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택배 노동자들:
노조를 결성해 싸우는 이유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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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15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쿠팡분당B지회가 창립했다. 분당A지회, 강남지회, 일산지회, 울산지회에 이어 다섯 번째다. 연이어 5월 22일에는 성남 궁내지회가 창립할 예정이고, 6월에도 경기지역에서 출범을 앞둔 지회가 있다.
한때 쿠팡은 배송 인력을 직접고용한다고 내세웠다. 그러나 현재는 배송 인력의 80퍼센트를 쿠팡CLS(쿠팡이 설립한 택비 자회사)가 대리점들을 통해 간접고용하고 있다. 사측은 엄청난 물량 강요, 실적 달성 기준에 미달할 경우 해고 위협 등으로 택배 노동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분당B지회 창립대회에서 노동자들이 쿠팡 사측을 규탄하고 노조를 만든 이유에 대해 말했다. 쿠팡 택배 노동자들을 지지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말도 안 되는 실적 달성 강요, 노조 만든 이유입니다”
택배 노동자가 없으면 사회가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됐습니다.
쿠팡 사측은 항상 “우리가 없으면 고객들의 삶이 불편하게, 우리가 없으면 안 되게 하라”고 얘기를 합니다.
쿠팡 택배 노동자들은 한 달에 6000개에서 많게는 1만 개까지 물건을 배송합니다. 그런데 1만 개 물건 배송 중에 오배송 2개가 나오면 해고됩니다.
[주 6일을 일하는데] 한 달에 2번 이상 주말에 휴무를 쓰면 해고됩니다.
이런 조건을 가진 곳이 쿠팡입니다.
말도 안 되는 근무 조건, 말도 안 되는 해고 조건을 걸어 놓고는 우리에게 수행률(실적) 100퍼센트를 완성하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100퍼센트는 불가능합니다. 사람은 아플 수도 있고, 갑자기 가족 중에 힘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생일이 있을 수도 있고, 가정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쿠팡은 해고로 응답합니다. 이게 정상일까요? 누가 봐도 아니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우리가 노조를 만든 이유, 다른 것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조건을 요구하지 말라, 이유 없이 해고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쿠팡에는 노동자가 1만 3000명 있습니다. 노조가 만들어진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겁니다. 우리는 이 싸움을 멈출 수 없습니다.
황준성 택배노조 쿠팡분당A지회장
“간접·특수고용 확대해 사측 마음대로 하려 합니다”
노동조합을 창립하는데 경찰이 왜 이렇게 많이 와 있는지 정말 의아스럽습니다. 경찰들이 쿠팡 직원처럼 서 있는 모습이 현 시국을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쿠팡은 정말 택배 노동자들을 악랄하게 착취하는 기업입니다. 365일 24시간 주간, 야간으로 하루 5번 배송이 이뤄지는 쿠팡입니다.
택배노조가 과로사 방지 투쟁을 할 때 쿠팡은 정규직에 주 5일제, 분류작업 없는 현장이라고 자랑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간접고용과 특수고용 노동자들, 우리 퀵플렉스 택배 노동자들을 무한히 확대하고 있습니다. 365일 24시간 주야 하루 5회 배송을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우리 특수고용 노동자들로 돌리기 위해서입니다.
클렌징은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노예 제도입니다. [클렌징은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면 일감을 빼앗는 것이다. 사측은 화장을 지우듯 실적 낮은 택배 노동자를 ‘깨끗하게’ 청소한다는 의미로 쓴다.]
자신들이 높디 높은 기준을 만들어서 이 수행률을 지키지 못하면 ‘당장 나가라, 너희는 쓸모없는 인간들이다, 쓰레기다’라고 합니다.
이 클렌징 제도를 가지고 [택배 노동자들의 수입인 건당] 수수료도 삭감합니다. 대리점마다 본사와 계약한 기간이 다를 텐데, 어떻게 작년에서 올해로 넘어오면서 모든 대리점의 수수료가 삭감됐겠습니까.
쿠팡에는 법도 없고, 제도도 없습니다. 그냥 자기들이 원하는 대로 하는 것입니다. 노동조합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켕기는 것이 많으면 경찰들을 이렇게 대동합니까. 정말 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쿠팡은 우리 택배노조 선배 조합원들이 만들었던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과 과로사 방지 사회적 합의 표준계약서를 모두 무력화시키고 있습니다.
계약서에 [배송] 구역도 정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수수료도 변경하고, 분류작업도 택배 노동자에게 전가합니다. 쿠팡이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노동자들을 탄압하면 이걸 보는 다른 택배사들도 그렇게 하겠다고 할 겁니다.
쉬운 싸움은 결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강남지회장
“부당한 계약 조건 거부하니 해고, 끝까지 싸워서 당당히 복귀할 것입니다”
저는 현재 해고자 [7명 중 한 명]입니다. 4월 23일 우리는 계약서를 쓰려고 대리점 사무실에 갔습니다.
대리점 측은 말도 안 되는 악덕 조항이 담긴 계약서를 제시하며 서명하라고 했습니다.
그 계약서에는 특약 조항이 있었는데, 평균 출근율 85퍼센트, 명절 출근율 75퍼센트, 프레시백(재활용 가능한 배달 보냉 가방) 회수율 90퍼센트 조항이 있었습니다.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해고 대상자가 되는 겁니다.
이 계약서를 못 쓰겠다고 하면서 질문을 했지만, 이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을 당했습니다.
우리는 현장에서 쫓겨났고, 이틀 뒤에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습니다.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것이 사유였습니다.
이 특약 조항에 따르면, 명절 출근의 경우 3일 명절이면 100퍼센트 모두 출근해야 합니다. 4일, 5일이면 하루밖에 못 쉽니다.
저는 작년 1월부터 쿠팡에서 일했습니다. 프레시백을 한 달 평균 1500개에서 2000개 회수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86~88퍼센트 정도였습니다. 90퍼센트를 넘기는 것은 어렵습니다.
현장의 주인은 당연히 우리입니다.
우리가 현장을 바꿔야 하고, 투쟁을 해야 됩니다. 끝까지 싸워서 현장에 당당히 복귀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