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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 전환”?:
실업급여 깎고 일자리 재정 지원 줄이고 임금 억제하기

윤석열 정부가 고용정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변화된 노동시장 환경에 걸맞게 정부의 일자리 정책도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발표된 정책을 보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게 아니다. 되레 일자리·사회보장에 대한 정부 지원을 줄이고 기존 일자리의 질을 더한층 끌어내리는 것이다. 그럴듯한 말로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노동계급에게 고통만 안겨 주는 내용들이다.

정부는 우선, 실업급여 삭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년간 3회 이상 반복 수급자의 급여를 깎고(절반~10퍼센트), 급여 수급의 대기기간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급여 수급자들을 일하기 싫어서 놀고먹는 사람 취급하면서 “부정수급 근절”, “반복수급 제한”을 강조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구직 의욕과 활동을 촉진하겠다고 하는데, 지나가던 개가 웃을 얘기다. 안정적이고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한 게 문제이지, 노동자들의 의욕 부진이 문제인가? 일시적으로 최대 200만 원가량 지급되는 실업급여로는 지금 같은 고물가 시기에 생활비를 감내하기도 힘들다.

까다로운 지급 기준 때문에 그조차 못 받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직장갑질 119의 조사에 따르면, 비자발적 실업을 경험한 사람 셋 중 둘이 급여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고용보험 재정 건전성 운운하면서 실업급여 지급 요건도 더 까다롭게 만들려고 한다. 구직 의무를 더 강하게 부여하고, 상담사의 개입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처럼 깐깐해지는 실업급여 수급”(〈경향신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016년 개봉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심장병 악화로 계속 일을 할 수 없게 된 주인공이 높은 실업급여 수급의 문턱에 부딪혀 거듭 좌절을 겪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자유주의 복지 삭감의 폐해를 생생히 고발한다.

정부는 또, 일자리 재정 지원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공공근로 등 직접 일자리를 줄이고, 고용장려금 등 재정 지원 사업을 축소·폐지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 필요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임 정부가 정부 주도의 재정 투입에 치중하면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의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에 돈을 너무 많이 쓴 게 아니라 너무 아낀 탓에 정책이 누더기가 됐다. 공공부문의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공공근로 등 고령자 중심의 단기·저질 일자리 확대에 그쳤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윤석열 정부는 이런 꾀죄죄한 수준에서도 더한층 후퇴하려 한다. 실업의 고통에서 국민의 일자리를 보호해야 할 정부 책임을 벗어 던지겠다는 것이다.

청년·여성 맞춤형?

마지막으로, 정부는 임금 억제 등 노동개악 추진도 일자리 대책으로 내놓았다. 임금체계 개악과 유연근무제 활성화 등으로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이를 통해 청년·여성들에게 맞춤형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추면 그 몫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까? 그렇지 않다. 사용자들이 노동개악을 바라는 이유는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는 데 있다.

가령, 지금 윤석열 정부는 일감이 몰릴 때 노동자들을 48시간 연속, 주당 80.4시간까지 일 시킬 수 있도록 하는 개악을 추진하려 한다. 안 그래도 긴 노동시간을 (임금 등 조건 후퇴 없이) 줄여야 일자리가 늘어날 텐데, 정반대로 압축적 장시간 노동제를 도입해 기존 노동자들만 혹독하게 쥐어짜겠다는 것이다.

직무성과급제가 청년·여성들에게 이로운 것도 아니다. 직무급제는 직무에 따라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고 고착화하는 효과를 낸다.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을 부추겨 단결을 저해함으로써 집단적 임금 인상 투쟁을 하는 데에도 차질을 준다.

노동개악이 “고용 취약계층에 이롭다”는 정부의 말은 거짓일 뿐이다.

요컨대, 윤석열 정부의 고용 정책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커녕 기존의 알량한 정부 지원마저 삭감하고 노동개악과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그렇게 기업이 성장해야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의 조건도 생겨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바로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고용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뜻하는 바다. 윤석열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밝힌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 즉 ‘민간·기업 주도의 혁신성장,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 구상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전 정부들이 거듭 꺼내 들었던 케케묵은 정책으로, 노동계급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을 뜻했다. 가령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규제개혁과 창조경제를 내세웠지만, 경제는 저성장을 면치 못했다. 양질의 일자리가 늘기는커녕 일자리의 질은 더 나빠지고 양극화가 확대됐다.

지난해 코로나 방역이 풀리면서 고용률이 조금 올라갔다지만, 여전히 많은 청년들이 실업과 저질 일자리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앞으로 경기 침체가 심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고용 위기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것과 정반대의 대책이 필요하다.

경제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일자리 보호에 더 많은 재정을 투여해야 한다.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확대·강화해야 한다.

또, 임금 등 조건 후퇴 없이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