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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리얼리티와 유니티 — 북한이탈주민의 이슈와 비전에 관한 보고서》:
진보적 청년 탈북민의 목소리를 담다

탈북민이 쓴 신간 《리얼리티와 유니티 — 북한이탈주민의 이슈와 비전에 관한 보고서》가 나왔다. 청년 탈북민 인터뷰 등 탈북민이 한국에서 겪는 차별, 북한 악마화에 대한 비판, 통일에 대한 저자의 생각 등을 담고 있다.

《리얼리티와 유니티 — 북한이탈주민의 이슈와 비전에 관한 보고서》 조경일 지음, 이소노미아, 196쪽, 16,500원

저자 조경일 씨는 세 번의 탈북 시도 끝에 2004년 한국에 왔다. 당시 그는 17세였다. 검정고시로 초‍·‍중‍·‍고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후, 민주당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일했다.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 미래한반도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책은 자신의 탈북과 한국 정착 과정을 담은 《아오지까지》(이소노미아, 2021)에 이은 두 번째 책이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3만 5000여 명 중 20~30대 청년이 60퍼센트 가까이 된다. 10대 청소년의 비율도 10퍼센트가 넘는다.

당장의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북한에서 이들은 “성장할수록 꿈이 사라지는” 삶을 살았다. 그러나 한국에서의 삶도 “평균에 스며들기”가 목표일 만큼 녹록하지 않다.

“한국 생활의 첫 시작을 기초생활수급자 신분으로 시작하는 탈북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새로운 꿈을 펼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 대부분의 탈북민 청년은 집안의 가장 역할을 하며 이로 인해 [학업과 병행하는] 아르바이트는 용돈을 버는 수준이 아니라 생업이 되어버린다.”

힘들게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은 쉽지 않다. “취업시장에서 ‘북한출신’을 밝히는 것은 곧 ‘광탈’을 의미한다.” 탈북민임을 감추려 해도 졸업한 고등학교 등을 기입해야 하는 이력서나 면접 과정에서 드러나곤 한다.

그래서 취업 대신 창업을 고려하는 청년 탈북민이 많다고 한다. 물론 창업은 매우 불확실한 길이다. 북한 음식인 두부밥 판매 사업이 투자금 유치에 성공해 언론에 자주 소개되던 한 여성 탈북민이, 사업이 어려움에 빠지자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도 있었다.

사회적 고립도 탈북민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겉보기에 문제 없는 ‘학우 관계’는 유지해도 ‘찐친’의 관계로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게 [탈북민] 대다수의 이야기”이며, “어려움에 처했을 때 물어볼 사람 한 명이라도, 그런 친구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극단적인 상황까지 내몰리지 않았을 인생이 주변에 적지 않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탈북민에 대한 오해와 편견, 그로 인한 상처 때문에 퇴사나 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저자는 탈북민의 근속 기간이 한국 전체 평균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불확실한 미래 ‘2023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에 참가한 청년 탈북민들 ⓒ출처 통일부

이런 고립은 단지 한국에 인맥이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부와 우파가 부추기는 북한 악마화는 탈북민을 잠재적 간첩이나 열등한 존재로 보는 편견을 조장한다.

“국가보안법이라는 수문장이 지키고 있으니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더 실제적인 지식을 수집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종편 방송을 통해 악마화된 북한의 이미지가 나오니, 우리는 그저 북한이 마치 사람이 살 수 없는 ‘감옥’이나 ‘지옥’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북한이 살기 힘든 나라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북한에도 버젓이 사람들이 살고, 그들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즐거움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다.”

저자가 인터뷰한 탈북민 이정철 씨는 우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한다고 비판한다.

“[문제는] 특정 정치세력이 북한을 비판하기 위해 북한인권을 이벤트화 [하면서] … 정작 실제 사람에 대한, 사람을 위한 생각이 빠져 버리는 경우다. 예를 들어 북한인권 활동을 열심히 하지만 정작 쌀 지원은 반대하는 경우. … 북한정권이 아무리 나빠도 주민들이 배고픔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북한에 아버지를 남겨 두고 온 저자는 남북 통일을 간절히 소망한다. 탈북민들에게 통일은 “단지 한반도가 더 잘살기 위해 두 국가가 통합하는 의미 정도가 아니다. 당장 가족을 만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이런 현실 때문에 저자는 북한 인민들의 평범한 삶을 알고, 서로 만날 수 있도록 “평범한 교류의 보장”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말이지 남북 주민이 자유롭게 왕래하고 교류하며 유대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남북 주민들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방식으로 통일할 수 있어야 한다.

“평범한 교류의 보장”

그러나 갈수록 격화되는 제국주의 갈등 속에 최근 남북 관계도 경색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한미일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그것이 한국 자본주의에 이롭다고 보고 (중국의 눈치를 보면서도) 미국에 한층 더 협력하는 길을 선택했다. 북한은 중국‍·‍러시아 제국주의와 가까워지기를 선택했다.

저자는 문재인 정부 시절을 “냉전의 대결을 끝내고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나기도 했다”며 긍정적으로 본다. 그런 기대감이 통일에 대한 관심을 키운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남북 관계 개선을 추구한다면서도 한반도 긴장을 낳는 제국주의에는 결코 저항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가지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동시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제재에 동참하고 한미 군사훈련을 지속해 북한의 불만을 샀다. 결국 2020년 북한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기에 이르렀다.

정치적 대안에서 약점이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청년층 탈북민의 삶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또한 탈북민은 모두 보수적일 것이라는 흔한 편견과 달리, 진보적 탈북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반가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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