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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 논란: 증원 필요하지만, 시장 지향 방안은 대안 못 된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의료 예산을 2년 연속 대폭 삭감했다

윤석열 정부가 의대 정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려다가 의사들이 반발하자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대한의사협회는 ‘일방적 추진’이 문제라며 반발했지만, 사실상 의대 정원 확대 자체에 반대한다. 의협은 그동안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그러나 의사 인력 부족이 너무 심각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 단순히 OECD와 비교해도 한국의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2.6명으로 평균(3.7명)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 의사들의 평균 소득은 2020년을 기준으로 노동자 평균 임금의 4~7배나 돼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의사 수 부족이 단지 응급실·소아과·산부인과 등 필수 의료 분야에서만 문제를 낳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력이 부족하니 전공의들은 여전히 주80시간(!) 이상 근무하느라 환자를 제대로 돌보기도 어렵다. 교육도 부실하다. 지방 병원에는 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받기 어렵고 서울의 초대형 병원들은 대기 시간이 너무 길어 큰 불편과 위협을 낳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단순히 의대 정원 확대만으로 — 필요하기는 해도 —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필수 의료 분야는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어 의사들이 그 분야로 진출하기를 꺼리고, 작은 실수가 사망이나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의사들로서는 위험부담도 크다. 의료(인) 공급을 시장 논리에 맡겨 둬서는 이런 분야의 기피 현상을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의협 측의 주장처럼 명백한 의료 과실에 대해서조차 형사 책임을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지지할 수 없다.

사람들이 더 나은 진료를 받기 위해 수도권 대형 병원을 찾는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정부는 수가 인상 등 유인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실효성은 낮아 보인다. 의료 행위 중 필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는 전체 수가를 올리는 효과를 내기 쉽다. 그러면 지금 같은 편중 현상은 해소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부 자신이 의료를 필수 서비스로 여기고 책임지려 하기보다 시장에 내맡기고 이윤 축적의 기회를 제공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금도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의 주 수입원은 건강보험 수가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공공의대를 설립하고 ‘지역의사제’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정부가 공공의대 학생들의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하는 대신,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처가 병행된다면 약간의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무 복무는 권리(거주 이전, 직업 선택의 자유 등) 시비에 휘말리기 쉽고 자칫 공공의대 자체가 지원 기피 대상이나 이류 취급받는 천덕꾸러기가 될 수도 있다.

의료가 시장에 맡겨져 있는 상황에서는 근본적 제약이 따른다. 시장의 한복판에 섬처럼 존재하는 공공의대나 공공병원은 결국 시장 논리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다. 전국에 섬처럼 흩어져 있는 지방의료원은 고사하고 있고, 국립대 병원은 사립대 병원과 마찬가지로 돈벌이에 혈안이다.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려면 의료기관 대부분을 공공병원으로 바꾸고, 정부가 그 재정을 책임져야 한다. 의료를 시장에 맡기지 않겠다는 신호가 확실할 때에야 의대 쏠림 현상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냉혹한 시장 논리를 지지하며 의대 증원 확대를 반대하는 의협이나 의료 영리화를 가속하는 윤석열 정부, 둘 다 이런 조처에 반대한다. 둘 모두의 ‘해법’이 그저 탐욕이거나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