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다시 페미니즘의 도전》:
전략 부재의 도전
〈노동자 연대〉 구독

저자는 옳게도 성소수자나 난민 반대를 주장하는 페미니즘을 기본적인 사회 정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한다. 트랜스젠더 여성에 반대하는 페미니즘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 비판
정희진은
저자는 여성이 단일한 경험을 하는 집단이 아니고 여성의 경험과 인식은 각자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피해를
저자의 피해자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은 그 개념에 담긴 주관주의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정희진은 2005년에 낸 《페미니즘의 도전》에서도 이 같은 견해를 밝힌 바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피해자 중심주의 논리가 더 힘을 얻는 듯한 상황에 우려를 나타낸다.
그런데
한국의 페미니즘에서
성폭력 사건에서 물증만이 아니라 여성의 진술도 증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의 피해 호소를 진중하게 경청해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면밀한 조사 없이 피해 호소만으로 성폭력이라 판단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 여성의 피해 호소가 거짓이거나 과장됐을 경우 억울한 사람이 생기고 사람들 사이에 갈등을 키우게 된다. 2000년대 들어 피해자 중심주의가 여성운동과 좌파들 사이에 널리 수용되면서, 실제로 많은 갈등과 분열이 일어났다. 피해자 중심주의-2차 가해 개념을 악용해 단체나 개인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여성의 피해 호소를 무조건 진실로 간주하는 논리는 우파에 이용되기도 쉽다. 지난 대선에서 우파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내세워, 사건의 실체가 불분명한
포스트구조주의 페미니즘의 한계
정희진은 페미니즘이 정체성 정치를 극복해야 한다고 여긴다. 여성이 단일한 경험을 하지 않는다며 여성 간 차이를 강조하고, 젠더가
그러나 정희진은 여성 차별이 계급과 인종 차별 등과 결합된다고 할 뿐, 상이한 형태의 차별이 왜, 어떻게 결합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여성 차별의 근원과 차별이 유지되는 방식을 설명할 수 없기에 차별을 없앨 수 있는 전략도 제시하지 못한다.
정희진은 성별 환원론에는 비판적이지만,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가부장제 개념은
하지만 정희진의 책 어디에도 남성이 왜 그런 권력을 갖게 됐는지, 자본주의에서 그것은 어떻게 유지되는지, 남성 간 현격한 계급적 격차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이 연대할 수 있다면, 그 기초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냥 남성이 권력을 가졌다고 간주하며
급진주의 페미니즘의 가부장제 개념은 초역사적 개념으로, 여성 차별이 인류 역사의 보편적 특징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런 개념은 실제 인류 역사와는 동떨어진 것이다. 인류 역사 대부분을 이루는 무계급사회에서는 여성에 대한 체계적인 차별이 없었다. 이는 많은 인류학과 고고학 연구가 입증한 것이다. 남성이 여성을 언제나 지배한다는 이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들의 삶이 변화해 온 것도 설명할 수 없다.
정희진은 포스트구조주의 사상을 수용해 남성 지배와 권력 관계가 곳곳에 있다고 보는데, 이런 사상은 세계를 하나의 전체로 보지 않고 다원적인 것으로 본다. 사회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집단적 주체는 없고, 개개인들의 국지적 실천만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정희진의 책에서는 정체성 정치를 대체하는 해방의 전략은 전혀 제시되지 못한다. 차별에 반대하는 투쟁은 광범한 사회 변화를 위한 투쟁의 일부가 아니라 개인들의 사고를 바꾸는 것에 국한된다.
정희진은 담론을 중심으로 차별을 분석하는데, 이런 접근법은 차별이 생겨나는 원인을 이해하는 데는 난점이 있다. 관념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 기초가 있다. 여성과 성소수자 차별은 자본주의 체제에서 착취와 특히 가족제도에 물질적 기초가 있다. 가족제도는 자본주의에서 착취가 지속되는 데 중요한 경제적
정희진은 많은 사회 이론처럼 계급을 여러 불평등의 하나로 여길 뿐,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적 사회관계로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 노동계급이 각종 차별이 뿌리 내린 자본주의 체제를 수호하는 지배계급의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주체임을 인식하지 못한다.
계급투쟁의 수준이 낮은 시기에 노동계급의 힘은 많은 사람에게 인식되기 힘들다. 하지만 혁명적 투쟁이 분출하는 시기에 노동계급은 지배계급의 권력에 도전하며 사회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거듭 보여 줬다. 계급을 자본주의 사회 분석의 핵심에 놓지 않으면 차별을 없앨 수 있는 전략을 찾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