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쿠팡 택배 노동자들, 노조 설립!:
상시적 부당 해고 위협에 반기를 들다

사측이 수억 원의 이윤 잔치를 벌이는 동안, 쿠팡 택배 노동자들은 고된 노동으로 내몰려 왔다 ⓒ출처 서비스연맹

쿠팡 택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했다. 지난 4월 24일 전국택배노조에 소속된 쿠팡 택배 성남 분당, 서울 강남, 고양 일산 지회가 한날 동시에 창립대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사측의 보복에도 굴하지 않고 투쟁하고 있다.

노조 설립을 준비 중인 지역이 몇 곳 더 있다.

이번에 노조를 설립한 택배 노동자들은 쿠팡이 2021년 설립한 택배 자회사 쿠팡CLS(쿠팡 로지스틱스 서비스)에 소속돼 있다.

그동안 쿠팡은 배송 인력을 직고용해 노동자들의 조건이 좋다고 내세워 왔다. 그러나 사측의 선전과 달리 노동 환경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이제 쿠팡에 직고용된 노동자들(‘쿠팡친구’, 구 ‘쿠팡맨’)은 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80퍼센트는 다른 택배사처럼 쿠팡CLS가 간접 고용한 택배 노동자들(퀵 플렉스)이다. 사실상 쿠팡 배송의 대부분은 퀵 플렉스가 맡고 있다.

이 노동자들은 1톤 트럭을 보유한 배송 기사들로, 쿠팡에게 건당 수수료를 받고 배송을 위탁받는다.

쿠팡은 비용 절감을 위해 직고용을 대폭 줄이고, 택배 자회사를 설립했다.

쿠팡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3회 연속 분기당 1000억 원 넘는 흑자를 냈다. ‘새벽 배송’, ‘로켓 배송’ 등 속도전에 내몰린 택배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 덕분이다. 하지만 택배 노동자들의 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얼마 전 택배 과로사 대책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실시한 ‘쿠팡 노동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쿠팡 택배 노동자들은 배달 구역 회수(클렌징) 위협에 시달리고, 장시간 노동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상시적으로 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무엇보다 배달 구역 회수 위협에 큰 불만을 느끼고, 분노하고 있다.

택배 노동자들에게 배달 구역 배정은 일감과 직결된다. 클렌징은 수행률(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일감을 빼앗겠다는 것이다. 화장을 지우듯 실적 낮은 택배 노동자를 ‘깨끗하게’ 청소하겠다는 말이다.

건당 수수료를 받는 택배 노동자들이 배달 구역을 잃으면 수입이 줄어들고, 아예 일을 못하게 될 수 있다. 쿠팡 택배 노동자들은 “클렌징은 부당 해고”라며 분노한다.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에도 계약 기간 중 사전 합의 없이 ‘담당 구역’을 택배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쿠팡CLS는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클렌징

배달 구역 회수 압박은 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 과로, 산재로 내몰고 있다.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쿠팡 택배 노동자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무려 10시간이다. 그 이상 근무한다고 답변한 사람도 응답자의 31.4퍼센트에 달한다. 반면, 하루 휴게 시간은 평균 18분에 불과하다. 노동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배달 업무 수행률이 떨어지면 클렌징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많은 동료들이 시간에 쫓기며 장시간 노동과 관절 부상 등에 시달리고 있다.

“아침 7시까지 배송하라고 지시받지만, 물건을 적재하는 시간이 새벽 4시 반~5시쯤이다. 물건 정리 시간, 이동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어떻게 안전하게 배송할 수 있겠나.”

쿠팡 택배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건설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싸우는 이유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었던 것이 불과 몇 년 전이다. 택배 노동자들의 투쟁 성과로 노동시간 단축, 고용 안정, 대리점주의 횡포 금지, 분류 작업 인원 확충 등을 담은 사회적 합의가 있었다.

하지만 택배 사용자들은 번번이 약속을 어겨 왔다. 택배 노동자의 과로사도 계속됐다.

쿠팡CLS는 한술 더 떠 사회적 합의 당시 당사자가 아니었으므로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며 뻔뻔하게 나오고 있다.

쿠팡 사측이 대리점과 택배 노동자 사이의 계약 문제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다.

최근 쿠팡CLS가 대리점과 맺은 계약서가 공개됐는데, 여기에는 “반품·프레쉬백(재활용 가능한 배달 보냉 가방) 회수율 90퍼센트, 주말·공휴일 배송 업무 월평균 수행률 70퍼센트, 명절 당일 배송업무 수행 기사 비율 40퍼센트”가 적시돼 있다. 쿠팡이 실질적인 사용자임을 재차 확인시켜 준다.

대리점은 택배 노동자들에게 위와 같은 조건으로 계약을 강요한다. 이 때문에 택배 노동자들은 클렌징 압박 속에 장시간 노동, 과로, 산재 위험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쿠팡 택배 노동자들이 이런 가혹한 계약을 거부하면 바로 해고될 수 있다. 울산 택신 대리점에서 사측이 내놓은 계약서를 거부한 택배 노동자 7명이 문자로 해고됐다. 이후 이들은 노조를 결성했다.

마녀사냥

쿠팡 사측을 두둔하는 〈조선일보〉 등 친사용자 언론들은 쿠팡 택배 노동자들을 폭력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건설노조를 ‘건폭’으로 공격했듯이 말이다.

그러나 진짜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쿠팡 사측과 윤석열 정부의 경찰이다.

쿠팡 택배 노동자들이 캠프(물류 터미널)에서 집회를 열면, 쿠팡 캠프 직원들과 쿠팡이 고용한 용역들이 집회에 난입해 방해했다. 경찰은 항의한 조합원들을 등 뒤로 수갑을 채워 연행해 갔다. 한 여성 조합원이 항의하다 밀쳐져 구급차로 호송되는 일도 있었다.

택배 노동자들은 경찰이 ‘쿠팡의 용역’ 노릇을 한다고 분노하고 있다.

〈조선일보〉가 연일 ‘폭행’ 주범으로 지목해 마녀사냥하고 있는 원영부 택배노조 경기지부장은 갈비뼈가 부러지고 다리를 다쳐 현재 입원해 있다. 상급 단체 간부인 그는 현장 조합원들의 활동을 돕기 위해 캠프에 들어가려다 쿠팡 관리자 십여 명에게 둘러싸여 밀려났다. 그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는데 〈조선일보〉는 이 장면만을 부각해 폭행으로 몰아갔다.

쿠팡 사측은 노조 분당지회장의 현장 출입마저 막아섰다. 현재 분당지회장과 다른 한 조합원은 근무 시간에도 현장에 출입을 못하고 있다. 일도 배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해고 수순이다. 쿠팡 조합원들은 사측과 경찰이 짜고 ‘경찰 연행 - 출입 제한 - 해고’를 자행하는 것 아닌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쿠팡 사측이 강경하게 나오는 배경에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유통업계와 택배업계의 경쟁이 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조건 개선을 억눌러 비용을 절감하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건폭’ 운운하며 건설노조를 공격하고 있는 상황도 사측에 자신감을 줬을 것이다.

쿠팡 택배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과 노동조건 개선 투쟁은 정당하다. 더 많은 지역의 쿠팡 택배 노동자들이 노조 건설과 투쟁에 나서기를 바란다. 이 투쟁에 지지와 응원을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