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의장 선출 실패에서 드러난 공화당의 위기
〈노동자 연대〉 구독
미국 정치인들이 하원의장을 선출하지 못하면서 미국 정치가 새로운 위기에 빠졌다.
공화당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는 지난 1월 4일까지 여섯 차례의 투표에서 연달아 과반을 얻지 못했다. 처음에는 19명, 이후에는 20명의 공화당 극우파 의원이 연합해 반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는 뻔뻔한 인종차별주의자들과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이 장악한 공화당이 분열하고 있다는 징후다. 공화당은 지난 11월 중간선거에서 아슬아슬하게 하원을 장악했지만, 지금은 그들끼리 싸우고 있다. 매카시는 트럼프를 지지했던 골수 우파이지만,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매카시가 충분히 우익적이지 않다고 여긴다.
하원이 1차 투표에서 의장을 선출하지 못한 것은 1923년 이래 처음이다. 1월 3일 1차 투표는 민주당의 하킴 제프리스가 소수당 대표임에도 매카시보다 더 많이 득표하는 난맥상을 보였다.
이 혼돈은 한때 자유민주주의의 모범으로 떠받들어졌던 미국 정치 제도가 직면한 더 심각한 위기의 징후다. [바이든이 트럼프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한 후] 지난 2년 동안 극우는 국회의사당을 공격했고, 트럼프는 대선 결과를 부정했으며, 공화당원들은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믿음을 이어왔다.
중간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미국 민주주의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거나 “잘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가 52퍼센트나 됐다.
하원의장은 단순히 형식적인 직책이 아니다. 미국 정치 최상층에 속한 지위이며, 대통령 궐위 시 부통령에 이어 2순위로 대통령 권력을 승계받을 수 있는 자리다.
하원의원들은 앞으로도 의장을 선출할 때까지 투표를 계속 해야 한다. 이러한 교착 상태로 인해 하원의 일상 업무가 지연되고 있다. 수백 명의 의원들이 아직 취임도 못했고 입법 업무도 처리되지 못했다.
매카시는 의장이 되기에 충분한 표를 확보할 때까지 20명에 달하는 반란 의원들과 맞대결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는 두 번째 투표에서 패한 직후 세 번째 패배를 앞두고 이렇게 선언했다. “우리가 이길 때까지 버틸 것이다. 나는 그 길을 안다.”
공화당 극우파 의원 맷 게이츠는 “결국에는 승리하게 될 장기전을 벌일 태세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동료 공화당 극우파 의원인 로렌 보버트는 이렇게 말했다. “매카시로부터 새로운 얘기를 듣지 못했기에, 우리는 계속 하던대로 할 것 같다.”
매카시 반대파는 매카시에게 연방 예산의 균형을 유지하고, 엄격한 긴축 정책을 펴고, 정부 지출에 대한 하원의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매카시는 이미 핵심 요구 하나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는 의원들이 연방 복지 예산을 삭감하거나 연방 공무원을 해고하거나 급여를 삭감하는 입법을 할 수 있게 하는 “홀먼 규칙”을 되살리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매카시에게는 동맹이 없지 않다. 트럼프는 1월 4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매카시에 대해 강력한 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는 “어젯밤 정말 좋은 대화가 오갔다. 이제는 우리의 위대한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매카시에게 투표할 차례”라고 썼다.
그러나 매카시가 반란표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매카시 밑에서 원내총무를 맡아 온 루이지애나주 선거구 의원 스티브 스컬리스에 기대를 걸 가능성이 높다.
이 위기는 공화당 내부의 깊은 분열이 심화하면서 격동의 2년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리는 사건일지도 모른다. 단지 9석 차로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 상황이 소수 강경파에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민주당은 공화당의 악행을 지적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염원을 실현시켜 주지 못했다. 이런 위기는 경제위기가 심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계속되는 코로나 위기가 조용히 목숨을 빼앗고 있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다. 진정한 희망은 의회 밖 노동계급의 투쟁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