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보호소 장기 구금 유지 개악안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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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0일 법무부 주최 ‘세계인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는 과천시민회관 앞에서 법무부가 지난달 입법 예고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87개 이주·인권·사회 단체가 기자회견에 연명했다.
외국인보호소는 미등록 이주민 등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출국시키기 전까지 구금하는 시설이다. 현재 구금 기간에 상한이 없어, 체불 임금 등 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거나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난민의 경우 장기 구금되곤 한다. 게다가 보호소 내 환경과 처우가 매우 열악하고, 보호소 직원들의 괴롭힘도 다반사다.
구금된 이주민들과 보호소 바깥의 연대 단체들이 지속해서 항의하고 문제를 제기한 끝에,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외국인보호소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게 하는 조항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고 2025년 5월 말까지 대체 입법을 주문했다. 그러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25년 6월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그런데 법무부가 내놓은 개정안은 구금 기간의 상한만 18개월로 정하고, 구금 기간 연장과 재구금도 가능하게 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본 18개월, 최대 36개월의 구금 상한은 지나치게 길다”며 법무부의 개정안이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완전히 뒤엎어 버리는 내용”이라고 규탄했다.
사실 미등록 이주민을 구금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 미등록 이주민은 범죄자가 아니다. 그저 행정 절차를 위반했을 뿐이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며 한국 경제에 기여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는 개정안 내용 중에서 국가보안법, 테러방지법 등을 위반하면 구금 기간을 18개월 연장해 총 36개월간 구금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비판했다.
“이러한 연장은 유죄 판결의 확정, 심지어 유죄 판결의 선고조차 전제로 하지 않습니다. 불기소 처분을 받았거나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나 재판을 받고 있는 경우에도 출입국 당국의 판단에 따라 36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인격 살인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종찬 변호사는 개정안이 구금 기간 상한에 도달해 풀려난 이주민을 재구금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비판했다. 개정안은 재구금되면 다시 18개월을 구금할 수 있게 돼 있다.
“입법 예고안은 법령에 반하는 취업 활동 시 [구금 해제를] 재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입법 예고안은 구금에서 해제된 외국인의 체류나 취업 등 처우에 대해서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 이들은 체류나 취업의 기회 없이 그림자처럼 머물러야 하고, 먹고 살려는 가장 인간적인 활동이 모두 언제든 재구금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 수년간 장기 구금하고 또 재구금해서 ‘인격 살인’과 다름없는 제도는 즉각 철회돼야 합니다.”
개정안은 법무부 장관 대신 ‘보호외국인 심의위원회’가 외국인보호소 구금 개시와 연장 여부를 심사하도록 했지만, 사단법인 두루의 이한재 변호사는 이 위원회가 “법무부 장관이 임명해 법무부 산하에 있는” 것이라며 “객관적, 중립적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 시민모임 ‘마중’의 김대권 활동가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문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법원의 영장 없이도 최대 3년까지 구금할 수 있고 다시 자의적으로 재구금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입법 예고하는 나라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 환경’(세계인의 날 취지)이 조성될 수 있을까?” 하고 물으며, 세계인의 날 행사를 열고 있는 법무부의 위선을 꼬집었다.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보호소 구금 이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유지하려는 법무부의 출입국관리법 개악안은 철회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