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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미국 정치 위기와 아래로부터의 투쟁

미국에서 사상 최대 보건 파업이 벌어지는 등 노동자 투쟁 수위가 한 단계 높아지는 동안 심각한 정치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

10월 3일 저녁 공화당 내 가장 반동적인 우익 파벌이 하원의장 케븐 매카시 해임안을 가결시켰다. 하원의장이 불신임 투표로 해임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고, 불신임 투표 자체도 1910년 이후 처음이다.

매카시 해임안은 찬성 216표 대 반대 210표로 가결됐다. 공화당 의원 8명과 민주당 의원 208명이 해임안을 지지했다.

매카시는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공격하고 이민자를 적대시하는 이야기를 퍼뜨렸고, 바이든이 2020년 대선에서 선거 부정으로 이겼다는 트럼프의 거짓말을 두둔했다. 하지만 어떤 공화당원들이 보기에는 이런 매카시도 충분히 우익적이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매카시는 민주당과 합의해 연방정부 일부 ‘셧다운’(정부 폐쇄)를 막기 위한 임시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할 추가 재정을 확보하고자 한다. 매카시의 반대자들은 트럼프의 “미국 우선” 국수주의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추가 재정 투입에 반대한다.

하원의장은 그저 형식적인 직책이 아니다. 미국 정치의 최상층에 속한 직책이고 대통령 유고시 승계 서열로는 부통령 바로 다음이다.

이런 혼돈은 한때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모범으로 제시되던 미국 정치 기구가 처한 더 근본적인 위기의 한 증상이다. 지난 3년 동안 미국에서는 극우가 국회의사당을 습격하고, 트럼프가 대선 결과를 부정하고 많은 공화당원들이 “바이든이 선거를 탈취했다”는 주장을 계속 믿었다.

민주당은 다음 대선에서 바이든보다 나은 후보가 없다. 바이든은 갈수록 정치적으로 휘청이는 듯 보이고 최근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트럼프에 뒤처졌다.

게다가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중국과의 대결도 점차 격해지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하원에서 위기를 터뜨리는 와중에 트럼프는 또 다른 법정 다툼에 휘말렸다.

트럼프와 그의 성인 아들 두 명, 더 넓게는 트럼프 일가의 ‘트럼프 기업’이 더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받으려고 자산 가치를 20억 달러 이상이나 부풀린 혐의를 받은 것이다. 이 사건은 형사 재판이 아니라 민사 소송이기 때문에 혐의가 인정돼도 징역을 살지는 않는다.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

미국 상층부의 분열과 충돌이 격해지는 동안 노동자들은 반격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가운데, 10월 4일 아침에는 의료 기업 카이저퍼머넌트의 보건 노동자들이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보건 부문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노동자 중에는 간호사·식이요법사·안내원·검안사·약사 등이 포함돼 있다.

파업 노동자들은 8개 노조의 연합에 속해 있는데, 이 노조 연합은 카이저퍼머넌트 전체 인력의 40퍼센트를 포괄한다. 이 노동자들은 캘리포니아주·콜로라도주·워싱턴주·오리건주 등 미국 서부에 집중돼 있다.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만성적 인력 부족 해결, 외주화에 맞서 고용 보호를 요구하고 있다. 또, 원격 근무중인 노동자들을 대면 근무로 전환시킬 때 더 일찍 이를 고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 사상 최대 규모의 보건 노동자 파업 ⓒ출처 SEIU (X / 옛 트위터)

캘리포니아주의 간호사인 미키 플래철 씨는 이렇게 말했다. “사측은 일선 보건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이지 않아요. 저희는 환자들을 위해 파업에 나섰습니다. 파업에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랐지만, 결국 파업에 나서야 했죠.”

노조들은 시급 25달러 이상 보장과 2년간 매해 임금 7퍼센트 인상, 그후 2년간 매해 6.25퍼센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러네이 살다나 서비스-보건노동조합연맹(SEIU-UHW) 대변인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노동자들은 말 그대로 쥐어짜이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수십 년 이래 최악의 세계적 보건 위기를 치렀고, 그 위기를 넘기자 이제는 집세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집을 잃고 차에서 살게 될까 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카이저퍼머넌트는 “비영리” 기업이다. 하지만 2023년 상반기에 3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냈다고 밝혔고, 경영자 최소 49명에게 연봉을 100만 달러 이상 지급하고 있다.

회장이자 CEO인 그레고리 애덤스는 연봉이 1500만 달러에 이른다.

이 파업은 더 큰 그림의 일부다. 미국에서 노동자 100명 이상이 참가하고 1주일 이상 지속된 파업들의 건수가 늘어 2023년 1~9월에 56건을 기록했다. 이는 코넬대학교 노사관계대학의 데이터베이스에 따른 것이고, 2022년 같은 기간보다 65퍼센트 는 것이다.

그보다 규모가 작은 파업들도 있다. 노조를 결성하기로 표결했지만 아직 단협을 맺지 못한 스타벅스 지점들에서 벌어진 하루 파업이 그런 사례다. 이런 작은 파업들까지 더하면 지난 12개월 동안 미국의 파업 건수는 396건이다. 하루 한 건 이상 꼴로 파업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영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노조 관료들이 전면적 투쟁에 제동을 걸고 있다. 현재까지 자동차노조(UAW)는 동원 가능한 조합원 중 겨우 15퍼센트에게만 파업 명령을 내렸고, 카이저퍼머넌트 파업은 고작 사흘이다.

계급 세력 균형을 변화시키고 지배계급이 처한 위기를 최대한 이용하려면 더 수위 높은 투쟁과 사회주의 조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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