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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대책의 재정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전년보다 더 하락해 역대 최저치(0.7명 초반~0.6명 후반)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언론들이 연일 ‘인구 위기’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주류 양당은 총선을 앞두고 저출생 대책을 경쟁적으로 동시에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한달의 남성 출산휴가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 주로 일-가정 양립 지원에 초점을 맞춘 방안을 1호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주당은 신혼부부에게 결혼·출산 지원금(1억 원 대출과 자녀 수에 따른 원리금 차등 면제), 아동수당·펀드로 아이 1명당 1억 원 지원 등 현금성 지원 중심의 대책을 4호 공약으로 발표했다.

양당의 대책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에게는 약간 도움이 될 수 있다. 생색내기 수준인 국민의힘 공약보다 민주당의 공약이 좀 더 실질적이다. 그렇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과 노력에 비하면 민주당의 공약도 크게 미흡하다.

전문가들은 저출생의 요인들로 높은 주택 비용, 치열한 입시 경쟁, 장시간 노동과 일자리 불안정, 여성의 큰 돌봄 부담 등을 꼽는다.

그런데 이것은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이고,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지배계급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경제 위기 심화 속에서 이윤을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려 하고 공공돌봄을 축소해 노동계급 등 서민층 여성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물론 지배계급은 노동력 부족과 병역 자원 감소를 크게 우려해 출생률을 끌어올리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여하려 하지는 않는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저출산 대책 재정 마련은 미흡하고 보수적 가족 가치관을 뒷받침한다 ⓒ출처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자신의 공약 이행에 각각 3조 원과 28조 원이 매년 들어간다고 추산했는데, 재원 마련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공약이 제대로 실행될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 약간이나마 실행되는 경우에도 대부분 노동계급 등 서민층에게 세금을 매겨 재원을 충당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서민층이 아니라 부유층에 과세해 재정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저출생 대책은 비혼 출산을 차별하는 기존 정책을 고수한다. 결혼한 부부에게만 대부분의 혜택을 준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이 크게 바뀌면서 비혼 출산 지원 요구도 늘어왔는데, 양당의 대책은 이를 계속 무시하는 것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결혼에 긍정적인 청년은 열 명에 세 명 정도에 그쳤고,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3명 중 1명꼴로 늘었다.

비혼 출산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 돼야 하며, 출산은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차별 없이 사회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지배계급 정치인들의 저출산 대책은 여성이 자신의 몸을 통제할 권리를 부정하며 보수적 가치관을 퍼뜨린다. 윤석열 정부는 형법상 낙태죄를 존치시키려 하고, 여가부를 폐지하고 인구부를 신설하려 한다. 여성을 인구 정책의 도구로 보는 것이다.

민주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회 다수당이면서도 임신중단권 입법화를 계속 회피해 왔다.

주류 정치권과 언론들은 저출생을 ‘국가적 위기’라며 호들갑을 떨지만, 이미 태어난 수많은 아이들이 빈곤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것은 방치하고 있다.

저출생이 아니라 커다란 빈부격차와 실업, 주택난, 긴 노동시간, 경쟁 교육, 여성 차별 등이 진짜 심각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