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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미국 공화당은 혼돈의 사도가 될 수 있다

공화당이 대기업 중심 미국 사회 주류에 전통적으로 내리고 있던 닻이 심각하게 바스러지고 있다고 알렉스 캘리니코스는 지적한다.

트럼프와 공화당 우파가 기존 하원의장을 날려버렸다. 그 자리에 앉히려 하는 짐 조던(오른쪽) ⓒ출처 Jim Jordan (페이스북)

1980년대에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반대 투쟁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아프리카국민회의(ANC)는 이런 슬로건을 내걸었다. “남아공을 통치 불가능하게 만들자!”

오늘날에는 공화당 우파가 미국을 통치 불가능하게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것이 지난주에 공화당 하원 지도자 케빈 매카시가 하원의장에서 해임된 일의 의미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국가”를 마치 통일된 획일체인 양 말할 때가 간혹 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진실이 아니다. 국가는 여러 기구들의 집합체로, 각종 기구에 기반을 둔 자들이나 주요 계급 중 하나에 기반한 자들의 상충하는 이해관계가 그 안에 난무한다.

사회적 갈등의 압력과,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경쟁 압력 때문에 지배계급에는 국가를 통해 공통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게끔 하는 타협이 강제된다.

이런 설명은 다른 어느 경우보다 미국에 들어맞는다. 미국 헌법을 제정한 자들이 자산 계급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택한 방식은 연방 정부의 권한을 대통령과 양원으로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이런 구조는 미국이 산업 자본주의 국가로 변모한 뒤에도, 또 지배적 제국주의 강대국으로 변모하고 나서도 살아남았다. 양대 주요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 협상하고 타협할 태세가 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20세기 후반 네 명의 공화당 대통령하에서도 의회를 통제했다.

민주당은 워터게이트 사건* 덕에 1974년에 공화당 대통령 리처드 닉슨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1950년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정부하에서나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하에서 하원의장을 지낸 샘 레이번과 팁 오닐은, 체제가 비교적 원활히 굴러가도록 일조한 능수능란한 협상가로 유명했다.

이번에 매카시는 그의 전임자들이 늘상 하던 것과 같은 종류의 타협을 했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백악관과 상원을 통제하는 민주당을 상대로 매카시는 미국 정부의 부채 한도 상향을 합의해 줬다. 그 대가로 정부 지출을 삭감하라는 공화당의 요구가 예산안에 반영됐다.

트럼프

그러나 강성 트럼프 지지자인 공화당 의원 여덟 명에게는 그런 합의가 매카시 해임을 요구할 만한 사유였다. 이 반란표들에 민주당이 가세하자 매카시 해임이 가결됐다. 하원의장이 된 지 9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매카시는 하원의장 최초로 해임안 가결이라는 수모를 겪게 됐다.

이 이례적 격변은 공화당이 점점 급진화해 왔음을 보여 준다. 공화당이 대기업 중심 미국 주류 사회에 전통적으로 내리고 있던 닻이 심각하게 바스러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은 1994년의 이른바 “공화당 혁명”과 함께 시작됐다. 당시 [민주당 대통령] 빌 클린턴의 주류 신자유주의에 대한 실망 때문에 뉴트 깅리치가 이끌던 공화당은 하원을 장악할 수 있었다.

같은 과정이 2007~2009년 세계적 금융 위기 이후 벌어졌다. 버락 오바마의 소심함 때문에 공화당은 2010년에 하원 통제권을 되뺏을 수 있었다.

공화당 내 극렬한 자유 시장 지지자들인 ‘티파티’ 파는 정부 부채 한도 상향 승인에 필요한 의회의 힘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티파티’는 미국이 실제로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기를 바라는데, 그럼으로써 미국 국가를 ‘작은 국가’로 축소시키려 한다.

미국 정부 부채, 특히 재무부 채권 발행을 통한 부채는 세계 금융 시스템을 하나로 묶어 주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는 2011년 이런 농담을 했다: “자본 축적과 부채 축적은 … 사실 자본주의 역사 속에서 동반자 관계”였으니 티파티의 요구는 “자본주의를 끝장내기로 표결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오늘날 공화당의 급진화는 트럼프가 추동하고 있다. 트럼프는 내년 공화당 대선 후보를 가리는 경합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논평가 에드워드 루스는 트럼프를 “혼돈의 으뜸 사도”라고 부른다. 트럼프는 자기가 인수하길 바라는 정부가 부도 나길 원하고 있다. 트럼프파 하원의원들은 연방수사국(FBI) 예산 전액 삭감, 법무장관 경질, 추가적인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반대를 주장한다.

사실 매카시가 민주당과 맺었던 합의 중에는 차기 예산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빼는 것도 있었다. 고난만 가득할 매카시 직책의 후임으로 꼽히는 의원 두 명 중에서 트럼프는 짐 조던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조던은 우크라이나 무기 추가 지원에 반대 투표를 했다. 미국 제국주의가 더 많은 위기의 압력에 짓눌리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의 혼돈이 미국 제국주의의 작용을 방해하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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