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노동자 투쟁:
첨단 빅테크 기업에서 벌어지는 고전적 계급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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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닷컴 버블이 커지던 1994년 인터넷 상에서 책을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제는 유통업(홀푸드 마켓, 자포스, 아마존 고, 필팩, 아마존 약국)의 ‘공룡’으로 성장했다. 여러 기업들에 웹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비롯해 각종 첨단 기술(알렉사, 아마존 로보틱스)을 판매하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아마존 스튜디오) 등에서도 큰 손이다. 2021년 아마존은 자산총액이 4205억 달러(약 567조 2500억 원), 한해 순이익이 334억 달러(약 44조 6000억 원)에 이른다.
기업주 언론들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가 ‘새로운’ 자본주의를 이끄는 영웅인 것처럼 찬사를 보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 인류 전체에 도움을 주며, 세련되고 창의적이며 우주여행을 즐기는 괴짜로, 무엇보다 노동자 착취에 의존해야 하는 자본주의의 법칙에서 벗어난 존재처럼 묘사했다.
특히, ‘아마존 고’나 ‘아마존 프레시 수퍼마켓’ 같은 무인 점포들이 미국과 영국에서 문을 열었을 때 기업주 언론들은 열광했는데, 자본가들에게 유통업은 최근까지도 고용을 줄이기 어려운 사업 영역으로 여겨져 왔기 때문이었다.
사실 최대한 적은 노동자를 고용해(즉 인건비를 줄여) 이윤을 늘리고자 하는 것은 자본주의가 시작된 이래 모든 자본가들의 꿈이었다. 포드사의 설립자 헨리 포드는 “한 쌍의 손을 고용할 때마다, 인간 하나가 딸려온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기업주들이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결국 살아있는 노동력에 의존해야 이윤을 얻을 수 있다.
아마존 같은 온라인 유통업이 성장하면서 소규모 매장들이 문을 닫고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곳에서 엄청나게 많은 일자리가 생겼다. 온라인 유통업은 엄청나게 많은 물류 창고 노동자들과 배송 노동자들에 의존하고 있다. 아마존은 2021년 기준으로 미국 내에서만 110만 명, 전 세계에서 160만 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런 노동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그들의 노동이 세계를 굴러가게 하고 있다는(또 제프 베조스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주고 있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 것은 팬데믹이 시작되면서부터였다. 록다운으로 마비된 세계 곳곳에서 이들은 ‘필수 노동자’로 불리기 시작했다.
제프 베조스 같은 빅테크 기업주들의 거대한 부는 이 노동자들을 혹심하게 착취한 결과일 뿐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생산 속도를 중시할 뿐 노동자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물류 창고는 집단감염의 온상이 됐다. 팬데믹으로 물류량이 엄청나게 늘고 제프 베조스는 천문학적인 부를 거머쥐었지만, 노동자들은 더 오래 일하면서도 물가 인상으로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경험을 해야 했다.
그러나 오래 전에 마르크스가 지적한 것처럼 노동자들의 이런 처지는 다른 사회집단은 가질 수 없는 힘을 노동자들에게 부여한다. 제프 베조스는 노동자들이 일을 멈추면 한 푼도 벌 수 없다. 그래서 수십 년 동안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애써왔다.
그럼에도 2022년 4월 미국 뉴욕의 JFK8 물류창고 노동자들이 아마존 역사상 처음으로 노조를 설립했다.
미국
노조 창립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한 지도적 활동가 크리스 스몰은 미국의 좌파 개혁주의 언론 《자코뱅》이 주최한 한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i]
“제가 항상 노동자들에게 하던 말이 있습니다. ‘허니문 시기’라는 게 있다고 말입니다. 처음 일을 시작하고 2주, 심지어 2년까지는 내가 좋은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환상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노동자들은 일을 시작하고 첫 두세 달은 우리 리플릿을 보고도 가져가지 않습니다. 인사조차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후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고 우리와 대화를 시작하죠. 그리고 [회사] 운영진이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우리 쪽으로 와서 가입합니다. 앤젤리카도 그런 노동자 중 하나였을 겁니다.”
앤젤리카는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한번은 집에 가는 버스를 놓쳤습니다. 그러다 아마존이 몇 년 전 셔틀버스를 약속했던 게 기억났습니다. 그 때 한 동료가 다가와서 노조에 대해 설명했죠. 저는 노조가 변화를 만들 것이라 믿고 가입했습니다. 저는 28세의 싱글맘으로 아들을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아마존은 처음부터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려고 인종차별을 시도했다. 크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측의 사주를 받은 한 노동자가 주로 백인들로 이뤄진 노동자 무리에게 아마존노조는 깡패 집단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며 비난했습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운동하는 무리들이다. 조직 경험도 없는 깡패무리들이 노조 돈을 모아 한탕하려 한다는 식이었죠.”
그러나 노동자들이 이에 맞서 단결하는 데 성공하자 이간질은 오히려 사측에 부메랑이 됐다. 미셸은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의 인종차별주의적 행태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인종차별은 역효과를 낳았는데요. 아마존 노동자들의 인종구성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전체 노동자들의 30퍼센트가 히스패닉계이고 35퍼센트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입니다.”
아마존노조 조직 위원이자 JFK8 물류 창고의 포장 노동자인 저스틴 메디나는 현장 노동자들의 주도력과 단결의 중요성, 전투성 등이 중요했다고 지적했다.
“공산주의자들, 사회주의자들, 아나코-신디컬리스트들도 끌어들여 광범한 진보적인 연합을 형성해야 합니다. 투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사장들처럼 교활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돼요.
“노동조합이라면 선동하는 것을, 사장들을 적대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영국[ii]
영국 아마존의 코벤트리 BHX4 물류 센터 노동자들은 같은 해 여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비공인 파업을 벌였다. 이 노동자들은 올해 1월 첫 공인 파업을 시작한 뒤 매달 파업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물류 센터로 가는 길목을 지키며 동료 노동자들에게 파업 동참을 호소하는 피케팅을 벌였는데, 참가자들은 피케팅이 파업의 효과를 키울 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조직과 의식이 성장하는 데에도 대단히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이전까지는 전혀 느껴보지 못한 유대와 연대감을 직장 동료들에게서 느끼게 됐다고 한다.
“처음 여기서 일을 시작했을 때는 우리팀 말고는 아무와도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어요. 이제는 내가 피케팅에 참여하건, 일을 하고 있을 때건 누구나 제게 인사를 건넵니다.”(메리)
“파업이 시작되자 관리자들은 영어가 익숙치 않은 노동자들을 상대할 때 누리던 유리함을 더이상 누릴 수 없게 됐습니다.”(마누엘)
피케팅은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있는 노동자들이 사측에게서 받는 압력을 중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마푸자는 처음에 관리자들이 파업에 참가하면 해고될 거라고 협박해 파업에 참가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파업에 참가하는 동료 노동자로부터 그럴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파업에 참가했다. 마푸자는 또다른 동료를 설득해 파업에 참여하게 했고, 노동조합에도 가입했다.
파업이 거듭될수록 노조 조직률도 크게 높아져 최근 코벤트리 BHX4 물류 센터 노동자들의 과반이 조합원이 됐다. 노조는 공식 단체협상을 요구할 수 있게 됐다.
‘빅테크’ 기업 아마존은 자본가들이 100년 전부터 써 온 방식으로 대항하고 있다. 사측은 파업을 무력화하려고 임시직 노동자 수백 명을 신규 채용했다. 다른 물류 센터로 물량을 전환 배치하고 있기도 하다.
노동자들은 연대가 사활적임을 알고 다른 물류 센터들로 파업과 조직화의 물결을 확산시키고 있다. 코벤트리 노동자들은 5월 추가 파업을 예고했고, 영국 내 다른 아마존 물류 센터들에서도 높은 지지율로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되고 있다.
아마존 노동자들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노동자들이 100년 전 그들의 선배들과 차이점도 있지만 근본에서 공통점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보여 주고 있다. 그들의 조건뿐 아니라 투쟁 방식에서도 그렇다.
무엇보다 여러 법률들과 제도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싸울 수 있고, 심지어 노동조합이 없을 때조차 투쟁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노동자들의 이익을 지킬 힘이 현장 노동자들 자신의 행동에 있고 이를 통해 조직과 의식을 성장시킬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또 이런 과정을 촉진시키려면 단결과 연대가 필수적임을 이해하며 헌신할 준비가 돼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도 보여 줬다. 혁명적 좌파는 그 중요한 일부가 돼야 한다.
[i] 이 내용을 녹취·번역해 준 이예송 번역가에게 감사드린다.
[ii] 영국 아마존 노동자들의 소식은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의 기사를 많이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