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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이 말하는 실상:
외국인보호소의 기만적인 ‘보호’ 일시해제

외국인보호소 내에서 차별과 폭력을 겪다가 풀려나도 이주민, 난민들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다 ⓒ이미진

법무부 산하의 외국인보호소는 이주민을 구금하는 시설이다. 체류 기한을 넘겼거나, 허가 없이 취업했거나,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등의 이유로 미등록자가 된 이주민이 구금된다.

외국인보호소는 구금 이주민을 끔찍하게 대하기로 악명 높다. 쇠창살 뒤 1인당 평균 1.84평에 불과한 공간에 보통 십수 명이 화장실 하나를 두고 생활한다.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는 제공되지 않으며, 열악한 조건에 항의하면 “난동”으로 취급돼 독방에 감금되거나 결박 장비로 억압당한다.

외국인보호소에서 나올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강제 퇴거, 즉 출신국으로 강제 추방당하거나 ‘보호’ 일시해제를 통해 임시로 풀려나는 방법이다.

법무부의 보호일시해제업무 처리규정에 따르면, 구금 이주민은 “생명·신체에 중대한 위협이나 회복할 수 없는 재산상 손해가 발생할 우려”, “기타 중대한 인도적 사유” 등이 인정될 시 300만~2000만 원의 보증금을 예치하고 임시로 풀려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보호소에서 열악한 조건을 견뎌야 했던 이주민들은 풀려나서도 여전한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다.

외국인보호소에서 풀려났더라도 임시적일 뿐이기 때문에 여전히 국내 체류 자격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합법적인 체류 허가가 없는 이주민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불법”으로 일할 수밖에 없다. 신분증이 없어 계좌 개설도, 핸드폰 개통도 불가능하다. 건강보험은 그림의 떡이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새우꺾기’ 고문을 당했던 모로코인 난민 M 씨는 지난달 말 열린 국가 배상 소송 제기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런 상황을 자유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고문과 차별의 연장선입니다. … 저에게는 이곳이 하늘이 열린 감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22개월 동안 불법 구금된 후 지난해 4월 보호일시해제로 풀려난 시리아인 난민 파두 씨는 곤궁한 처지에 빠졌다.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월세도, 전기·가스비도 낼 수가 없어요. 3주 전부터 전기와 가스가 모두 끊겨서 너무 추운 밤에는 지하철역이나 24시간 무인 세탁소에 가서 잠을 청합니다.”

책임 회피

보호일시해제는 보호소 측이 이른바 “문제적”인 구금 이주민을 내보내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쓰이기도 한다.

예멘인 난민 A·Z 씨는 이 제도가 보호소 측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용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6개월간 구금됐다가 지난해 4월 보호일시해제로 풀려났다.

“저는 보호소에서 직원들에게 구타당했어요. 이로 인해 부상을 입어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긴급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냈어요. 그러자 보호소 측은 이 일을 외부로 알리지 말아 달라며 대신 저를 보호일시해제로 풀어 줬어요. 추방당하지 않고 한국에 계속 살 수 있게 해 주겠다면서요. 이는 저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보호소 내에서 문제가 커지면 안 되니까 일단 밖으로 내보내는 거예요.”

보호일시해제돼도 일을 할 수가 없는데 생계는 어떻게 마련하냐는 A·Z 씨의 질문에 보호소 측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그냥 몰래 일하면 된다.”

외국인보호소 측의 책임 회피에 대해서는 청주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경험이 있는 모로코인 H씨를 통해서도 들을 수 있었다.

“저와 함께 장기 구금됐던 한 러시아인이 있었어요. 처음엔 건강했는데, 나중에는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어요. 화장실을 갈 때 제가 부축해 줘서 알아요. 그런데 건강이 너무 안 좋아지니까 보호소 측은 서둘러 그를 강제 출국시켜 버렸어요. 나중에 그의 가족에게 들은 소식은, 그가 러시아에 도착한 날 공항에서 쓰러져 사망했다는 것이었어요.

“이런 일은 또 있었어요. 보호소 안에서 알고 지내던 한 라이베리아인도 건강이 매우 안 좋았는데, 강제 출국당한 후 귀국 길에서 공항 환승 도중 쓰러져 사망했어요. 이주민이 보호소 안에서 사망하면 일이 커지니까, 보호소 측은 건강이 아주 안 좋은 이들을 서둘러 내보내요.”

시리아인 난민 파두 씨는 이렇게 말한다. “한국 정부는 인권을 존중한다고 거짓말해요. 난민을 이렇게 대우하면서 인권을 존중한다니요?”

한국 정부는 외국인보호소 구금 이주민·난민의 처우를 당장 개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풀려난 이들에게 합법적인 체류 자격과 자유롭게 취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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