 자폐를 포함한 정신병자 등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1933년 집권한 나치는 ‘유전적 질환 자손 예방법’(강제불임법)을 실시했다. 유전적으로 ‘열등한’ 아동과 성인 40만 명을 불임 수술했다. 나치는 또 장애인 27만 5천 명을 학살했다(T4작전). T4작전 이후에도 장애인은 계속 학살됐고 강제수용소에서 죽어갔다.

나치는 미국 법을 따라했다. 미국의 32개 주에는 강제 불임 법령이 있었다. 1979년까지 미국 정부는 장애인을 강제로 불임시키는 주 정책을 지원했다. 미국 정부는 1970~1976년에 전체 아메리카 원주민 여성의 최소 25퍼센트를 불임시키기도 했다.

노르웨이,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 정부도 1976년까지 장애인을 감금하고 불임 수술을 시켰다. (발달장애뿐 아니라 품행이 나쁘다거나 혼혈이라는 이유로도.)

어린이 해방

이 드라마는 다른 사회적 쟁점도 잘 다루고 있다.

9화 ‘피리 부는 사나이’는 “어린이 해방” 선언과 “어린이 해방” 혁명가가 나온다. 그는 감형을 위한 반성을 거부하고 법정을 연단으로 삼아 신념을 지킨다.

2017~2020년 국내 5~14세 우울증 환자가 49.8퍼센트나 증가했다. 전체 증가율보다 2배나 높다. 지난달 발표된 전국적인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4명 중 1명꼴로 성적으로 인한 불안과 우울감 때문에 자해나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책 《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에서 심리학자 김태형 씨는 “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동학대와 다름없다” 하고 썼다. 정확한 말이다.

성적 자기결정권

10화에서는 지적장애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까다로운 문제가 나온다. 실제 현실은 훨씬 복잡할 것이다.

그럼에도 우영우처럼 여성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더 잘 발휘하도록 고무하는 것은 좋은 방향이다. 그럴 때 여성과 차별받는 사람들이 자신감을 갖고 억압에 맞서 싸울 수 있고, 더 나은 세상을 쟁취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도 있다.

이 점에 대해서 실라 맥그리거의 강연 ‘강간과 포르노 그리고 자본주의’의 질의응답을 함께 읽어 본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투쟁

12화에는 여성 해고 노동자들의 법정 투쟁이 나온다. 대형로펌의 변호사 우영우는 반대편에 서서 갈등한다.

억압받는, 차별받는, 착취받는 사람들이 벌인 수많은 싸움들은 진 적이 훨씬 더 많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싸움들은 사람들의 의식과 조직을 성장시킨다. 오직 싸움에 나설 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크립 캠프

장애인의 권리와 해방을 위한 투쟁과 그 역사에 관심이 생기면 《마르크스21》 40호에 실린 로디 슬로라크의 ‘마르크스주의와 장애’와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크립 캠프〉(2020)를 함께 보면 좋을 것이다.

〈크립 캠프〉는 노동·흑인·성소수자운동이 장애인운동과 연대한 재활법 504조 서명을 요구하는 26일간의 점거운동, 자립과 탈시설화 운동 등 1970년대 뜨거웠던 미국 장애인 운동 이야기와 영상이 펼쳐진다.

그것은 억압받는 사람들의 용기, 투지, 각성, 해방감, 연대의식에 관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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