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은 노조 회계 공시 수용을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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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477호
그런데 10월 23일 한국노총이 정부의 압박을 받아들였고 그 다음날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이후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지고 있다. 11월 11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여러 노동운동 좌파 단체들은 유인물을 통해 민주노총 지도부에 이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당시 회계 공시를 수용하며 “복수노조 사업장의 조합원 이탈 우려와 노조 운영 투명성에 대한 불필요한 시비 차단”을 이유로 들었다.
이런 일이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겠지만, 이 때문에 회계 공시 압박을 받아들이는 것은 근시안적 접근이다.
정부는 공시된 노조 조합비 지출 내역을 들여다 보며 사용처
이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집행부가 회계 공시를 수용하자, 노동조합에 대한 정부의 더 큰 간섭과 통제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10월 31일 고용노동부는
기존에는
한편 민주노총 중집이 우려하듯, 1년 납부한 조합비 중 불과 15퍼센트를 차지하는 액수에 대한 세액 공제 가능 여부가 과연 기층 노동조합들이 상급단체를 변경하는 핵심 요인일까?
복수노조 하에서 어떤 노동조합을 선택할지는 노조의 지향, 동료들과의 관계, 회사의 압력, 노조의 전망 등이 두루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복수의 상급단체가 조합원 조직 경쟁을 하는 건설업에서도 조합비 수준이나 세액공제는 중요한 쟁점이 전혀 아니었다. 해당 노조 조합원의 고용과 임금 수준이 중요한 선택 요소였다.
결국 회계 공시를 수용하자는 견해는 투쟁을 회피하고 조직 보전 논리를 우선에 두는 노동조합 상근 간부층의 보수주의를 반영한다.
윤석열 정부 ‘노동개혁’의 일환인 회계 공시 압박에 맞서 투쟁하는 것보다 투쟁을 회피하는 방식의 조직 보전을 우선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성명에서 노조 운영 투명성에 대한 시비를 차단해 “국민의 신뢰를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여기서 “국민”은 평범한 시민을 뜻하는 것일 텐데 이들의 지지와 신뢰를 확대하는 것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그들의 처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전망을 제시할 때다.
윤석열 정부의 온갖 개악 정책에 대한 반발이 큰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투쟁을 이끌 능력이나 정권의 개악을 저지할 힘을 보여 줄 때 미조직 노동계급의 서민층의 지지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지, 윤석열 정부의 공격에 맞선 투쟁을 회피하고 굴복하는 모습으로는 그런 신뢰는 얻을 수 없다.
무엇보다 양대 노총의 회계 공시 수용은 정부의 ‘노동개혁’에 추진력을 실어 주고 있다. 한국노총에 이어 민주노총 중집이 수용을 결정하자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은 “노동개혁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환영했다. 야금야금 노동 개악 조처들을 늘릴 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회계 공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아울러 조합원 수 보고 등에 관한 통제 시도도 거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