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열차 사고 항의 총파업:
신자유주의 긴축재정이 철도 참사를 초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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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그리스 역사상 최악의 열차 사고를 계기로 그리스에서는 잇달아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3월 16일(현지시간)에도 주요 노동조합 연맹들이 24시간 총파업을 벌여 전국이 마비 상태에 빠졌다. 그리스의 혁명가 소티리스 콘토야니스가 이번 열차 사고로 이어진 철도 민영화의 역사를 살펴본다.
2017년 5월 13일 테살로니키-아테네 노선을 달리던 열차가 탈선해 한 주택에 충돌했다. 철도 기관사와 다른 세 명이 사망해 열차 잔해로부터 실려 나왔다. 승객 열 명이 부상했고 거주자 두 명이 아슬아슬하게 발코니에서 뛰어내려 간신히 화를 면했다.
사고 원인을 조사한 그리스 철도 운영사 트렌OSE와 교통부는 손쉽게 원인을 찾아냈다. 과속, 즉 인적 과실이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 조사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 사고는 본선에서 작업이 끝나지 않아 열차가 측선에서 달리던 중 발생했다. “작업이 완료됐고 아덴드로스에 역장이 있었다면 열차는 우회하지 않고 본선으로 계속 운행했을 것이다.
“설사 기관사가 측선에서 열차를 계속 가속시켰더라도 안전 시스템이 자동으로 이를 중단시킬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안전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역장이 상황을 알려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역장은 없었다. 관제사가 도와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관제사는 매표 업무도 해야 했다. 신호등이 경고를 보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신호등은 … 작동하지 않았다.”
6년 후 지금, 역사가 되풀이됐다. [역사가 되풀이될 때는 희극으로 되풀이된다는 마르크스의 말이 무색하게도] 두 번째는 희극이 아니라 훨씬 더 큰 비극으로 되풀이됐다. 다시 원인은 은폐됐다. 저들은 선로 전환기를 돌려놓아야 한다는 것을 깜빡한 역장을 비난하거나 당시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그의 동료들을 비난한다. 인적 과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값비싼 돈을 들인 자동 시스템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았다. 신호등 역시 작동하지 않는다.
안전 시스템의 핵심은 인간의 실수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공장에는 특별 “안전 막”이 있어서 손가락 하나가 넘어 와도 자동으로 기계를 멈춘다. 이 특별 시스템은 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한다. 매우 경미한 오작동의 기미만 있어도 기계를 멈춘다.
그러나 그리스 철도에 도입된 “자동 시스템”의 핵심은 이를 설치한 도급 업체들의 배를 불리는 것이었다. 승객들과 승무원의 안전은 그 다음이었다.
최초의 전기 신호 체계는 1980년대에 그리스철도공사(OSE) 노선에 도입됐다.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리스의 우파 일간지 〈카티메리니〉조차 인정했듯이 “2010년까지도 대부분의 철도망에서 원격 통제 신호 체계가 설치되고 운용되고 있었다.”
조악하고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낡은 것일지언정, 이 신호 체계라도 남아 있었다면 템페에서 일어난 참사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신호 체계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세 가지 주요 요인이 원격 신호 체계의 해체를 낳았다. 첫째는 민영화다. 그리스 최초의 철도는 19세기 후반에 도입됐다. 당시 철도는 무역과 산업 발전이라는 경제적 목적뿐 아니라, 신속한 병력 수송이라는 군사적 목적에도 아주 중요했다.
100년 후인 1990년대 중반부터 그리스철도공사는 더 작은 회사들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2013년 옛 통합 그리스철도공사의 주요 자회사 트렌OSE는 정부가 민영화를 위해 설립한 그리스자산개발기금으로 넘어갔다.
2017년 트렌OSE는 이탈리아국영철도에 팔렸다. 새 회사의 목표는 수익성 좋은 아테네-테살로니키 노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다. 다른 노선들은 대부분 방치하거나 폐쇄했다. 그리고 항공기와의 경쟁을 위해 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릴 수 있는 새(중고) 열차들이 도입됐다.
기존 안전 시스템이 그러한 속도에 적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 회사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 시스템이 5년 동안 작동을 멈췄다는 사실 역시 중요하지 않았다. 문제될 게 뭐 있겠는가?
‘헬레닉 트레인’으로 이름을 바꾼 트렌OSE는 자사 웹사이트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연상케 하는 철도 관제 센터를 찍은 사진을 띄워 놓았었다(지금은 내렸다). 기차표도 잘 팔렸다.
원격 신호 체계가 해체된 둘째 요인은 안전 시스템을 담당하고, 그 시스템을 고치거나 업그레이드하는 도급 업체들의 추잡한 이해관계다. 안전 시스템 계약은 그 업체들에게 말 그대로 노다지였다.
자신의 안전 시스템을 설치한 업체는 수십 년 동안 그 시스템의 유지 관리도 맡았다. 다른 업체가 그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들은 천문학적인 비용을 받았다. 이런 계약을 따낸 두 주요 국제적 기업이 있다. 캐나다의 봄바디어사와 프랑스의 알스톰사다. 〈카티메리니〉에 따르면, 1995년부터 2001년까지 두 기업은 그리스철도공사 및 그 자회사들과 15건의 계약을 맺었고, 여기서 2억 5000만 유로[약 3500억 원]을 챙겼다.
업체들의 시스템이 서로 호환되지 않아 오작동이 발생했지만, 그 시스템들은 기본적인 구실이라도 했다. 그러나 이나마도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구제 금융의 대가로 요구한 긴축을 이행하면서 방치되고 해체됐다.
그 후 옛 시스템을 재가동하거나 유럽의 최신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그리스철도공사의 모든 노력은 도급 업체들의 미적거림으로 좌절됐다. 2014년 그리스의 건설사 AKTOR의 자회사인 TOMI와 알스톰이 설립한 합작 회사가 4100만 유로를 받고 “2년 안에” 옛 시스템을 복구해 주기로 계약했다.
그러나 그 계약에도 불구하고 알스톰은 남부 그리스에 설치된 봄바디어의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기를 거부했다.
이 프로젝트는 철도 시설 관리 업체인 ErgOSE가 그 합작회사에 1330만 유로를 추가 지급하기로 하면서 비로소 착수에 들어갔다. 9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신호등조차 없는 철도망이 대부분이다.
원격 신호 체계가 해체된 셋째 요인은 기업과 정부의 “유착”이다. 신민주당은 지배계급의 정당이자 기업들의 정당, 도급업자들의 정당이다.
대중의 강력한 항의에 직면한 총리 미초타키스는 “인적 과실” 발언을 철회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감옥에 간 사람은 역장뿐이다.
그리스 정부가 템페 참사 유족들의 고통에 무관심하다는 점은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는 전문가 위원회에 타나시스 젤리아스코풀로스를 임명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트렌OSE의 최고경영자이자 대표였고, 현 그리스자산개발기금의 이사장이다. 말 그대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그의 조사 위원 임명 소식에 논란이 일자 그는 사임해야 했다. 그리스철도공사와 ErgOSE 사장도 물러났다. 거짓 눈물 한두 방울과 겉치레 사과로 우리가 잊기를 기대한 것이라면 그들은 크게 착각한 것이다. 우리는 잊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