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노동자 파업 정당하다:
국민건강보험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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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건보노조)이 10월 11일~17일 지역본부별로 돌아가며 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조합원의 83퍼센트가 참여했고, 90.01퍼센트가 찬성했다.
파업의 주요 요구는 직무성과급제 저지, 임금 대폭 인상, 의료 영리화 반대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에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하려 한다. 건보공단 사측은 ‘정부 정책이라서 어쩔 수 없다’며 이를 추진하고 있다.
직무급제는 연공급제(근속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호봉제)를 무너뜨려 임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것이다. 직무를 나눠 각각의 직무 가치를 매기고 임금을 차등화한다. 낮은 가치가 매겨진 직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근속연수가 길어져도 해당 직무에 설정된 임금 상한선 때문에 낮은 임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건보공단 사측은 여기에 성과급제까지 보태려 한다. 노동자들 사이에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단결을 저해해 임금 인상 능력을 약화시키려는 것이다.
여기에 공단 사측은 올해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임금을 1.7퍼센트 이상 올려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높은 물가 인상을 고려하면 실질임금이 상당 폭 감소되는 것이다. 그동안 줄곧 임금 인상이 억제돼 온 것을 고려하면 임금은 노조의 요구인 약 11퍼센트 이상 대폭 인상돼야 마땅하다.
또한 공단 사측은 단체협약도 개악해 노동조합 활동 시간을 줄이고, 여성 조합원들의 교육과 문화 활동도 폐지하라고 한다. 이는 임금체계 개악과 임금 억제에 방해가 될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올해 건보공단에 지급해야 할 정부 지원금을 9월 말 현재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법률에 따라 매년 건강보험 예상 수입의 20퍼센트에 상당하는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동안에도 정부는 14퍼센트가량만 지급해 왔다. 그런데 올해 윤석열 정부는 그조차 미적대고 있다.
부자 감세로 무려 60조 원 가깝게 세수가 구멍난 데다, 심화하는 경제 위기 속에 부실 기업을 지원하려고 재정을 긴축하고 있는 것과 관련 있을 것이다. 연말에 건강보험 재정 상황을 보아 국고 지원을 최소로 줄이려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는 향후 보험료 인상과 보험 적용 범위 축소의 명분으로 악용될 것이다.
부자 감세
건보노조는 “의료 민영화 반대”도 파업 요구로 내걸었다.
윤석열 정부는 정작 꼭 필요한 공공의료 확대에는 인색한 반면, 공공의료(야간진료, 왕진, 병원 내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공간 확보 등) 부족으로 생기는 환자들의 불편을 ‘비대면 진료’ 확대로 때우려 한다. 환자를 보지도 않고 처방할 때 생기는 실수나 약품 오남용 위험을 예방할 대책도 없이 말이다. 이에 대한 의사·약사 들의 합리적인 우려는 수가 인상(30퍼센트)으로 매수하거나 입막음하려 한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난립한 민간 영리 플랫폼 업체들은 이런 비대면 진료 중개를 통해 수익을 올리려 한다. 이 업체들이 이윤을 추구함에 따라 불필요한 의료 오남용이 늘고 그만큼 건강보험 재정 지출과 본인 부담금도 늘어날 수 있다.
소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으로 잘못 알려진 ‘개인의료정보 전자 전송법’도 민영보험사들의 숙원 사업으로 그들의 수익 증대를 위한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민영보험사들은 보험 청구를 간소화한다는 명분으로 환자를 거치지 않고 병원에 직접 환자의 건강·진료 정보를 요구할 권리를 갖게 된다.
이는 민영보험사들이 정부에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거나 환자들의 보험 가입, 보험료 지급을 거절할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민영보험사의 힘은 커지고 의료진의 재량권은 축소될 것이다. 환자들은 사소한 편리를 얻는 대신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더 빡빡해진 의료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민영보험사들은 여기서 더 나아가 건보공단이 보유하고 있는 전 국민의 건강·진료 정보 빅데이터를 손에 넣으려 한다.
이런 정책들은 모두 의료 서비스에 대한 민간보험사들의 통제력을 강화시키는 한편 건강보험제도의 공적 통제력은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는 건보공단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노동조건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직무성과급제와 의료 영리화에 맞서는 건보노조의 파업에 지지를 보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