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보호소 구금 장기화 개악안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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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5일 국회 앞에서 ‘헌법재판소 결정 무시하는 정부 법안 반대! 출입국관리법의 올바른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와 난민인권네트워크 이주구금제도개선TF가 주최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미등록 이주민 등 강제 추방을 앞둔 이주민을 “송환할 수 있을 때까지” 외국인보호소에 구금할 수 있도록 한다. 무기한 구금도 가능한 것이다. 이 때문에 체불 임금이나 소송 등 한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거나 본국으로 돌아가기를 원치 않는 난민의 경우 장기 구금되곤 한다. 5년 가까이 구금된 사례도 있다.
2021년에는 화성외국인보호소 당국이 구금된 모로코인 난민에게 ‘새우꺾기 고문’을 한 사실이 폭로돼 공분이 일었다. 이때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도 벌어졌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출입국관리법의 해당 조항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25년 5월 말까지 대체 입법을 주문했다. 대체 입법을 하지 않으면 해당 조항은 2025년 6월부터 효력을 상실한다.
이에 법무부가 올해 4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지난 10월 7일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법무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헌재 결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내용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박영아 변호사는 법무부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법무부의 이번 개정안은 … 18개월, 최장 36개월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합니다. 법안은 또한 출입국 당국의 판단에 따라 재구금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경우 구금 기간 상한을 새로이 기산하기 때문에 결국 무기한 구금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취지를 전적으로 무시하는 내용입니다.”
법무부 개정안은 ‘외국인보호위원회’가 3개월마다 구금 지속 여부를 심사하도록 했다. 그러나 박 변호사는 “외국인보호위원회 역시 법무부 산하기관으로 설치하도록 함으로써 독립성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실 미등록 이주민을 구금하는 것 자체가 부당하다. 미등록 이주민은 범죄자가 아니다. 그저 행정 절차를 위반했을 뿐이다. 이들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일하며 한국 경제에 기여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약 2년간 구금됐던 잠무 카슈미르 출신 난민이 보낸 메시지가 기자회견에서 대독됐다.
“제가 단식 투쟁을 하지 않았다면 저의 구금은 끝나지 않았을 것이고, 저는 구금 중에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습니다. … 우리는 범죄자가 아닙니다. 같은 사람입니다. 난민이 되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외국인보호소는 ‘보호소’가 아닙니다. 저는 그곳을 ‘감옥’이라 부릅니다. 감옥에서는 하루 한 시간 운동할 시간이 있지만, 외국인보호소에서는 운동 시간이 없습니다. … 긴 구금으로 인해 사람들은 건강을 잃고, 어떤 경우에는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 그들의 가족과 아이들 역시 고통받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아이들조차 부모와 함께 구금되기도 합니다.”
그는 법무부의 개정안이 “겉만 달콤한 사탕”이라며 구금 기간을 더 짧게 제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 시민모임 ‘마중’의 심아정 활동가는 법무부의 개정안이 운동의 성과를 되돌리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마중’은 정기적으로 화성외국인보호소를 방문해 구금된 이주민들을 면회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23년 5월 기준 3개월 이상 외국인보호소에 머무르는 장기 구금자는 평균 100명에 달합니다. … 지병이 악화되거나 구금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져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경에서 구금된 이들은 정신적·신체적으로 피폐[해집니다.]
“한국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며 연결된 마음으로 계속해서 외국인보호소 관련 사건·사고들을 문제 삼고 공론화에 힘써 왔습니다. 이런 과정들 속에서 헌법재판소는 지금과 같은 외국인보호소의 운영이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이고, 적법절차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구체적인 승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법무부는 기괴한 개악안을 내놓았습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외국인보호소 구금 상한을 100일 이내로 제한해야 하며, 법무부의 개정안을 거부하라고 국회에 요구했다.
헌재의 결정에도 외국인보호소 장기 구금을 유지하려는 법무부의 개악안을 반대한다.