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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명건설 부도로 보증금 떼이게 생긴 김해시 임대아파트 주민들
공공임대를 기업에 내맡겨 온 정부가 책임져라

최근 경상남도 김해시의 남명 더라우 임대아파트 824세대 주민들은 크나큰 불안에 휩싸여 있다. 남명건설이 부도가 나면서 남명 더라우 임대아파트를 운영해 온 남명산업개발㈜도 위기에 빠졌기 때문이다. 남명산업개발㈜은 남명건설의 계열사로 최근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남명 더라우는 민간이 건설한 공공임대아파트로 2014년에 임대 분양을 했다. 당시 회사는 10년까지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고, 5년 후면 분양이 가능하고, 보증금이 전액 보장된다고 광고했었다. 이와 같은 분양 공공임대주택은 역대 정부들이 서민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사다리라며 홍보했던 정책이다.

그러나 이는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임대를 시작한 이후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주변 아파트의 시세가 떨어져서 이 아파트의 임대료는 저렴하지도 않았다. 또 2017년에 입주한 후 5년이 지나도 회사는 책정된 분양가가 낮다며 분양을 하지 않았다.

이제 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해 보증금까지 떼이게 생긴 것이다.

이 아파트에는 세대별로 근저당이 7600여만 원에서 9100여만 원이 잡혀 있다. 남명산업건설이 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아파트를 지었기 때문에 이 금액이 부채로 잡혀 있는 것이다.

게다가 회사가 든 전세보증보험의 액수는 임대 보증금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5평형 세대의 임대보증금은 1억 4400만 원가량이지만 전세보증보험은 5200만 원만 가입돼 있다. 세입자들은 보증금의 상당액을 못 받게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세입자들은 손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세입자마다 조건이 다를 뿐 아니라 남명산업개발이 터무니없이 높은 분양가를 원하고 있어 분양 과정도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김해시도 책임 있다 남명산업개발(주)와 ‘신혼부부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 업무협약을 맺으며 지원해 온 김해시. 김해시가 나서서 남명 더라우에 입주를 지원해 온 만큼 김해시는 주민들의 피해 호소를 외면하면 안 된다. ⓒ출처 김해시

당장 계약 만료가 다가오는 입주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김해시장에게 민원을 넣는 웹사이트에는 애절한 글들이 올라왔다.

“2024년 1월 13일 만기에 연장 계약을 위해 재계약 준비를 하던 중이었는데, 남명의 회생신청에 재계약도 진행을 할 수 없고 은행은 대출 연장을 해 줄 수 없다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는 1월에 대출금 상환을 해야 하고, 남명의 회생 신청으로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이 상황에서, 연체 이자에 신용불량까지 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됐습니다.

“아직 30살도 안 된 아들의 명의로 대출을 받은 상태인데, 부모라고 물려 줄 재산이 아닌 신용불량이라는 평생 올가미를 씌우게 생겼습니다.

“시장님 도와주십시오. 지금 만기가 도래하는 임차인들의 대출 연장을 도와주십시오. 저희들의 잘못이 아닌 기업의 잘못된 경영에 저희들이 희생양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 외에도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절박한 마음으로 김해시장에게 민원을 넣었다.

“세대당 근저당이 7000만 원이 잡혀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러면 전 재산과도 같은 보증금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너무 막막합니다. 부디 저희 800여 가구의 이런 어려움을 가벼이 보지 마시고 전세 보증금을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자금력이 넉넉치 않은 서민들의 보금자리였던 임대아파트입니다. 퇴거시 즉시 보증금을 회수 못 하면 나갈 수 없는 경제적 절박함이 있습니다. 조기 분양시 분양권을 받는다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받아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특별 재난 상황입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모든 가족들이 조금씩 도와 힘들게 전세대출을 받아 입주해 벌써 5년이 넘게 거주하고 있습니다. 김해를 대표하는 임대아파트라 경제적인 힘듦은 있으나 가족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재계약을 하자마자 부도가 되었다는 통보에 정말 참담하고 불안한 시간들을 보내게 됐습니다. 남명 더라우 아파트 입주민들이 손해를 입지 않도록 신속하게 나서 주세요.”

책임 회피

그런데도 국민의힘 소속 홍태용 김해시장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남명 더라우의 한 주민은 “김해시도 책임이 있어요” 하고 비판했다. “왜냐하면 저희는 김해시가 책임지고 건설사를 남명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고 들어왔거든요. 그러니까 김해시가 책임져 줄 것이다 하고 생각하고 살아온 거예요.”

김해시뿐 아니라 중앙 정부도 책임이 있다. 공공임대아파트는 서민들의 주거를 위해 정부가 책임지고 운영해야 함에도 정부는 건설과 운영을 민간 기업들에게 맡겨 왔다.

정부는 민간 기업들에 공공 택지를 제공하고, 주택도시기금을 지원하는 등 막대한 혜택을 줬고, 민간 건설업자들은 자기 돈 한 푼 안 들이고 수익을 남길 수 있었다. 정부는 임대 아파트를 늘린다는 생색을 낼 수 있었고, 기업들은 안정적인 수익처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본 것은 서민들이다. 임대료와 분양비는 시세와 큰 차이 없이 높았다. 게다가 부도가 나면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부도 임대아파트 문제는 2000년대 중반에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바 있다. 당시 정부가 검증도 하지 않고 임대아파트 운영 허가를 내줬고, 부실 건설 회사들이 대규모로 부도를 냈다. 2004년 말에는 민간 건설 공공임대아파트의 10곳 중 6곳이 부도가 났고, 피해 가구가 14만여 가구에 달했다.

당시 피해자들은 전국적인 연합체를 구성하고 정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그 결과 2007년에 “부도공공건설임대주택 임차인 보호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었다.(관련 기사: ‘대정부 투쟁으로 부도 임대아파트 보증금 전액 보장받은 경험’)

이에 따라 부도 임대주택을 정부가 책임지고 매입해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전액 보상해 주게 됐다. 경매로 낙찰받기를 원하거나 분양을 원하는 가구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주택을 취득하게 하는 방안도 추진됐다.

다만, 정부가 지원을 가능한 줄이려 하기 때문에 이 법의 적용은 2015년 전에 부도가 발생한 임대주택으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남명 더라우의 주민들도 당시와 마찬가지 피해를 보고 있는 만큼 마땅히 지원을 받아야 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정부가 나서 전원·전액 구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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