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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난민선 실종:
‘요새 유럽’ 정책이 또다시 난민을 죽이다

지난 7월 10일, 절박한 처지에 내몰려 작은 보트 세 척에 올라 위험을 무릅쓰고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로 가려 했던 3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지중해에서는 이주민 600명이 살인 행위나 다름없는 일[국경 통제 당국의 방조]에 의해 익사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또다시 그런 일이 되풀이된 것이다.

작은 배에 의지해 피난길에 오른 난민들 ⓒ위키피디아

11일 화요일 현재 각각 60명 가량을 태운 난민선 두 척이 16일째 실종된 상태다. [이후 한 척이 발견돼 86명을 구조했다.] 이 배들은 세네갈에서 출발해 스페인 영토로 가려고 했다.

200명이 탄 셋째 난민선도 6월 27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세 척 모두 세네갈 남쪽 카푸틴에서 출발해 1700킬로미터 떨어진 카나리아 제도의 테네리페섬을 향했다.

인종차별적인 국경 통제 탓에, 또 안전하게 난민 인정을 받을 경로가 거의 없는 탓에 수많은 난민들이 어쩔 수 없이 위험천만한 여정에 오르고 있다.

그러나 작은 배로는 대서양의 거센 해류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지난해 559명이었고 2021년에는 1126명이었다.

이런 죽음은 사고가 아니다. 난민들이 이런 항로로 갈 수밖에 없도록 유럽 지배계급이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위험을 피해 피난을 떠나는 것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에게는 사형 선고와 다름없는 일이 됐고, 아프리카 서쪽 바다는 지중해나 영불해협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무덤이 됐다.

스페인의 국경 통제는 대단히 잔혹하다. 스페인 해안에서 난민들의 죽음이 거듭되는 가운데, 스페인 정부는 [북아프리카의] 자국령 고립영토인 멜리야에서 모로코와 접한 육로 국경의 통제를 강화했다. 2022년 6월 24일, 가까스로 멜리야 진입에 성공한 이주민 37명이 스페인 경찰 병력과 공조하던 모로코 경비대에게 맞아 죽었다.

멜리야와 스페인의 또 다른 북아프리카 고립영토인 세우타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유럽연합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육로 국경이다.

스페인과 모로코는 이 국경들에 10미터 높이의 철책선과 감시탑을 짓고 잔인한 탄압을 동원해 출입을 통제한다. 이 때문에 유럽으로 가고자 하는 피난민들이 바닷길을 택하고 있다. 그런데 2018년 유럽연합이 모로코 북쪽 해안을 따라 이주민 유입을 단속하고 나서자 카나리아 제도를 경유하는 경로로 난민들이 몰린 것이다.

이는 스페인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난민을 태운 배를 정박하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페인에 무사히 당도하더라도 난민들은 끔찍한 처우를 받는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갈수록 곤궁해지는 현실과 가뭄 등의 기상이변, 어획량 고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카나리아 제도로 향하는 2주 가까이 걸리는 뱃길에 오른다.

안전하고 합법적인 경로가 거의 없고 그나마 있는 경로는 대다수에게 허용되지 않는데다가 비자 발급 요건도 너무 까다로운 현실 때문에, 밀입국 브로커들은 사람들의 절박한 처지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유럽의 잔인한 국경 통제로 익사하는 난민들의 소식은 이제 너무나 익숙한 일이 됐다.

300명 넘게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은 톱뉴스가 돼야 마땅하다. 그 300명이 부자들이거나 유럽인들이었더라면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주류 언론에서 이 참사를 보도한 기사를 찾으려면 한참을 뒤져야 한다.

이주는 누구나 누리는 권리로 인정돼야 한다. 안전한 이주 경로는 인종과 종교, 이주 사유와 무관하게 무상으로 보장돼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요새화된 유럽’은 기꺼이 수많은 이주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이주민을 적으로 악마화하고, 저임금과 긴축 정책의 책임을 그들에게 떠넘김으로써 지배계급의 범죄를 가리기 위해서다.

지난 6월,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난민 익사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

6월 그리스 해역에서 이주민 약 600 명이 익사한 일은 “충분히 막을 수 있는 비극”이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새로운 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도했다.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자신들이 난민선을 일찍부터 돕지 않은 것을 변호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난민선이 도움을 거절했다면서 말이다. 해안경비대는 공식 입장에서 그런 주장을 반복하고 있고 난민선을 조우했던 민간 선박의 증언도 동원한다.

난민선이 도움을 거절한 것이 사실이라 해도, 해안경비대는 난민들이 도움을 거절할 수도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또, 해안경비대는 그와 무관하게 구조에 나설 의무가 있다. 밀입국 업자들이 자기 신변을 보호하려고 도움을 거부했을 수도 있다. 난민 구호 단체인 ‘알람폰’은 이주민들에게 그리스 당국은 두려운 존재라고 지적하며 다음과 같이 전한다.

“피난민들은 끔찍하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난민을 밀어내는 그리스 당국의 관행과, 유럽연합이 그 관행을 승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당시 난민선의 “항로와 속도가 안정적이었다”며 일찍 구조에 나설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한다. 난민선 엔진이 고장났다는 얘기가 나오고 불과 24분만에 배가 전복됐다고도 주장한다.

해안경비대 기록에는 밤 10시 50분에 “어선 상태 양호”라고 쓰여 있지만, 새로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난민선은 이미 한참 전부터 이상 작동 하고 있었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난민선은 “비뚤배뚤한 항로”를 그렸고, 속도도 시속 1킬로미터 이하로까지 떨어지는 등 들쭉날쭉했다. 일각에서는 난민선이 6시간 넘게 [엔진이 멈춘 채] 표류했다고 보도했지만, 실제로는 뒤집히기 직전까지 자체의 동력으로, 그러나 매우 느리게 움직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도 그리스 해안경비대는 자기 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한다. 배의 위치를 확인하고 민간 선박과 자신들의 경비정을 보낸 것으로 충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률가들과 구조 전문가들은 당시 확인된 정보만으로도 전면적 구조 작업에 나섰어야 마땅하다고 지적한다.

옥스포드대학교의 국제 해양법 연구자인 에프티미오스 파파스타브리디스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생명을 구해야만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는 게 아닙니다. 적어도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해 봤어야 합니다.”

그리스 해안경비대와 ‘요새화된 유럽’은 자신들의 책임을 덮으려 하지만 그들의 손에는 선연하게 피가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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