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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닷컴 버블을 닮아 가는 AI 열풍

엔비디아발 AI 열풍을 타고 시장이 거대한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출처 엔비디아

정치 뉴스에는 나쁜 소식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주식 시장 상태를 보면 그런 현실을 못 보고 지나칠지도 모른다. 2월 22일 지난주 목요일 미국, 유럽, 일본의 주요 주식 시장이 기록을 경신했다.

낙관이 널리 퍼져 있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고, 그래서 중앙은행들이 2022~2023년의 급격한 금리 인상을 되돌릴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가 얼마나 빨리 현실화될지는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

지난주 주식 가격 급등의 중심에는 지난 몇 년간 상당한 수익을 낸 기술 분야가 있다. 그러나 이번 대박의 주인공은 기존 빅테크 기업이 아니라 이전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실리콘 밸리 기업인 엔비디아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렇게 묘사한다. “2년 전에만 해도 엔비디아는 대부분 그래픽 카드[컴퓨터에서 그래픽 처리를 전담하는 장치 — 역자]를 팔아서 수익을 냈다. 엔비디아는 열성 게이머들 사이에서나 익숙한 기업이었다.”

지난주 엔비디아는 지난해 순이익이 14억 달러에서 120억 달러 이상으로 올랐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엔비디아의 시가 총액은 2조 달러로 급등했다. 엔비디아는 아마존과 구글을 제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다음가는 시가 총액 세계 3위 기업이 됐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낳았는가? 두 글자로 답하면 “AI,” 즉 인공지능 때문이다. 요즘 기술계의 최대 화제는 거대언어모델을 이용한 챗GPT 같은 형태의 AI를 둘러싸고 나오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런 모델을 학습시키고 구동하는 데 쓰는 컴퓨터 칩을 대량 생산한다.

현재 이와 관련해 두 가지 과장된 홍보가 벌어지고 있다. 하나는 챗GPT 등의 등장으로 이제 기계가 인간 지능에 필적하고 심지어 인간 지능을 넘어섰다는 주장이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거대언어모델이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방대한 양의 정보를 받아서 처리하는 것이다. SF 작가인 테드 창이 묘사했듯이 이것은 진정한 인공지능이 아니라 “응용통계학”이다.

제국주의의 탁월한 반대자일 뿐만 아니라 언어와 정신에 관한 이론가이기도 한 노암 촘스키의 평가는 더 혹독하다. 촘스키는 챗GPT를 “정교한 첨단 표절 기관”이라고 일컬었다. 촘스키는 이렇게 썼다. “인간의 정신은 챗GPT나 그 비슷한 것들과 전혀 다르다. 챗GPT 같은 것들은 통계학에 기초한 거대한 패턴 검색 기관으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먹어 치운 뒤 일상 대화에서 다음에 나올 법한 말이나 과학 질문에 대한 개연성이 높은 답을 추론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반면, 인간의 정신은 적은 양의 정보로 작동하는 놀라울 만큼 효율적이면서도 우아한 시스템이다. 인간의 정신은 수많은 데이터 사이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상관관계를 찾아내는 게 아니라 설명을 창조해 내려고 노력한다.”

첫째 과장은 둘째 과장과 관련 있다. 바로 인공지능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한 것이다. 많은 논평가들은 챗GPT 등이 정보를 처리하는 많은 화이트칼라 노동자를 대체해서 생산성과 이윤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법률, 보건, 금융 등이 그런 분야로 거론된다. 마테오 파스퀴넬리가 그의 흥미진진한 저서 《주인의 눈》에서 보여 주듯이, 실제로 인공지능은 역사적으로 언제나 노동자들의 지식을 이용하는 수단이자, 생산 영역에서 사용자가 지배하는 권력 위계를 강화하는 수단 구실을 했다.

인공지능 칩에 대한 투자는 어마어마하게 늘었다.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 젠슨 황은 데이터 센터에 쓰이는 장비 전체의 총 가치가 향후 4~5년 동안 2조 달러로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외에도 자기 이익에 부합하는 예측을 내놓는 자들이 있는데,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논란 많은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도 AI 투자 규모가 앞으로 대단할 거라고 얘기한다.

이런 예측들이 일부 맞아떨어진다고 할지라도 엔비디아는 계속 시장을 지배하지 못할 수 있다. 거대 기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은 독자적으로 컴퓨터 칩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또 다른 컴퓨터 칩 생산 기업인 AMD도 엔비디아를 따라잡고 있다.

현재 펼쳐지는 광경은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을 닮아 가고 있다. 그 거품을 추동한 것은 당시 초창기였던 인터넷에 관한 과장된 홍보였다. 지구를 몇 바퀴 휘감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광섬유 케이블이 설치됐다. 그런 뒤 2000년에 경제가 추락했다. 이는 2007~2009년에 오는 더 큰 세계 금융 공황의 전조이기도 했다.

한 기술 전략가는 〈파이낸셜 타임스〉에서 이렇게 논평했다. “[일부 분야에서 — 캘리니코스] 가치 평가와 펀더멘털 사이에 불일치가 있다. 2000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시장은 ⋯ 거대한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