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6일 제26차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
이스라엘 무기 지원하며 민주주의 수호? 미국의 위선을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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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이 완연한 3월 16일 오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 주최하는 26차 이스라엘 인종학살 규탄,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와 행진이 열렸다.
이날 집회에도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가했다. 따뜻해진 날씨 덕분인지 어린 자녀들과 함께 참가한 가족들도 많았다. 개강을 맞아 대학생들도 많이 참가했다. 대학에 붙은 집회 홍보물을 보고 참가한 학생들도, 방학 중 고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에 참가하다가 개강한 뒤에 한국 집회를 찾아보고 처음 참가한 유학생들도 있었다. 한 미국인은 이날 집회에 참가하려고 구미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끝내기 위해 지치지 않는 연대와 저항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집회에서는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굶주림에 내몰고 구호품을 구하려는 사람들마저 학살한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100만 명이 넘는 피난민이 모여 있는 라파흐에 대한 공격을 예고한 데 대한 규탄 목소리도 높였다.
또, 이날 집회는 미국 국무장관 블링컨이 ‘민주주의 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것을 앞두고 열렸다. 그래서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인종학살을 지원하면서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미국 정부의 위선도 강력 규탄했다.
집회 사회자로 나선 팔레스타인인 나심 씨는 블링컨이 “인도주의와 인류, 민주주의”를 입에 올릴 테지만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미국의 공허한 말과 위선을 지겹다고 느낀다” 하고 일갈했다.
행동
첫 발언자로 나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최규진 인권위원장은 가자지구의 끔직한 보건의료 상황을 전하며 계속해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이클 파크리 유엔 식량권 특별보좌관은 이스라엘이 식량과 기아를 무기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는 의심할 여지 없는 대량 학살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대량 학살의 가장 큰 피해자가 아이들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 등 이스라엘 지원세력들도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대규모 운동이 없다면 변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이집트인 압둘무흐신 씨도, 지독한 참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도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자지구에서는 음식의 질과 유통기한을 따질 수조차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럴 식량이 애초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축 사료조차 다 동이 났습니다.
“엄청나게 절망적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 가자지구의 주민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끝까지 저항할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목숨을 잃어 가면서도 지금도 그 땅을 포기하지 않고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우리의 역할은 바로 이 대의를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그들이 승리할 때까지 계속해서 연대해야 합니다.”
이원웅 노동자연대 활동가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벌이는 짓을 정당화할 수 있도록 미국이 민주주의의 수호자 행세를 하기 위한 행사”라고 지적했다.
“학살 지원을 중단하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의회까지 건너뛰면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해 온 미국이 민주주의에 관해 말할 자격이 있단 말입니까?
“미국은 알량한 식량을 공중 투하해, 굶어 죽고 있는 가자지구 사람들을 조롱하고 있습니다. … 바이든이 정말 가자지구 사람들의 생명을 걱정한다면 간단한 해결책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막고 있는 수많은 구호 트럭을 들여보내고 이스라엘로 가는 무기와 자금을 끊으면 됩니다.
“미국이 보낸 알량한 식량과 미국이 보낸 폭탄이 동시에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 가자지구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 바이든과 네타냐후가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것은 그들이 하마스를 패배시키지 못했기 때문이고, 팔레스타인인들이 최악의 조건에서도 완강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연대의 목소리가 지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팔레스타인인이 사회를 보고 행진을 이끌다
집회 후 참가자들은 주한 미국 대사관을 거쳐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까지 행진했다.
팔레스타인인 나리만 씨가 직접 마이크를 잡고 구호 선창에 나섰다. 한국인, 이집트인 청년들도 함께 구호를 선창하며 행진 대열을 이끌었다. 힘찬 구호 선창으로 행진이 시작되자 나들이 나온 행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주최 측은 사진 팻말을 준비해 굶주림을 무기로 삼는 이스라엘 때문에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와 기아를 겪고 있음을 행인들에게 알렸다. 주최 측 활동가들은 행인들에게 라파흐 공격을 규탄하는 유인물도 반포했다. 많은 행인들이 이를 받아들고 꼼꼼히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교사들’은 ‘아이들을 죽이지 마라!’ 하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함께 행진했다.
주한 미국 대사관 앞을 지날 때 참가자들은 인종학살 공범 미국 정부를 규탄했다.
“점령을 중단하라!(Down Down Occupation)” “조 바이든, 너는 보게 될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독립을!(Joe Biden you will see, Palestine will be free)”
많은 행인들, 버스를 탄 승객들,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이 행진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고, 몇몇 사람들은 주최 측이 나눠주는 팻말을 받아 들었다.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어 응원하는 택시 기사, 주먹을 들어 연대를 표하거나 구호를 함께 외치는 행인들이 있었다. 광화문 주변에서는 행진 대열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는 외국인 가족도 보였다.
근처에서 마라톤을 연습하던 중 행진 대열을 발견하고 합류한 한 프랑스인은 끝까지 행진에 함께했다. 그는 “한국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있는지 몰랐는데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하고 소감을 전했다. 무슬림 여성 일행도 팻말을 받아들고 행진에 합류했다. 그밖에도 많은 사람들이 행진 중 합류해, 마무리할 때는 대열이 상당히 불어 있었다.
행진을 마무리하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은 3월 23일 토요일 오후 2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열릴 제27차 집회에도 많이 모이자고 호소했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는 휴전 협상을 거부하고 라파흐 공격 계획을 승인했다. 이것이 실행되면 더한층 끔찍한 참극이 벌어질 것이다. 집회 주최 측은 라파흐에 지상군 공격이 시작되는 즉시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항의 행동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