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총선:
극우 자유당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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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네덜란드 총선에서 헤이르트 빌더르스의 자유당이 승리했다. 자유당은 150석 중 37석을 차지했다.
2위를 차지한 노동당-녹색당 연합은 25석을, 기존 집권당이자 보수 정당인 자유민주당은 24석을 차지했다.
2년 전만 해도 자유당은 무의미한 세력처럼 보였다. 자유당은 야당 중 하나가 될 운명일 듯했고, 2017년부터는 신생 네오파시스트 정당 ‘민주주의 포럼’에 밀려날 듯했다.
‘민주주의 포럼’은 2019년 지방선거에서 1위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자유당은 언제나 당대표이자 유일한 당원인 빌더르스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민주주의 포럼’은 정당 운동을 건설하려 했다. ‘민주주의 포럼’ 지도부는 파시즘 전통을 분명하게 따르지만, 평당원들은 공공연하게 유대인 혐오적이고 “과학적 인종차별”을 신봉하는 당을 건설할 태세가 돼 있지 않았다. 지방선거 승리 이후 ‘민주주의 포럼’은 내부 갈등을 수차례 겪었다.
지난여름, 자유민주당 전 대표 마르크 뤼터를 총리로 하는 제4차 내각이 붕괴했다. 자유민주당은 연정 파트너들에게 난민 문제에서 더 많이 후퇴하도록 압박했고, 심지어 전쟁을 피해 네덜란드로 들어온 난민 아동의 권리를 제한하려 했다.
자유민주당은 이 쟁점으로 정부가 무너지게 함으로써 이민 문제를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삼아 극우파와 차기 정부를 구성하려 했다.
한 달 뒤 자유민주당은 빌더르스와 공동 정부를 구성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깼다. 그럼으로써 2017년 모로코계 네덜란드인을 인종 청소하자는 증오 연설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 인종차별적 정치인에게 정당성을 부여해 줬다.
갑자기 빌더르스는 통치 기회를 얻게 됐고, 그의 지지자들은 더 대담해졌다.
인종차별
언론이 그를 온건한 인물로 묘사하면서 빌더르스는 더욱 주류화됐다. 그가 노골적인 “탈이슬람화” 요구를 포기했다는 주장이 한 사례였다.
그러나 “네덜란드인을 다시 우선하라”는 제목의 선거 공약집에서 빌더르스는 여전히 “이슬람 학교, 모스크, 쿠란”을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무슬림과 난민을 향한 빌더르스의 인종차별이 갈수록 대세가 됐다. 우파 정당 대부분이 같은 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제 나토 전쟁광들의 지도자가 되려 하는 총리 마르크 뤼터는 이탈리아 [파시스트] 총리 조르자 멜로니와 함께 난민 문제에 관한 유럽연합과 튀니지의 합의를 중재했다. 이 합의로 유럽 국가들은 난민들을 북아프리카로 추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 노동당과 녹색당은 선거 연합을 꾸려서 선거에 참여했다. 그들은 선거 연합을 통해 각자의 선거 성적 하락세를 만회하려 했다.
두 당은 더 우경화함으로써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예컨대 노동당-녹색당 연합의 지도자 프란스 팀머만스는 이스라엘 점령에 맞선 하마스의 저항을 ‘죽음 숭배’로 비유하면서 이를 서구의 ‘생명 문화’와 대비시켰다.
다른 좌파 정당들은 모두 의석을 크게 잃었다.
앞으로 몇 주, 어쩌면 몇 달 동안 자유당은 정부를 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유당의 약진은 빌더르스뿐 아니라 다른 인종차별적 후보들도 주목받게 할 것이다. 정부를 구성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모든 정당이 지금은 빌더르스와의 연정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이려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에는 빌더르스가 이끄는 정부가 등장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의 멜로니 정부는 네덜란드 지배계급을 안심시키는 사례다.
좌파는 어려운 처지에 있다. 그러나 극우에 맞서 여러 사회 운동이 단결할 여지도 열렸다. 총선 이후 며칠간 여러 도시에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섰다. 노동조합 기층 조합원들의 네트워크는 비교적 미약한 상태이지만, 기후정의 운동과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좌파에게 수많은 사람을 동원할 자신감을 주고 있다.
에바우트 판덴베르흐는 노동자연대의 네덜란드 자매 단체인 ‘국제사회주의’의 기관지 〈사회주의자〉의 수석 편집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